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회장의 완승, 경영권 방어 성공하면서 향후 입지 대폭 강화될 전망
3자연합, 추천 인물 한명도 못살아남아...하지만 다시 전쟁할 것이라 공언

사진. 구혜정 기자. 편집. 김민영 디자인기자

[미디어SR 정혜원, 박세아 기자] 27일 3시간 가량 늦게 시작된 한진칼 주주총회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완승'으로 막을 내렸다.

한진그룹측에서 제안한 조원태 - 하은용 사내이사 선임 안이 모두 통과됐기 때문이다.

이날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사내이사 선임안은 2756만 9022표로 56.67%의 찬성률을 기록했고, 반대는 47.27%로 2104만 7101표에 그쳤다. 이어 한진칼 측이 제시한 하은용 사내이사 선임안도 의결 정족수를 다수 웃돌며 역시 원안대로 가결됐다. 한진칼 측 사내이사 선임안이 모두 주주투표에서 승리를 거머쥔 것이다.

하지만 조현아‧KCGI‧반도건설 3자가 연합해 구성한 주주연합(이하 3자 연합)측이 추천한 김신배, 배경태 사내이사 선임안은 둘다 부결됐다. 김신배 사내이사 후보 선임안 찬성률은 48%에 불과했다.

더욱이 함철호 기타비상무이사 선임안까지 찬성률 43.80%로 부결되면서 3자 연합 측이 내세운 인물은 단 한 명도 한진칼 이사회에 진입하는데 실패했다.

이날 주총 출석률(의결권 위임 포함)은 84.93%였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 한 주주는 조원태 사내이사 후보의 사익편취 의혹을 강하게 비판해 눈길을 모았다. 그는 “조양호 회장이 한진칼에서 대한항공을 분사시키며 대한항공의 브랜드에 어떠한 기여도 하지 않았지만 한진칼은 2000억원이라는 브랜드 사용료를 받아갔다”면서 “당시 故 조양호 회장과 함께 경영 일선에 있었던 조원태 회장은 공범에 가깝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이 주주는 이어 “이러한 조원태 회장이 과연 한진칼 경영에 어떤 가치를 제고하고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며 조원태 사내이사 선임안이 가결되기 전 거칠게 항의해 이목을 끌었다.

앞서 한진칼 주주총회는 ‘결전의 날’로 주주뿐 아니라 수많은 주식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3자 연합 측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간의 공방이 법정과 국민연금, 수탁위에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한편의 막장 드라마처럼 요동치며 주총일인 오늘까지 치달려왔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한진칼의 내부 재무구조라는 기본 펀더멘탈을 지표로 삼아 투자를 했다고 보기에는 실적이 지속해서 악화하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만 하다. 당기순손실은 2018년 177억원에서 지난해 1810억원으로 급증하며 실적 악화를 반영했다. ROE(Return On Equity, 자기자본이익률)도 2018년 -2.72%에서 지난해 -16.46%로 크게 악화된 상황이다. 

특히 투자자들은 최고점을 예측하면서 차익을 보기 위해 주총 진행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출렁이는 모습을 보였다. 안건 1, 2호 결과 발표까지 최대 전일대비 12%를 웃도는 상승률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주가는 가격 제한선까지 폭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남매간 치열한 다툼의 종지부를 찍는 순간에 투자 심리에 불이 붙이면서 3호 의안에 대한 투표에 들어가자마자 순식간에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20%를 치솟기도 했다.

주총이 2시간 지연되고 고성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표대결 전에는 최고 10%를 넘는 상승률을 보이고, 분 단위로 1%씩 상승을 기록하는 등 기이한 광경이 연출되면서 투자자들의 남다른 관심이 수치로 입증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오후 3시 12분경 조원태 사내이사 연임의 건이 가결되자 한진칼 주가는 상한가를 쳐 5만 7200원에 거래가 마무리됐으며 한진칼 거래량은 1057만주 가량을 기록했다.

