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혜준. 사진. 넷플릭스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2’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중전 계비의 거악이다. 시즌2를 뒤흔든 중전의 존재감은 이전 시즌에서의 혹평을 딛고 선 김혜준의 열연을 통해 비로소 빛을 봤다. 보다 더 단단해진 모습으로 대중 앞에 선 그는 자신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 매 순간 노력하고 있다. 연기에 대한 의욕으로 가득 찬 그는, 기대할 수밖에 없는 모습으로, 꾸준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Q. ‘킹덤2’를 어떻게 봤는지 궁금해요.
김혜준:
시즌2가 공개되자마자 단숨에 다 봤어요. 이전 시즌의 복선이 다 드러나고 액션도 정말 화려해서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다 봤어요.

Q. 연기에 대한 호평이 계속 나오고 있어요. 이번 시즌에 임하며 새롭게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요?
김혜준:
연기를 준비하고 캐릭터를 대하는 태도는 언제나 같아요. 다만 이번 시즌에선 중전 캐릭터의 행동과 대사 자체가 달라져서 더욱 변화가 크다고 봐주시는 게 아닐까 싶어요. 시즌1에선 자신의 의도를 계속 숨겼지만 시즌2에서는 욕망을 전면에 보여주죠. 시즌1에서 보였던 부족한 부분을 발전시키고 톤을 안정적으로 잡는 데에 신경 썼어요. 심리상태를 비롯해서 시선처리와 목소리 등 캐릭터의 변화에 따라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죠.

배우 김혜준. 사진. 넷플릭스

Q. 중전 캐릭터 특성상 큰 동작 없이 목소리와 표정만으로 연기를 해야 했어요. 힘든 부분은 없었나요.
김혜준:
원래부터 중전은 움직임이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해서, 연기하며 답답하지는 않았어요. 캐릭터를 분석해보니 계비는 속으로 파고드는 성격 같았어요. 속으로 응축해놓은 성격인 만큼 움직임이나 고갯짓조차도 없었을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움직임이나 눈빛을 정적으로 표현하겠다고 생각하며 연기를 했어요.

Q. 옥좌에서 보여준 장면이 크게 회자됐어요. 특히나 중전의 비틀린 미소에서 기괴한 분위기까지 느껴졌죠.
김혜준:
표정 역시 큰 변화가 없는 인물이라 생각했어요. 속에선 여러 감정이 들끓어도 그런 걸 늘 숨겨야 하는 인물이었으니까요. 속마음이 그럴지라도 겉으론 여유로워 보이고 싶어서 그런 미소를 보여준 것 같아요. 그건 행복해서 지은 표정이 아니라 자신의 속을 숨기기 위한 것이었거든요. 저 역시도 ‘가짜 여유’라는 생각을 갖고 그 장면을 준비했어요.

Q. 눈과 입이 이질적인 감정을 담아낸다는 느낌이 강했어요. 스스로도 자신의 모습이 새롭게 느껴졌을 것 같은데. 
김혜준:
저는 제가 착하게 생긴 얼굴이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중전을 통해 서늘한 저를 보게 돼 신기해요. 열심히 노력했고, 연출을 통해서도 그런 느낌이 잘 표현돼서 그동안 저조차도 발견 못한 날카로움이 나온 것 같아요. 만족스럽고 또 새로워요(웃음).

배우 김혜준. 사진. 넷플릭스

Q. 아버지를 독살하는 것부터 궐내에 생사역(좀비)을 풀어버리는 것까지, 중전의 모든 선택은 파격적이고 또 무모했어요. 대본을 처음 봤을 때 이런 전개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김혜준:
굉장히 놀랐어요. 애송이로만 여겨졌던 중전이 아버지를 죽일 거라곤 생각조차 못했거든요. 중전이 생사역이 된다는 최후를 맞을 줄도 몰랐죠. 정말 충격적이었는데, 생각해보면 가장 알맞은 죽음인 것 같아요. 아버지인 조학주(류승룡)는 자신이 가장 무시했던 딸에게 죽음을 맞았고, 위로 올라가고자 하는 욕망이 강한 중전은 생사역이 돼 죽게 된 거잖아요. 그런 충격적인 결말이 재미있고 신선했어요. 중전의 삶으로 미루어 봤을 때, 아버지를 죽인다는 선택이 충분히 설득된다고도 느꼈고요.

