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주지훈. 사진. 넷플릭스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K-좀비 열풍의 중심에 선 ‘킹덤’은 세자 이창(주지훈)의 성장기와도 같다. 자신의 자리를 위협받던 세자는 생사역 군단에 맞서며 진정한 군주로서의 성장을 이뤄냈다. 시즌1과 시즌2의 중심에서 이창의 서사를 온몸으로 풀어낸 주지훈에게 ‘킹덤’과 이창 역은 새로움 그 자체로 다가올 것이다. 그를 만나 ‘킹덤2’에 대한 소회와 향후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들어봤다.

Q. ‘킹덤2’가 세계적으로 호응 받고 있는데 소감은.
주지훈:
전 세계적으로 좋아해주시니 김성훈 감독님과 김은희 작가님이 제게 창이를 맡겨주신 게 행운이고 좋은 기회였다 싶어요. 제가 재미있게 느끼는 이야기를 관객 분들과 즐기는 게 좋아서 연기를 하고 있는데, 한국을 떠나 언어와 인종이 다른 분들과 이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있어서 좋아요.

Q. 시즌2에서는 류승룡(조학주 역)과 허준호(안현 역), 김상호(무영 역) 등 무게감있는 조연들이 죽음으로 '하차'했어요. 살아남은 소감이 더욱 남다를 것 같은데.
주지훈:
김은희 작가님의 전작을 보면 살아남았다고 안도할 수만은 없어서요. 하하. 주인공도 얼마든지 죽일 수 있는 분이시거든요. 이번 시즌에서는 무영의 죽음이 특히 안타까웠어요. 제게는 친구이자 삼촌이자 전우 같은 사람이잖아요. 현장에서도 상호 선배와 가장 많이 붙어 다니면서 의지를 많이 했어요. 시즌3에 선배가 없다 생각하면 가슴이 저리지만 혼자 상상의 나래도 펼쳐봤어요. 북녘으로 갔으니 무영과 똑같이 생긴 친척에게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하하. 무영을 생각하면 여러모로 아쉬워요.

배우 주지훈. 사진. 넷플릭스

Q. 전 시즌에 비해 이번 시즌에선 이창 캐릭터가 크게 성장한 것처럼 보이는데 연기할때도 그런 느낌이 들었나요.
주지훈:
수동적이었던 이전과 달리 능동적인 모습이 됐어요. 백성들의 참상을 눈으로 보고 몸으로 겪으며 책 속의 정치가 아닌 현실을 안 거예요. 공감 능력이 생긴 거죠. 그런 만큼 자신의 의지를 갖고, 사랑하는 동료들과 나라를 위해 어려운 상황에 전면으로 맞서는 이창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Q. 내면적인 성숙도 있지만 액션도 돋보인 시즌이었어요. 
주지훈:
혼자 하는 액션이 아닌 팀의 싸움이었어요. 제가 생사역(좀비)를 받아 던지면 팀의 누군가가 베어버리는 것과 같은 합을 맞추는 게 쉽진 않았죠. 무술 감독님이 신경을 많이 써주셨어요. 그리고 많은 인원이 밀집돼 있다 보니 자칫하다간 타인을 다치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심적으로 부담이 컸어요. 장검도 플라스틱으로 짧게 만든 것을 CG 처리로 표현한 건데, 사람 피부가 약하니까 그것만으로도 다칠 수 있는 거잖아요. 여러 걱정이 많았죠.

Q. 지붕 위에서의 액션 신은 연기가 아닌 실제로도 지친 것처럼 보였어요. 고된 작업이란 생각이 들었죠.
주지훈:
지붕도 저희가 딛고 서 있기 편하게 기술적으로 만들어주신 것에 CG를 가미한 건데, 그래도 평지가 아니어서 어려움이 있었어요. 생사역 배우들은 특수렌즈를 끼니 시야 확보가 잘 안되는데다 역할 특성 상 팔을 거의 쓰지 못하니 고생이 많으셨죠. 저도 심신이 힘들었는데, 긴 액션 신을 균형도 맞지 않는 곳에서 처음 해보니 체력이 금방 떨어졌어요. 한 신을 마치면 숨이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힘들더라고요. 지붕 액션의 원래 의도는 원 테이크로 쭉 이어가는 것이었는데, 제가 4~5번째 촬영에서 갑자기 쓰러져 손가락 골절상을 입었어요. 액션 신을 찍을 때엔 체력 안배를 잘해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2' 주지훈 스틸 컷.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2' 스틸 컷. 사진. 넷플릭스