이처럼 정관 변경 등의 안건 통과가 남은 상태로 주총은 진행 중이지만, 그간 투자자와 주주들이 관심을 가졌던 이사 선임 안건에서 표결 절차가 마무리되면서 3자 연합 측의 다음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CGI 측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또다른 대전을 준비중임을 분명히했다.  이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아직 명확한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임시주총이나 내년 정기 주총을 예상하고 있다"면서 "반도건설 측 지분 3.2%가 인정됐다면 김신배 사내이사는 통과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현재 3자연합 측 지분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6.49%, KCGI가 17.29%, 반도건설이 5.00%를 확보해 총 28.78%를 기록했다. 조 회장 측은 조현민 한진칼 전무와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및 특수관계인이 22.45%, 델타항공이 10.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대한항공 자가보험과 사우회 등이 3.79%, GS칼텍스도 0.25% 지분을 확보하고 있으며 2.90%의 국민연금 지분을 합치면 조 회장 측 우호 지분은 40.39%에 달한다.

한편 카카오는 주총 1주일여를 앞두고 “경영권 다툼에 개입하지 않겠다”던 입장을 한 번 더 바꿨다. 주식을 이미 매도했더라도 정기주총 의결권 1%는 유효하므로 자문사의 평가와 사업 관계를 고려해 투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가 차지하는 지분은 30.83%다. 소액주주들의 선택이 또다른 변수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으나 이변은 없었다.

#바보야, 문제는 ‘정관 변경’이야!
사실 이번 주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관 변경의 안'이다. 참여연대, 공공운수노조, 민주노총, 한국노총,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등의 단체는 이사회 정상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주총에 앞서 이날 오전 8시 30분 한진빌딩 앞에서 '한진칼 주총 기업지배구조 개선 안건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사회가 총수일가의 거수기 역할을 하지 않고 독립성을 지키며 경영진을 감시하기 위해서는 정관부터 변경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이들은 한진칼 주총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할 기업지배구조 개선 안건으로 4가지를 꼽았다. ▲제7-1호 의안 소수주주 권익 제고를 위한 전자투표제 도입 ▲제 7-3호 배임·횡령 이사의 직위 상실 등 이사자격기준 강화 ▲제7-6호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사외이사) 분리 ▲제7-7호 이사회 구성원 성(性) 다양성 보장 ▲제7-8호 보상위원회·거버넌스위원회 신규 설치 의무화, 준법감시·윤리경영·환경·사회공헌위원회 설치 가능, 각 위원회 위원장에 사외이사 임명 등 사외이사 중심 위원회 구성이다. 모두 주주연합이 제안한 정관 변경안이다.

그러나 정관 변경 안건은 특별결의사안에 해당한다. 가결되기 위해서는 출석 의결권 수의 2/3 이상 찬성, 발행주식 총수의 1/3이상 찬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에 따라 올해 상정된 정관 일부 변경 안건은 한진칼 제안이나 3자 연합 측 제안 모두 부결됐다. 

특히 전자투표제와 관련해서 3자연합은 꾸준히 도입 필요성을 주장해왔으나 이번 주총에서 결국 부결됐다. 일부 주주들은 3시간 가까이 지연된 위임장 확인 절차에 대해 강력히 불만을 표시했음에도 전자투표제는 이번 주총에서도 도입이 무산됐다. 전자투표제는 찬성률 48.19%로, 3자연합이 제안한 다른 정관 변경 건과 비교하면 찬성률이 약간 더 높은 편이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ESG(Environmental‧환경, Social‧사회책임, Governance‧지배구조)를 강화하겠다는 한진칼의 경영 목표도 실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제 7-3호 배임·횡령 이사의 직위 상실 등 이사자격기준 강화, ▲제7-7호 이사회 구성원 성(性) 다양성 보장 등 2개 안건은 사회 책임을 다하기 위한 기초적인 조건임에도 부결됐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한진칼 주총은 양측의 표대결로만 인식됐을 뿐 ‘기업 이사회 기능의 정상화’와는 아직도 거리가 멀다는 사실만 뚜렷이 각인시키는 자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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