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오민석. 사진. 제이와이드컴퍼니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오민석이 KBS2 드라마 ‘사랑은 뷰티풀 인생은 원더풀’(이하 사풀인풀)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로의 변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재벌 3세에 불륜까지 저지르는 도진우 역을 연기한 그는, 자칫 비난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캐릭터임에도 시청자들의 응원을 받을 정도로 매력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호평을 모은  ‘사풀인풀’처럼, 그는 다양한 장르에서 다채로운 캐릭터를 표현하고 싶다는 의욕을 감추지 않았다. 새로운 시작점을 만난 오민석의 연기 세계를 들여다봤다.

Q. 긴 호흡의 드라마를 무사히 잘 마쳤네요.
오민석:
막상 종영하니까 너무 빨리 끝난 것 같아요. 매일 보던 사람들과 못 보게 되니 보고 싶은 마음도 들죠. 헤어지는 게 참 아쉬워요. 

Q, 극에서 아내였던 설아(조윤희)를 두고 불륜을 저지르다 마지막엔 결국 재결합을 하죠. 결말에 대해 여러 반응이 나와요. 
오민석:
이렇게 되는구나 싶었어요. 주위에서도 설아와 진우가 다시 잘 됐으면 좋겠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실제로 이뤄지니 개인적으로는 참 좋았어요. 기사나 영상 클립 댓글에서도 저희 커플을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좋았어요.

Q. 캐릭터에 어떻게 감정이입을 하려 했나요.
오민석:
인물만 놓고 보면 와이프에 잘못을 저지른 데다 사랑을 되찾는 과정에서 예쁘지 못한 행동들을 해요. 잘못한 지점은 분명했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진우를 잘 표현해야 해서 나쁜 부분을 굳이 생각지 않으려 했어요. 제 역할만 생각하다보니 잘못을 한 입장임에도 설아와 진우가 다시 잘 되길 바라게 됐죠. 다시 이어지게 되는 결말이 쉽지만은 않은 선택이었을 텐데, 작가님께 정말 감사드려요.

배우 오민석. 사진. 제이와이드컴퍼니

Q.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오민석:
모두 다 친했어요. 다들 워낙 성격이 좋은지라 연기를 할 때도, 하지 않을 때도 장난을 치며 놀곤 했죠. 저희 현장에는 모난 사람이 한 명도 없었어요. 선생님들도 너무 좋아서 늘 즐거웠던 기억만 남았어요.

Q. 100부작에 달하는 장편드라마였어요. 체력 안배에 대한 걱정은 없었나요.
오민석:
4년 전에 장편드라마를 해봤던 터라 어느 정도의 어려움은 예상하고 있었어요. 다만 과거에 느꼈던 것들에 대해서는 여러 번 유념하고 있었죠. 호흡이 길면 심신이 피로해질 수 있는데, 배우로서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거든요. 만약 그런 상황이 오더라도 끝까지 나 자신을 다잡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모든 게 당연하게 느껴지면 연기 자체도 평면적인 느낌으로만 하게 되니까요. 아무리 힘들더라도 끝까지 연기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자는 결심을 단단히 했죠.

Q.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오민석:
마지막에 설아를 만나는 신이에요. 도진이가 아무리 노력을 했어도 설아와 재결합을 한다는 게 가능할까 생각했었는데, 막상 설아가 가지 말라고 붙잡으니 기분이 오묘하더라고요. 그 장면은 다시 봐도 찡한 느낌이 있어요.

배우 오민석. 사진. 제이와이드컴퍼니

Q. 조윤희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오민석:
조윤희 씨는 집중도가 엄청난 배우예요. 평소에는 예의가 바르고 정말 착한데, 슛이 들어가면 바로 배역에 몰입을 해요. 상대방이 연기하기에 편하다고 느끼게 해주는 배우인데, 정말 큰 장점이라 생각해요. 대본에 조윤희 씨와 함께 하는 장면이 있으면 스스로도 기대가 많이 될 정도였죠.

Q. 조윤희-이동건 부부와 만남을 가졌다고도 들었어요.
오민석:
어렸을 때부터 이동건 씨의 팬이었는데 우연치 않게 저녁 식사를 함께 하게 됐어요. 드라마 얘기는 거의 하지 않고 서로 친구처럼 여러 이야기를 나눴어요.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이 참 보기 좋더라고요. 근래 봤던 부부 중에 가장 예쁜 커플이었어요.

Q. 실제로도 공개연애 중이잖아요. 결혼 생각이 들진 않았나요(웃음).
오민석:
저는 원래 결혼 생각이 없어요. 아직까지는 일이 우선이기도 하고요. 언젠가는 결혼을 하겠지만 지금은 구체적인 생각이 전혀 없어요. 어머니도 재촉하지 않으시고요. 속마음은 다르실 수도 있겠지만요. 하하.

배우 오민석. 사진. 제이와이드컴퍼니

Q. 어머니 이야기가 나오니 ‘미운 우리 새끼’(이하 미우새)에 출연했던 모습들이 떠올라요. 많은 반향을 일으킨 출연이었죠(웃음).
오민석:
반응이 정말 뜨거워서 놀랐지만, 재미있기도 했어요. 못난 아들이라는 이야기가 많아서 어머니가 많이 속상해하셨는데, 그러면서도 네가 고칠 부분은 고치라고도 말씀해주셨죠. 저는 그냥 리얼하게 나오는 게 재미있었어요. 이미지에 대한 걱정도 됐긴 했지만요. 사람들이 그런 걸 좋지 않게 보는 건 당연하지만, 그 역시도 관심이라고 받아들였어요. 긍정적으로 보려 하거든요. 덕분에 제가 기존에 갖고 있던 딱딱한 이미지가 한 꺼풀 벗겨진 건 좋다고 생각해요. 고칠 부분이 있으면 고치고, 그런 것들을 만회할 수 있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저 같은 분들도 저를 보고 반성할 수 있을 것 같고요(웃음).