Q. 계비는 중전이라는 자리에 오르고도 오빠인 범일(정석원)과 아버지인 조학주에게 무시를 당하는 캐릭터죠. 중전의 전사를 어떻게 구상했나요?
김혜준:
시즌1, 2에 잠깐씩 나오는 대사가 있어요. 아들을 낳아야만 하고, 범일과는 늘 비교를 당하며, 여자라는 이유로 늘 무시를 당하는 대목이 한두 번씩 나오거든요. 중전은 아마 평생 이런 말들을 아버지와 범일, 해원 조씨 가문으로부터 들어왔을 거예요. 평생 들어온 말들이었던 만큼 그런 대사가 일상적으로 튀어나오는 거죠. 매일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 것이어서 중전이 그런 선택을 했다고 생각해요.

Q. 생사역으로서 연기를 해본 소감도 궁금해요.
김혜준:
분장이 정말 오래 걸렸어요. 생사역의 움직임을 무용 선생님께 직접 배웠죠. 생사역 연기를 직접 해보니 좀비 역을 맡는 분들을 더욱 존경하게 됐어요. 고생하시는 건 알았지만 직접 겪어보니 생각보다도 더 힘든 일이란 걸 깨달았거든요. 시즌1, 2가 좀비 배우 분들 덕분에 쌓여왔다는 게 온몸으로 느껴졌어요. 정말 대단한 분들이세요. 감사할 따름이죠.

배우 김혜준. 사진. 넷플릭스

Q. 대례복을 입고 ‘좀비 액션’을 찍은 건 아무도 할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일 것 같아요(웃음).
김혜준:
하하. 정말 열심히 달렸던 기억이 나요. 제가 몸 쓰는 걸 좋아하거든요. 잠깐이었지만 뛰는 장면을 해보니 제대로 액션을 배워서 보여드리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어요. 마지막에 나온 대규모 전투 신을 보면서, 힘들겠지만 꼭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언젠가는 작품을 통해 제대로 된 액션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Q. ‘킹덤’의 두 시즌을 찍으면서 영화 ‘미성년’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았어요. ‘미성년’에서의 경험이 ‘킹덤’의 연기에도 좋은 영향을 끼쳤을 것 같은데.
김혜준:
‘미성년’뿐만 아니라 모든 작품을 하며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작지만 성장해나간다고 스스로는 느끼고 있죠. 현장에서 카메라 앞에 서는 태도부터 극에 적응하는 법, 큰 틀에 스며드는 과정, 캐릭터 분석과 연기 표현에 있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경험들이 쌓이고 있어요. 더 폭넓은 표현력을 키우고 연기자로서의 제 그릇을 넓히는 과정인 거죠. 그런 부분을 다음 작품에 더욱 녹이고 싶어요.

Q. ‘킹덤’에서 류승룡과는 부녀지간으로 함께 했어요. 연기에 있어서 조언해준 바가 있었을까요?
김혜준:
선배님은 저를 가르침이 필요한 어린 후배가 아닌 동료 배우로서 늘 봐주셨어요. 항상 저를 존중하고 배려해주셨죠. 도움을 요청하면 잘 이끌어 내주시고요. 제가 경력으로도 부족한 면이 많은데, 선배님이 그런 저를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올 수 있도록 이끌어주셨어요. 딸처럼 편하게 대해주셨고요. 시즌1부터 선배님 덕분에 현장에 편하게 적응할 수 있었어요.

배우 김혜준. 사진. 넷플릭스

Q. 주지훈(이창 역)과의 호흡은 어땠나요.
김혜준:
시즌1을 찍을 때부터 선배는 저를 믿어주시면서 많이 챙겨줬어요. 좋지 않은 반응이 나왔을 때도 선배가 많이 다독여주셨거든요. 시즌2에서 더 잘할 수 있으니 같이 잘 해보자며 응원도 해주셨죠. 이번 시즌에서도 본인 장면이 아님에도 제 연기를 끌어내려고 많이 도와주셨는데,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Q. 이번 시즌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이 있다면.
김혜준:
아버지와 대적하며 결국엔 죽이고 마는 장면이 강렬해서 좋았어요. 후반부에 제가 정전에 앉아있는 장면도 좋아요. 제가 멋있게 나오거든요(웃음).

Q. 극 중 사촌지간인 범팔(전석호)에 대해 중전은 어떤 생각을 했을지 궁금해요. 아버지와 범일에겐 날이 섰던 중전이지만 범팔에게만은 따뜻한 모습을 보여줬죠.
김혜준:
진심 반, 이용하려는 마음 반이었을 것 같아요. 늘 핍박받고 무시당하기 일쑤인 중전이지만 범팔은 중전에게 늘 호의적으로 대하죠. 조씨 가문 중 유일하게 중전에게 조아려주는 존재였을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굳이 날을 세울 필요가 없는 거죠. 게다가 극 중에서는 범팔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호의적인 척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연기했어요. 범팔에게는 굳이 위엄을 갖추지 않으려 해도 높은 존재로 인식되니까, 범팔을 아랫사람이라 생각하고 편하게 대하는 거죠. 감독님도 그런 생각에 동의해주셨어요.