Q. 궁궐 내 좀비와의 전투가 워낙 대규모여서 고생도 컸을 것 같아요.
주지훈:
물리적으로 힘든 점이 많았어요. 삼베옷을 입다보니 생사역들로부터 묻은 피가 옷에서 그대로 굳었거든요. 그러면 굉장히 딱딱하고 날카로워져요. 잘못 잡거나 하면 손가락 이음새가 쫙 찢어질 정도였어요. 얼지 않은 곳에서 미끄러운 척을 하는 것도 어려웠는데, 촬영 시기가 여름이어서 모기가 많았어요. 아까 말씀드린 피가 물엿으로 만든 것이어서 모기가 메뚜기 떼마냥 몰려왔죠. 수중 촬영도 어려웠어요. 원래 물을 좋아하는데 이번에는 잠수 장면을 찍다가 실제로 패닉이 와서 하마터면 그 장면을 못 찍을 뻔했어요. 어려움이 많았던 기억이 나요.

Q. 캐릭터로서도 힘든 순간이 많았어요. 특히 생사역과 끝없이 싸우며 동시에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을 자기 손으로 죽여야만 하는 상황이 있었죠. 감정선을 잡을때 참으로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냥 몰입이 됐나요.
주지훈:
이렇게 말해도 되나요? 돌아버릴 것 같았어요(일동 박장대소). 김은희 작가님의 글은 재미는 있지만 연기하기는 참 힘들어요. 창이의 상황을 상상해보세요. 제 손으로 아버지를 죽였는데, 또 다른 아버지 같은 사람이 죽어가며 다가오는 걸 제 눈으로 보죠. 게다가 안현을 다시 되살리는 건, 조선시대로 치면 부관참시나 다름 없잖아요. 그렇게 괴물로 살려낸 뒤 또 제 손으로 죽여야 하고요. 감정은 밀려오는데 그 와중에도 군인들을 설득시켜서 내 사람으로 만들어야 하고, 한양으로 바로 진격해야 하죠. 말로 설명하기도 힘든 이 장면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막막했어요. 그 순간의 감정과 느낌을 살리려 했는데, 보시는 분들이 잘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배우 주지훈. 사진. 넷플릭스

Q. 결말에서 이창의 선택이 예상 밖이어서 놀랐다는 반응이 많아요.
주지훈:
저는 좋았어요. 엄청난 전란을 겪으면서 낳아준 아버지인 왕과 길러준 아버지인 안현을 제 손으로 죽여야만 했고 무영까지 죽게 돼요. 백성들도 죽어나가는데 제 손으로 어떻게 갓난아이를 죽일 수 있겠어요. 게다가 생사초의 비밀도 다 밝혀지지 않은데다 전란이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니었고요. 내실을 다질 수 있는 대제학과 올바르게 왕을 키워줄 수 있는 신하들이 있으니, 저로서는 해결되지 않은 일들을 마무리 지으러 떠날 수밖에 없던 거예요.

Q. 결말에 전지현(아신)이 등장한 건 큰 화제가 됐어요.
주지훈:
 워낙 대단한 배우이신 만큼 반가웠어요. 언젠가 한 번쯤은 꼭 함께 연기해보고 싶었거든요. 시즌3에도 재미있는 이야기로 만나 뵙고 싶지만, 김은희 작가님이라면 이창과 아신이 한 번도 마주치지 않게 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웃음). 상상할 수 없는 것들을 쓰시니까요. 하하. 시즌3의 내용도 많이 기대돼요.

Q.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무엇이었나요.
주지훈:
전체적으로 다 마음에 들었어요. 전개가 빠르면서도 애절함과 구구절절함이 느껴져서 좋았고, 새로운 시도가 많았던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액션이 아무리 많아져도 그 본질은 잃지 않았다고 느꼈어요. 화려함에 치중하기보다는 감정선이 잘 담겼잖아요. 그리고 북녘 땅으로 갔으니 이야기가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생사초의 비밀과 아신의 역할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해요.

