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SR 김예슬 기자]
박인제 감독이 새롭게 연출한 ‘킹덤’은 액션에 힘이 더해지며 이전 시즌과는 다른 매력으로 완성됐다. 역동성과 액션이 더해지고, 좀비물의 장르적 특성이 더욱 강화되며 ‘킹덤’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이 나온다. 세계관을 이어가면서도 새로운 왕조의 시작을 강조하고 싶었다던 박 감독을 만나 이번 시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Q. 시즌2 연출에 참여한 이유가 궁금하다.
박인제 감독: 김성훈 감독님한테 시즌2 제안을 받았다. 저도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로서, 재미가 없으면 연출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대본을 보고 정말 감탄했다. 액션영화를 찍어본 적도 없는 초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은희 작가님의 대본을 본 뒤 연출을 맡겠다고 결정했다.
Q. 시즌1보다 역동적인 느낌이 강화됐다.
박인제 감독: 개인적으로 좀비물이라는 B급 장르의 팬이다. 그래서 ‘킹덤’을 통해 좀비팬들이 좋아할 만한 로망들을 충족시켜보고 싶었다. 그동안 좀비영화를 보며 떠올렸던 아이디어를 최대한 반영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연출에 임했다.
Q. 어떤 아이디어를 냈나.
박인제 감독: 안현(허준호)이 조학주(류승룡)의 볼을 물어뜯는 장면에서 조금 더 잔혹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5부에서 조선 어벤져스인 이창(주지훈)의 무리가 좀비를 처치하는 과정에서는 좀비 팬들에 환호 받을 만한 방법에 대해 생각해가며 작업했다.
Q. 시즌1의 김성훈 감독과 초반부엔 공동 작업을 했다.
박인제 감독: 시즌2의 1부는 시즌1의 마무리인 격이다. ‘킹덤’의 초반부 문을 닫음과 동시에 파국으로 치닫는 ‘킹덤’의 아수라장이 시작되는 문이었기 때문에 명확하게 나뉜다고 생각했다. 김성훈 감독님이 워낙 장르물의 장인이고 시즌1을 잘 만드셨기 때문에 시즌2에 부담감이 없을 수가 없었다. 시즌1에서 만든 ‘킹덤’만의 세계관이 있다. 그런 걸 이어가야 한다는 게 시작점이었다. 시리즈물 드라마는 결이 같아야 하니까 그 생각을 연출의 기본으로 두고 저 나름대로 최대한 재밌게 만들고자 노력했다.
Q. 안현이 좀비가 되는 2부의 엔딩이 시즌2 명장면으로 꼽힌다.
박인제 감독: 모두가 존경하는 안현의 퇴장인 만큼 다음 편에 대한 궁금증을 끌어올리면서도 임팩트를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나리오 자체도 충격이었지만 글을 시각화하면 결과물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실제 시나리오에서는 목덜미를 무는 걸로 돼있었지만 더욱 임팩트가 필요했다. 시청자들은 보통 인물의 눈을 보니까, 눈과 가까운 부위가 눈에 띈다고 생각해서 뺨을 무는 것으로 바꿨다. 조금 더 잔혹해보이도록 살점이 뜯겨나가는 디테일도 CG가 아닌 특수 분장으로 더욱 생동감을 살렸다.
Q. 시즌2 전반적으로 좀비와의 액션이 도드라졌다.
박인제 감독: 좀비를 어떻게 죽이고 어떤 형태로 죽는 것을 보여줄지를 여러 방면에서 생각했다. 좀비 장르는 확장성이 있지만 동시에 정형화되는 부분도 있다.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그림에서 너무 벗어나면 좀비물로서 재미가 떨어지니까 시청자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좀비와 싸우는 모습이 더욱 흥미로워 보일지 고민을 길게 했다. 그 부산물 중 하나가 안현이 조학주의 뺨을 물어뜯는 장면이다.
Q. 음악 연출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린다. 어떤 느낌을 주는 데에 주력했나.
박인제 감독: 개인적으로는 좀비 장르가 사람을 흥분시키는 요소가 있다고 생각한다. ‘킹덤1’에서는 달리는 좀비에 대한 통쾌함과 쾌감이 컸다. 시즌2에선 좀비를 죽이는 통쾌함을 음악으로서도 표현해보고 싶었다. 헤비메탈과 같은 음악으로 어두운 악의 기운을 표현해보고 싶어서 달파란 음악감독님과 함께 작업을 했다. 이번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게 세계관을 이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이질감을 주지 않으려 했지만, 엔딩에서 다른 질감의 음악이 나오는 건 기존의 왕족이 끝나고 새로운 ‘킹덤’이 시작된다는 걸 관객에게 극대화해 표현하고 싶어서다. 갑자기 너무 다른 결의 음악이 나오니 호불호가 갈리는 건 당연하다. 호불호가 갈리는 만큼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는 것 같아서 긍정적으로 생각 중이다.
