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2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 보다 10배 이상 높아
정치권이 이 문제를 소홀히 다루는 바람에 총선에 대한 관심 조차 옅어지고 있어
국회의원과 검찰 관계자들이 'n번방' 문제에 안일하게 대처한 정황 속속 드러나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선거를 코앞에 두고 충격적인 사건이 터졌다. 미성년 여성의 성착취 동영상을 텔레그램 메신저에서 회원제로 운영하며 거액을 챙기던 일당이 검거된 것이다. 더구나 핵심 운영자인 ‘박사방’ 조주빈은 불과 25세 청년이었다. 그는 해맑은 청년이 아니라 '악마'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는 검찰로 이송되기 전 종로경찰서 앞 인터뷰에서 몇몇 유명인사 이름을 거론하며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하지만 정작 수많은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았다.

아무리 이해해주려 해도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지른 용의자의 태도로는 보이지 않는다. 대다수 국민들의 분노는 그런 대목에서 활활 타오를 수 밖에 없다. 범행 수법은 더욱 가공할만한 수준이다. 피해 여성들에게 일을 준다는 명목으로 포섭한 후 섬뜩할 정도의 행위를 강요하고 이를 영상에 담아 회원들에게 공개했다. 매우 치밀하고 주도면밀하다는 점에서 범죄의 전형을 보는듯한 인상이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인권은 무참히 짓밟혔고 확인된 것만 무려 32억원의 비밀스러운 거래가 이뤄졌다고 한다. 불과 20대 중반의 나이에 비뚤어진 욕망과 일탈로 우리 사회를 충격과 분노의 도가니로 밀어넣은 형국이다.

범죄를 주도한 조주빈은 물론 가담자들도 엄벌에 처해져야 한다. 그들의 조력이 없었다면 감히 엄두조차 내기 힘든 범죄였기 때문이다. 특히 공무원이나 사회복무요원 등 공적인 신분에 있으면서 범행에 가담한 인사들은 가중 처벌돼야 마땅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용의자뿐 아니라 가입자에 대해서도 신상 공개가 이뤄지고 적법 절차에 따른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국민들의 분노는 이미 상상을 초월한다. 청와대 국민 청원에서 ‘n번방’ 용의자의 신상 공개 및 포토라인에 세워달라는 요청이 300만명에 육박한다. 텔레그램 ‘n번방’ 가입자 모두의 신상 공개를 해달라는 요청 또한 200만명에 이를 정도다. 청와대 국민 청원 중 역대 최다 기록인 셈이다. 국민들이 이처럼 엄청난 관심을 표명하고 격앙돼 있는 상황을 감안할때 빅데이터는 과연 ‘n번방’과 관련해 어떤 바닥 민심을 전달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n번방 언급량 추이

우선 엄청난 언급량이 눈에 띈다. 빅데이터 분석 도구인 소셜메트릭스인사이트에서 ‘n번방’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해보자. 지난해 말부터 가장 최근까지 트위터, 블로그, 인스타그램, 뉴스 등에서 'n번방‘으로 검색된 관심도를 측정해 본 결과 지난 3월 19일 순간 언급량이 50만 건으로치솟을 만큼 압도적인 언급량을 보였다. 그 이전에는 거의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로 언급량이 미미해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주목할 점은 지난 연말과 올들어 1월 중순 그리고 2월 초에도 약간의 언급량이 눈에 띈다는 사실이다. 이 사건은 이미 지난해 11월 본격적인 수사가 이뤄졌고 1월 중순 경과 2월 초에 몇 차례 빅데이터 상에서 반응이 있었다. 심지어 연관어 분석을 해보면 1월에 한 공중파 방송의 인기 프로그램이 중요한 연관어로 등장한다. ’궁금한 이야기 Y'라는 방송 프로그램인데 ‘박사방’을 추적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한다. 네티즌들 사이에 1월 중 ‘n번방’ 관련 추적 프로그램이 만들어진 이후 많은 관심이 모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대중들에게 알려진 것이야 최근이라지만 빅데이터상에서  지난해 12월에 움직임이 있었다고 한다면 좀 더 빨리 추적 수사를 했더라면 피해자들의 고통은 더 줄어들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든다.

n번방 감성연관어

그렇다면 ‘n번방’에 대한 감성 분석 결과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빅데이터 감성 분석은 여론 조사로 설명한다면 긍정과 부정의 의미와 연결된다. ‘n번방’을 검색으로 입력한 결과 71%가 부정적 감성을 드러내고 있다. 주요 감성 연관어는 ‘범죄’, ‘불법’ 등이다.

