‘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을 성공시킨 서혜진 TV조선 제작국장. 사진. TV조선 제공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서혜진 TV조선 제작국장은 예능계의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힌다. SBS에서 ‘스타킹’, ‘동상이몽’ 시리즈를 히트시킨 그는 TV조선으로 이적해 ‘아내의 맛’·‘연애의 맛’ 시리즈에 이어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을 연이어 성공시키며 방송가에 트로트 열풍을 이끌었다. 특히 ‘미스터트롯’은 최고 시청률 35.7%까지 치솟는 등 화제를 모았다.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트로트 장르에 젊은 층이 선호하는 오디션 포맷을 결합, 전 연령대를 사로잡은 그의 기획력은 그야말로 군계일학이다. 서혜진 국장을 만나 속엣 얘기를 들어봤다. 

Q. ‘미스터트롯’에 이어 후속 프로그램인 ‘미스터트롯의 맛’까지 20%를 가뿐히 넘는 시청률이 나오고 있어요. 
서혜진 국장:
보시던 분들이 계속 봐주시는 것 같아요. 후속 프로그램까지 20%를 넘을 거라곤 생각 못 했거든요. 열기를 이어가고자 톱7이 함께 하는 ‘사랑의 콜센터’ 코너를 정식 편성해 방송하려 해요. 인기에 감사할 뿐이예요.

Q. ‘미스트롯’도 흥행했지만 ‘미스터트롯’이 젊은 층에게 조금 더 열려있는 느낌이었어요. 전작보다 예능의 느낌이 강화됐다는 인상을 받았죠.
서혜진 국장:
자막을 쓰는 스태프들이 20대 후반, 30대 초반이었어요. PD 중 80%가 여성이어서 ‘팬 심’을 갖고 임했죠.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 팬 카페에서 나오는 단어들을 많이 활용하려 노력했어요. 응원하는 참가자에게 자신이 붙인 별명이 나오면 더욱 반응이 뜨거울 테니까요. 그런 부분에 주안점을 뒀는데, 자막 담당 스태프들이 발군의 실력을 발휘해준 덕분이라 생각해요.

Q. 그 덕분인지 35.7%라는 역사적인 시청률을 냈어요. 이 정도로 잘될 거라고 예상했나요(웃음).
서혜진 국장:
잘하면 20%는 넘을 수 있겠다고는 생각했어요. PD 생활 23년 중에 이런 일은 두 번째 같아요. 일전에 SBS에서 ‘동상이몽2’를 맡을 때 이재명 경기도지사나 추자현 씨처럼 신선한 분들을 섭외했을 때 예상보다 시청률이 더 잘 나와서 기뻐했었거든요.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이 정도의 시청률을 낼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요. 20%를 넘은 뒤부터는 매주 좀 더 완벽한 결과물에 대한 부담이 컸어요.

'미스터트롯' 결승전에 진출한 최후의 7인. 사진. TV조선

Q. 전작에 비해 ‘미스터트롯’은 20대 팬덤이 크게 늘었어요.
서혜진 국장:
2030 세대의 유입이 관건이었어요. ‘미스트롯’ 당시 타깃 시청률이 7%대였는데, 10%를 넘기려면 2030 세대가 들어와야 했어요. 그걸 가능하게 만드는 게 팬덤이잖아요. 화제를 계속 만들어낼 수 있다면 흥행은 자연히 따라오는 거라 생각했죠. 팬덤을 잡은 덕에 예상보다 빨리 전체 시청률 20%를 넘기면서 '앞으로도 괜찮겠다'는 확신이 생겼어요.

Q. 트로트라는 장르를 택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서혜진 국장:
TV조선이라는 채널에 충성도를 가진 중장년층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거기에 청년층을 끌어들이려면 익숙한 장르가 결합돼야 된다고 봤죠. 처음엔 ‘고등래퍼’처럼 ‘고등트롯’을 생각했는데 ‘미스트롯’ 당시 지원자가 10명 뿐이었어요. 그래서 아예 연령대를 넓히면서 범위를 확대한 거죠. 트로트 오디션이라는 생소한 포맷이 안착하며 ‘미스터트롯’도 연착륙하는 효과를 가져 온 셈이에요.

Q. 청년층이 좋아하는 예능 소재와 중장년층을 이끌 친절한 포맷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서혜진 국장:
채널의 주요 시청층에 더 신경써야 한다는 점은 계속 유념하고 있었어요. 대중을 상대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만큼 자막을 키우고 소통에 힘써야한다는 생각도 갖고 있었죠. 그래서 자막도 한 줄을 넘어가지 않아요.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길이와 자막 형태, 오디오 믹싱에 제일 신경을 많이 썼고요. 시청층을 배려하기 위해 마지막 공정작업에 시간을 가장 많이 투자했어요.