배우 주지훈. 사진. 넷플릭스

Q. 안현이 좀비가 된 장면이 시즌2의 백미로 꼽혀요. 현장에서는 어떤 분위기였는지 궁금해요.
주지훈:
선배님이 정말 고생하셨죠. 현장에서 감독님의 연출 고민도 컸어요. 좀비가 되면 이성과 지혜를 상심함에도 불구하고 조학주(류승룡)에게 달려가잖아요. 그 이유를 보여주기 위해 조학주의 갓에서 피가 떨어지는 것을 클로즈업하는 등 극적 장치에 대한 딜레마가 크셨어요. 연출부도 치열했고 허준호 선배님의 고생도 크셨죠. 실제 현장도 치열하고 처절했어요. 그리고 TV로 다시 보니 현장에서 본 모습임에도 전율이 일어서 육성으로 소리를 질렀어요. 다시 생각해도 그 장면이 정말 인상 깊어요.

Q. 해외에서 ‘킹덤’을 보고 우리나라의 전통 모자인 ‘갓’에 열광하고 있어요.
주지훈:
시즌1에서 예상치 못했는데 반응이 좋아서 시즌2에서는 갓을 잘 보여주는 장면을 담아보고 싶었어요. 성곽에서 밖을 바라보는 신이 있었는데, 창이가 이번엔 갓을 쓰는 장면이 없으니 무영이가 창이에게 갓을 씌워주는 모습을 보여주면 자연스럽게 갓이 드러나면서도 둘의 관계가 잘 보일 거라 생각했어요. 아이디어를 내니 감독님도 좋아하시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조금이나마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았어요.

Q. ‘킹덤’에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정말 많아요. 직접 소화해보고 싶은 다른 역할이 있었나요?
주지훈:
영신 캐릭터요. 정말 매력적이잖아요. 과거에 영화 ‘아수라’를 찍을 때 형들이 ‘내가 조금만 어려도 성모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고 하셨는데, 영신을 보니 저도 형들이 왜 그렇게 말씀하셨는지 알겠더라고요. 그리고 성별을 떠난다면 계비 역할도 기가 막히게 해보고 싶어요.

Q. 그렇다면 가장 마음에 드는 캐릭터는요?
주지훈:
역시 이창이죠. 제가 맡은 캐릭터에 마음이 가장 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요즘 SNS에서 범팔(전석호)이가 화제인 걸 보면, 역시나 인생은 범팔처럼 살아야 하는 것 같아요(웃음).

배우 주지훈. 사진. 넷플릭스

Q. 최근 ‘킹덤’과 ‘하이에나’로 호평이 잇따르고 있어요. 주목받고 있는 만큼 배우로서 감회도 남다를 것 같은데.
주지훈:
감사드릴 따름이죠. 제가 애정을 갖고 열심히 임한 작품이 사랑받는 것만큼 배우에게 힘이 되는 게 없어요. 뿌듯하고 감사하면서 설쳤던 밤잠도 잘 자게 되거든요. 좋은 반응을 보여주시니 저도 매 장면과 대사 하나 허투루 하지 않고 감정을 잘 표현하기 위해 늘 고민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바람이에요.

Q. ‘킹덤’의 향후 시즌에서 풀리길 기대하는 내용이 있다면.
주지훈:
아신의 이야기가 궁금해요. 후반부에 아신이 있는 곳에서 생사역의 발에 방울이 달려있는 모습이 나와요. 반려동물에 방울을 채워놓듯 그들을 조종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지가 없는 생사역을 아신이 활용할 수 있는 건지 궁금해지더라고요. 김은희 작가님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도 기대돼요.

Q. 시즌3에서 이창 캐릭터에 특별히 기대하는 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주지훈:
이상적인 내용보다는 현실적이면서도 자신이 가진 것들을 잘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김은희 작가님이 반전을 좋아하시는 만큼 저도 어떻게 될지 몰라 불안하지만요(웃음). 죽지 않고 잘 해나가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더 이상 동료들을 잃지 않고 싶고요.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좌절하지 않고 굳건히 나아갔으면 좋겠어요. 이야기 하다 보니 또 기대되네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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