Q. ‘미우새’ 출연 이후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오민석:
어머니의 집에 자주 가지 않게 됐어요. 빨래도 제가 직업 하고 있고, 제 집에서 해결할 수 있는 건 다 하려고 해요. 평생 어머니 옆에서 살 수는 없는 거니까요. 차근차근 집안일을 시작하는 단계예요. 

Q. 보통 배우들은 리얼리티 예능 출연을 꺼리는 편이잖아요. 출연 계기가 궁금해요.
오민석:
저는 큰 결심을 하지 않았어요. 그게 문제였던 것 같아요(웃음). 평소에 모든 걸 연기와 연결해 생각하는 편인데, 제 이미지가 차갑고 다가가기 어려웠던 만큼 예능으로 이미지 폭을 넓히고 싶었어요. 작품을 해서 연기로 설득시키는 건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관계자 분들도 평소 이미지와 비슷한 배역을 제안해주시니까요. ‘미우새’를 보면서 욕을 먹더라도 의외의 모습이 부각되면 역할적인 측면에서 제 저변이 넓혀질 수도 있겠다 싶었죠. 그동안은 ‘못난 아들’이라는 캐릭터에 저를 고려하지 않았다면, 이제는 절 떠올릴 수도 있잖아요. 하하. 그런 점에 있어서는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요. 

배우 오민석. 사진. 제이와이드컴퍼니

Q. 이미지 변신에 대한 욕구가 있었군요.
오민석:
배우로서 갖는 욕심 같아요. 제가 가진 이미지 말고도 다른 느낌이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제가 가진 이미지와 정반대인 역할은 다 해보고 싶어요. 스펙트럼이 넓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요. 바보 같은 아들, 어설픈 느낌이 있는 코믹한 역할, 연민이 느껴지는 캐릭터도 해보고 싶어요. 

Q. 과거 드라마 ‘미생’의 강대리 캐릭터가 깊은 인상을 남긴 터라 엘리트 이미지가 지금까지도 굳어진 것 같아요.
오민석:
제가 지적이긴 해요(웃음). 그렇지만 허술한 편이기도 하죠. 인텔리 같은 느낌이 제가 가진 좋은 무기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걸 벗어나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나름의 욕심이 계속 생기는 것 같아요. 어찌 보면 제 숙제이기도 하죠. 

Q. 연기에 대한 욕심이 큰 것 같아요.
오민석:
평소에도 시나리오 스터디 그룹을 하며 연출 공부를 틈틈이 하고 있어요. 연출 욕심이 있는 건 아니에요. 연출가의 시선을 알면 연기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시작하게 됐는데, 덕분에 연기하며 가졌던 갈증이 해소되기도 해요. 그리고 학창시절을 외국에서 보낸지라 영어를 어느 정도 할 줄 알아서, 영어 연기 수업도 듣고 있어요. 더욱 노력해서 역량이 된다면 외국 진출에도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에요.

배우 오민석. 사진. 제이와이드컴퍼니

Q. 여러 공부를 하고 있는 만큼 ‘사풀인풀’을 통해서도 배우고 느낀 점이 있었을 법한데.
오민석:
심적으로 많은 변화가 생겼어요. 작품을 대하는 태도부터 어떤 목표를 가져야 할지, 마음가짐을 어떻게 가져야 할지 고민을 해보게 됐거든요. 이전에는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넘치는 데다 카메라를 제가 이겨내야 하는 극복 대상으로 봤지만, 지금은 카메라가 정말 친숙해졌어요. 카메라 앵글 안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새로운 시작점인 셈이죠.

Q. 이제 40대가 됐어요. 그동안의 연기 생활을 돌아보면 어떤가요?
오민석:
30대 때에는 연기를 잘하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생각이 컸던 것 같아요. 그러다 운 좋게 ‘미생’이라는 작품을 만났죠. 그때의 저와 지금의 제가 가진 생각들은 크게 달라졌어요. 이제는 40대인만큼 스스로 행동거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됐죠. 이번 작품에서도 선생님들을 제외하면 제가 가장 나이가 많더라고요. 동생들을 잘 챙기면서 선생님들께도 잘하고 싶어서 늘 저를 돌아보게 됐어요.

배우 오민석. 사진. 제이와이드컴퍼니

Q. 연기자로서 지금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요.
오민석:
큰 욕심을 부리지 말고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차근차근 해나가고 싶어요. 인생은 제가 마음먹은 대로만 되는 게 아니란 걸 깨달았어요. 역할도, 드라마도, 연기도 다 마찬가지예요. 제가 하고 싶어서 되는 게 아니라 인연처럼 다가오더라고요. 이런 상황에서 말도 안 되는 큰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제게 주어진 것들을 책임감 있게 해나가는 게 더욱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러다보면 제가 가진 목표지향점과도 더욱 가까워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Q. 어떤 지향점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요.
오민석:
궁극적인 목표는 국민이 인정하는 배우죠. 믿고 볼 만한 배우요. 연기가 기대되고 궁금해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한 작품만 잘되는 게 아니라 맡은 걸 뚝심 있게 해나가며 단단해져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Q. 이번 작품을 통해 로맨스 연기로 호평 받았어요. 장르적인 저변을 넓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오민석:
로맨스는 정말 경험해보고 싶은 장르 중 하나예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 로맨틱 코미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그 장르에 대해 확실히 알고 잘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이외에도 다양한 장르를 하는 게 목표예요. 기존 제 이미지보다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고, 그러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에요. 지켜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