Q. ‘미스터트롯’에는 특히나 신선한 참가자들과 파격적인 무대가 많았어요.
서혜진 국장:
도전정신이 많았어요. 신인선은 에어로빅과 삼바 퍼포먼스를 했잖아요? 스스로도 한계를 두지 않고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분위기였어요. 작가들 역시 안 된다는 생각 없이 최대한 아이디어를 살리려 했죠. 퍼포먼스의 끝을 보여주려 했어요. 그 덕에 시청자 분들도 무대를 강렬히 받아들이고 재미있어 한 것 같아요. 게다가 노래 실력들도 모두 뛰어났잖아요. 실력자들이 많았던 게 성공의 첫 번째 이유였다고 생각해요. 

준결승전 경연을 담아내며 시청률 33.8%를 기록한 '미스터트롯' 10회 방송분. 사진. TV조선 '미스터트롯'

Q. 개인적으로 톱7 외의 참가자 중 탈락이 가장 아쉬웠던 사람이 있다면.
서혜진 국장:
남승민 씨와 신성 씨요. 신성 씨는 정말 아까워요. 선곡이 정말 아쉬웠거든요. 승민 씨도 인기투표에서 상위권이었던 친구였는데 아깝게 떨어졌어요.

Q. 2030 세대가 유입된 이유 중 하나가 마스터 군단에 있던 김준수였던 것 같아요. 시작 전부터 그가 출연한다는 게 화제였죠.
서혜진 국장:
준수 씨의 팬 분들이 초반에 저희 프로그램에 많이 호응해주셨어요. 뮤지컬 팬덤은 실력에 대한 기준점이 확실하잖아요. 저희 프로그램이 아이돌부, 유소년부, 신동부, 현역부, 타장르부 등 다양한 영역의 음악을 보여준 터라 더욱 뜨겁게 반응해주신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에 느낀 건 청년층의 성향은 ‘모 아니면 도’라는 거예요. 예를 들어 노래에 비트박스가 들어가니 ‘노래만 하지 왜 다른 짓을 하냐’며 싫어한 사람들도 있지만 ‘신선해서 좋다’고 받아들인 의견들도 있었어요. 서로 각자가 맞다며 이야기를 나누는 게 초반 화제성과 이어져서 많은 도움이 됐어요.

Q. 트롯 시리즈가 줄줄이 흥행하면서 후발주자들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어요. 이에 대한 불안감은 없을까요?
서혜진 국장:
본질 자체가 우수하면 콘텐츠는 자연스럽게 살아남는다고 생각해요. 우리 프로그램도 그런 것들이 유지되면 살아남겠죠? 트로트의 옷을 입어도 퀄리티가 보장되지 않으면 외면 받듯 모든 건 그 자체로 평가를 받아요. 결국은 시청자라는 소비자에게 던져지는 거고요. 그렇기 때문에 더 재미있게 만들려고 노력할 거고요.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을 성공시킨 서혜진 TV조선 제작국장. 사진. TV조선 제공

Q. ‘미스트롯’ 시리즈만의 차별성은 무엇인가요?
서혜진 국장:
신선한 인물들을 발굴해내는 거요. 트로트와 오디션을 연결시켜 새로운 걸 만들어낸 게 핵심이라고 봐요. 게다가 새로운 얼굴들이 있으니 대중은 궁금해 할 수밖에 없죠. 아무리 정보를 찾으려 해도 나오질 않으니 우리 프로그램을 봐야지만 알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 것들이 우리 프로그램을 생동감 있게 만든 거라고 생각해요. 트롯 시리즈를 통해 새로운 스타들을 만들어낸 것 자체가 곧 차별성인 거죠.

Q. SBS 재직 당시에도 ‘스타킹’처럼 새로운 인물들을 발굴하는 포맷을 여럿 선보였었죠.
서혜진 국장:
대중은 미지의 인물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가 뭔가를 잘 하면서 폭발력이 생기면 대중도 더욱 좋아해주더라고요. 요즘엔 그런 인물들을 찾아낼 수단들이 많아졌는데, 대중을 능동적으로 움직이게 하려면 새로운 스타들이 나올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능의 본질이 스타를 만들어내는 것이니 결국 본질로 돌아간 셈이에요. 그동안은 좋지 않은 시장 상황이 탓에 안정적인 길로만 가면서 새로운 스타가 나오기 힘든 시스템으로 흘러간 것 같아요. 그 가운데 우리 제작팀이 미지의 인물을 발굴한 거죠. 저희가 잘하는 새로운 능력인 거예요.