Q. 전 세계에 공개되는 콘텐츠인 만큼 한국의 색채를 담으려 신경 쓴 것 같다. 특히 한옥의 대칭 구조와 색감이 눈에 띄었다.
박인제 감독: ‘킹덤’은 조선시대 배경에 좀비가 들어왔다는 문화적 충돌을 영화화 했다는 점에서 흥미를 자아내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극 장르가 처음이었지만 퓨전사극 같은 느낌을 드리긴 싫어 학창시절에 국사 공부하듯 자료를 열심히 찾아봤다. 개인적으로 종묘를 좋아하는데 그 대단한 건축물을 카메라 렌즈로 담아내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좋아하는 공간들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킹덤’을 보고 종묘에 방문하는 분들이 계신다면 뿌듯할 것 같다.
Q. 야외 전투 신이 많아서 로케이션에도 신경을 썼을 것 같다.
박인제 감독: 무영(김상호)이 죽은 자작나무 숲 신은 강원도 인제에서 촬영했다. 원래는 강가에서 최후를 맞는 것이었지만 극 중 배경이 겨울인 것과 달리 실제 촬영시기에는 강이 얼어있지 않았다. 그래서 여러 장소를 찾다가 인제 자작나무 숲을 찾았다. 그리고 궁궐 신은 현실적인 한계가 있어 컴퓨터 그래픽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Q. 이창의 삼베옷이 피로 물들며 곤룡포처럼 보인다는 반응이 많았다. 의도된 연출인가.
박인제 감독: 미술에 대해서는 딜레마가 있었다. 임금이 죽은 상황이니 모든 이들이 같은 톤의 입을 입어야 하니까 색감의 재미가 떨어질 것 같았다. 한복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환경이 아니어서 밋밋해 보일까봐 걱정했지만 좀비의 피가 옷에 묻게 될 경우 색채 대비가 극명해질 것 같았다. 모노톤에서 빨간색이 강렬하게 느껴지는 것을 생각했다. 피가 묻어서 곤룡포처럼 보인다는 것도 현장에서 생각해가며 연출했다.
Q. 중전 캐릭터의 서사가 확장된 만큼 캐릭터 연출에도 신경 썼을 것 같다.
박인제 감독: 중전은 시즌2 최대의 적이다. 화려하게 퇴장시키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임팩트를 원해서 빙판 위 전투 신을 찍을 때 좀비들 사이에서도 잘 보일 수 있도록 카메라 워킹에 신경 썼다.
Q. ‘킹덤’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박인제 감독: ‘엄마가 좋니? 아빠가 좋니?’만큼 어려운 질문이다(웃음). 누구에게도 정을 안 줄 수가 없다. 다만 좀비 역할을 해준 배우 분들에게 감사한 건 있다. 겨울에도 홑겹의 옷을 입고 조선시대 복장에 맨발로 달려야 하는 장면도 많다. 렌즈도 껴야 하고 입에 피를 머금어야 한다. 분장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 여름 촬영 때에도 겨울 배경인 만큼 땀이 나면 안 돼서 고생이 많았다. 그분들이 ‘킹덤’의 절반을 채웠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를 꼽으라면 좀비 분들을 꼽고 싶다.
Q. 시즌1에서 칼을 쓰고 마주보는 좀비가 있었다면 시즌2에서는 ‘일타쌍피’로 잡히는 좀비가 있다. 시즌1과 이어지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박인제 감독: 시즌1에서 칼을 쓴 좀비 부분이 정말 재미있었다. 세계관을 이어간다는 측면에서 시즌2에도 그런 요소를 넣고 싶었다. 극 중 좌의정과 우의정은 권력에 따라 여기 저기 붙는 얄미운 캐릭터들이다. 그런 만큼 그들의 최후가 풍자적이면서도 기억에 남길 바랐다.
Q. 시청자 반응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박인제 감독: 5, 6부에 대령숙수(남자 요리사)가 솥뚜껑을 들고 좀비를 때려잡다 결국 물리는데, 그 분이 6부에서 창이 얼음을 깰 때 동반된 좀비다. 같은 인물처럼 보였으면 좋겠지만 어두컴컴한 밤에 찍은 신이어서 잘 보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도 알아봐주신 분들이 많았다. 댓글 중에 ‘캡틴 솥뚜껑’이라는 별명을 붙여주신 분도 있어서 신기했다. 알아봐주셔서 감사하다.
Q. 시즌2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해외국가 시청 순위에서도 상위권에 들었는데, 인기 요인이 뭐라 생각하나.
박인제 감독: 그걸 안다면 제가 1000만 감독이지 않을까(웃음). 실제 조선시대 배경을 담으며 서양 좀비라는 B급 장르가 더해지며 생기는 충돌, 좀비로 인해 기득권의 탐욕이 좌절되는 것들을 흥미롭게 봐주신 거라 생각한다. 고민이 많이 들어간 작품인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