배우 김혜준. 사진. 넷플릭스

Q. 중전 캐릭터의 존재감이 컸던 만큼 ‘K-좀비’라는 수식어 외에도 중전을 두고 ‘K-장녀’라는 표현이 나왔어요(웃음). 호평이 이어지는 만큼 감회도 새로울 것 같아요.
김혜준:
시즌1에서 미처 보여드리지 못한 중전의 서사가 이번 시즌에서 많이 풀린 덕에 중전이 가진 한에 대해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시는 것 같아요. 중전의 발칙한 행동에도 사이다 같다며 공감해주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그런 반응들이 감사했죠. 중전을 좋아해주시고 편을 들어주시니 기쁘더라고요. 하하. 개인적으로는 중전의 과거를 보고 싶은데 이번 시즌에서 퇴장하게 돼 아쉬워요. 제 캐릭터는 계속 중전, 계비라고만 지칭됐는데, 저도 제 이름이 뭔지 궁금하거든요(웃음).

Q. 이전 시즌에서 연기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가 많아서 속상했을 것 같아요. 시즌2에 임하면서는 부담감으로 작용했을 것 같고.
김혜준:
이렇게 큰 관심을 받아본 게 처음이어서 당황스럽기도 했어요.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이 컸던 만큼 속상한 점도 많았죠. 그래서 시즌2 촬영 초반엔 두려운 마음도 들었어요. 하지만 선배님들과 감독님, 작가님 모두가 저를 다독여주셔서 부담감은 금방 털어냈어요. 시즌2에 최선을 다하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으니까요. 그런 시간들 덕분에 저희 팀이 더욱 돈독해졌다고 생각해요. 찍으면서도 정말 행복했고, 여러 가지를 배운 시간이었어요.

Q. 이번 시즌 역시 큰 관심을 얻고 있어요. 스스로도 극의 인기를 체감하고 있나요?
김혜준:
가는 곳마다 저를 보면 ‘킹덤’ 이야기를 해주세요. 주위에서도 연락이 정말 많이 오고 SNS 팔로워도 크게 늘었죠. 댓글이나 쪽지를 보내는 외국 팬 분들도 많으셔서, ‘킹덤’을 전 세계의 많은 분들이 봐주시고 계시다고 느꼈어요. 감사한 일이죠. 하하.

배우 김혜준. 사진. 넷플릭스

Q. 필모그래피에서 ‘킹덤’은 어떤 의미로 남을까요.
김혜준:
제게 있어 첫 사극이자 첫 넷플릭스 작품이에요. 시즌제 드라마도 처음이었죠. 두 시즌을 하면서 좋은 이야기와 나쁜 이야기를 듣고 배우로서 책임감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어요. 제게는 다양한 의미를 남긴 작품이어서 정말 좋아요.

Q. 새 드라마인 ‘십시일반’ 출연을 앞두고 있어요. ‘킹덤’을 통해서는 연기 호평을 받고 있죠. 여러 의미에서 김혜준이라는 배우가 재조명되는 해가 될 것 같아요.
김혜준:
하고 있는 것들에 몰두하다보니 1년이 금방 흘러갔더라고요. 재미있었고 또 뿌듯했어요. 올해도 무언가를 이루려 하기 보다는 제가 하고 있는 것들을 묵묵히 잘 해나가고 싶은 마음이 커요. 단단하게 제 자신의 역량을 쌓아올리고 싶어요.

Q. 도전하고 싶은 장르가 있다면.
김혜준:
못 해본 장르나 역할들이 많아요. 아직 제가 로맨틱 코미디나 유쾌하면서 가벼운 장르를 제대로 해보지 못했거든요. 공포물에 대한 욕심도 있어요. 무엇이든지, 작품이나 역할이 재미있다면 다 해보고 싶어요. 

Q. 지난 해 인터뷰 당시 ‘가능성이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어요. 그 목표엔 어느 정도 근접한 것 같나요.
김혜준:
가능성이 있다는 말은 기대가 된다는 말과 같은 거라 생각해요. 계속 가능성 있는 배우가 되고 싶은 게 제 목표예요. 늘 기대를 충족시키고도 싶고요. 쉬지 않고 꾸준히 작품을 해나가면서 배우로서의 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지금은 한발씩 나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제 캐릭터가 작품의 의도를 잘 전달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더욱 재미있고 기대되는 연기를 많이 보여드릴 테니 꼭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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