Q. 오디션 프로그램은 실력 외에도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게 흥행요소로 꼽혀요. 하지만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은 참가자 개인의 이야기를 파고들려 하진 않은 것 같아요.
서혜진 국장:
스토리엔 집중을 하지 않으려 했어요. 퍼포먼스를 준비하는 과정은 보여드려도 개개인의 이야기는 결승 미션 때 인생곡 미션에나 일부 나왔을 뿐이죠. 한 개인이 가진 과거 때문에 이 노래를 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심어드리고 싶진 않았거든요. 연습을 많이 해서 좋은 무대를 보여드리는 게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보여드리는 방법이라 생각했어요.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을 성공시킨 서혜진 TV조선 제작국장. 사진. TV조선 제공

Q. 인기가 많았던 만큼 분량 편애 의혹과 마스터 자질에 대한 지적 등의 논란도 있지 않았나요.
서혜진 국장:
미흡하게 준비한 건 전혀 없어요. 늘 수많은 회의를 거쳤거든요. 결승전에서의 문자 투표 집계 오류는 저희가 최선을 다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아예 솔직하게 문제점을 말씀드린 거죠. 다만 문자 투표도 저희에겐 좋은 공부가 돼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그것 말고도 여러 말들이 나왔지만, 개인적으로는 논란이 곧 인기라 생각해요. 무관심이 더 무서운 거거든요. 문제가 있을 때는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종합해 고치려 했고, 공정성 문제에선 늘 최선을 다했어요. 질책과 칭찬 모든 게 다 감사했어요.

Q. ‘미스트롯’에 비해 ‘미스터트롯’ 우승자 혜택이 너무 확대돼서 불공평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죠.
서혜진 국장:
오디션은 돈이 정말 많이 들어가는 프로그램이에요. ‘미스터트롯’도 타 오디션에 비해 돈을 적게 쓴 편이에요. ‘미스트롯’은 돈을 대겠다는 곳이 아예 없었거든요. 3000만 원을 준 것도 대단했을 정도로 돈이 아예 없었어요. 하지만 ‘미스트롯’이 성공하면서 ‘미스터트롯’은 상대적으로 재원 마련이 쉬웠어요.

Q. 시즌3에 대한 관심도 많아요.
서혜진 국장:
준비는 하고 있어요. 남자편인지 여자편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요. 방송을 한다면 빨리 하고 싶지만 시기가 계속 조율되고 있어요. 기존 참가자들의 재참가도 제한 없이 열어두려 해요. 관건은 실력자들의 참여예요. 실력자가 있으면 팬덤이 확대되면서 그 분들이 보여주는 반응이 곧 스토리가 되거든요. 새 시즌은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전혀 예상되지 않아서 저 역시 기대 돼요.

‘미스트롯’과 ‘미스터트롯’을 성공시킨 서혜진 TV조선 제작국장. 사진. TV조선 제공

Q. 해외 진출도 고려하고 있나요.
서혜진 국장:
원래 해외는 공연 위주로 진출하려 했는데, 코로나 사태 때문에 아무 것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어요. ‘미스트롯’ 때에는 포맷을 판매했었는데, 이번엔 중국 텐센트 그룹에서 제안을 줘서 포맷을 팔지 혹은 합동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지 논의 중이에요. 

Q. 연출계의 대표적인 히트메이커로 통하고 있어요. 스스로 생각하는 좋은 프로그램과 사람들이 많이 보는 프로그램의 정의가 궁금해요.
서혜진 국장:
단순해요. 사람들이 많이 보는 프로그램이 곧 좋은 프로그램이에요. 지금의 TV방송 환경에서는 대중적인 프로그램이 미덕이라 생각하거든요. 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콘텐츠로서의 가치가 있어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게 양질의 콘텐츠라고 봐요.

Q. 대중성으로는 지상파 플랫폼이 종합편성채널보다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의견도 있어요.
서혜진 국장:
이제는 구분이 무의미해요. 시청률의 수치도 서로 비슷해졌거든요. 콘텐츠를 따라 시청자가 움직이는 시대예요. 지상파는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하고 편성이 촘촘해서 프로그램이 들어갈 공간이 좁아요. 하지만 다른 플랫폼은 순발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죠. 우리 팀의 장점은 기민함이에요. 오랜 공정을 거쳐야 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들더라도 방송을 론칭시켰을 때 민첩하게 반응할 수 있거든요. 지상파가 아니어서 이런 장점이 더욱 발휘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Q. 앞으로 ‘미스터트롯’ 콘텐츠를 어떻게 확장해나갈지 궁금해요. 벌써 ‘사랑의 콜센터’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어요.
서혜진 국장:
새롭게 발굴된 인물들이 많은 만큼 해외에서 진행하는 버라이어티를 생각하고 있어요. 코로나 때문에 여러 변수가 있는 만큼 국내에서 할 수 있는 신규 프로그램을 2가지 정도 구상했고요.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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