긍정 감성이라고 해도 구체적인 내용은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와 요구를 담고 있는 점에서 긍정 감성이지 사태 자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결코 아니다. 특히 ‘n번방’ 사태를 주시하는 네티즌들의 속내를 빅데이터를 통해 들여다보면 우리사회의 높은 인식 수준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이 충격적인 사건을 단순히 남녀 간의 성인식 차이나 ‘헬조선’이라고 불릴 정도의 힘든 환경에서 원인을 찾으면 안된다는 점을 명쾌하게 구분하고 있다는 점이 빅데이터 상에 그대로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n번방’ 사건은 사회현상이나 성인식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결코 아니다. 바로 미성년자의 성착취를 통해 돈벌이를 시도한 가장 치졸하고 극악무도한 범죄 행위가 일어났다는 사실 그 자체다. 네티즌들의 감성이 대부분 부정적으로 나타날 정도로 ‘n번방’은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국회 소회의 기록은 국회의원과 검찰 관계자들이 얼마나 이 문제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했는지 적시하고 있다.

n번방과 총선에 대한 선거관심도 비교

‘n번방’과 관련된 또 하나의 파장은 총선을 앞두고 코로나19를 제외한 모든 이슈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누구나 높은 관심을 표현하는 상황이어서 총선에 대한 관심도를 더욱 떨어지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셜메트릭스인사이트에서 관심도를 비교해 보니 극명하게 차이가 느껴졌다. ‘n번방’과 ‘총선’을 모두 대입해본 결과 3월 19일 ‘n번방’이 본격적으로 공론화 되고 난 이후 n번방에 대한 관심은 ‘총선’에 대한 관심보다 10배 이상 큰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 19로 인해 이번 선거가 공식 운동이 들어가기도 전에 ‘깜깜이 선거’가 되고 있는데 ‘n번방’이라는 메카톤급 이슈가 불거지면서 총선에 대한 관심이 국민들 마음에서 점점 더 멀어지는 모양새다.

‘n번방’ 사건은 당장 끝나서도 안되고 단시일내 끝나지도 않을 것이다. 20대 청년이 미성년자 성착취를 통해 금전적 이익을 취했다는 사실은 그 자체가 너무나 충격적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각성했더라면 이번 사태에 대해 좀 더 빨리 그리고 더욱 제대로 대비가 가능했었을 것이라는 지적에 공감이 간다. 빅데이터 상에서 지난해부터 그리고 올해 들어 1월과 2월 중에 ‘n번방’에 대한 존재가 감지됐다면 보다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지 못한 책임은 과연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n번방’에 대해 감성 분석을 했을 때 대부분이 부정적 내용이라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8년 '미투' 열풍과 같이 우리 사회의 치부와 민낯이 드러난 것 같아 부끄럽기 짝이 없다.

더 뼈아픈 대목은 ‘미투’에 대한 반응처럼 이때만 잠시라는 생각으로 곧 잊어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절대로 안된다는 점이다. 피해를 당한 미성년 여성들은 남이 아니라 우리 자녀 또는 이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더욱 분개하게 되고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일도 있다. 정치권이 이 문제를 소홀히 다루는 바람에 오히려 불과 2주일여 앞둔 총선에 대한 관심 조차 옅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다시 한 번 더 확인하게 된다. ‘n번방’에는 악마가 있었다.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되는....

필자 프로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정치컨설팅업체인 인사이트케이를 창업해 소장으로 독립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다. 요즘은 유튜브 전문가로 통한다.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과 치밀한 분석력을 갖춰 정치 판세의 핵심을 잘 짚어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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