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만기 도래 CB 1조 5600억원, 차환 발행 눈여겨봐야... 코로나19 장기화 따라 현금 유동성 부족 우려

지난 23일 코스닥 지수. 사진. 한국거래소

[미디어SR 박세아 기자] 코스닥 상장사 전환사채(CB) 시장 상황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악화를 거듭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현금 확보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CB를 받아줄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해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경고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CB는 이달 26일부터 1조 5600억원에 이른다. 

CB는 일정한 조건에 따라 채권을 발행한 회사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채권이다. 전환 전에는 사채로서의 확정이자를 받을 수 있고 전환 후에는 주식으로서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보통 CB는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어 발행 후 1년이 지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고 CB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만기 때 원금과 이자상환을 노리는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CB는 신용등급을 받지 않아도 되는 만큼 대출이나 회사채발행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쉽지 않은 기업들이 이용한다. 따라서 기존 CB를 상환하는 방법이 차환 발행 외에는 마땅치 않고, CB가 계속 발행돼야 자금 순환이 원활하게 된다. 차환 발행이 막히면 CB 디폴트(채무상황 불이행)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애초 코스닥 상장법인이 발행하는 CB는 2018년 4월 코스닥벤처펀드를 내놓으면서 늘어났다. 정부는 코스닥벤처펀드 자산 가운데 15%를 CB처럼 주식과 채권의 성격을 함께 지닌 메자닌 자산에 투자하게 했다. '메자닌(mezzanine)'이란 건물 1층과 2층 사이에 있는 라운지 공간을 뜻하는 이탈리아 말로, 채권과 주식의 중간 위험단계에 있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의미한다. 여기에 세제 혜택까지 더해 유인을 늘려왔다는 얘기다.

코스닥 CB 발행 건수는 2018년 말 기준 전년 대비 12%가량 늘어난 324건으로 발행액이 4조원에 달한다. 이듬해에는 CB발행 건수가 120건, 1조 6879억원으로 2018년보다 줄었다.

문제는 코로나19의 장기화 영향으로 주식시장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 있다. 코스닥 상장법인이 발행한 CB 전환청구 개시일이 속속 돌아오고 있지만,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투자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올해 들어 CB 발행이 취소된 것은 1450억원 규모다. 에스디시스템의 경우 올해 1월 200억원의 CB발행이 취소되고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투자자의 투자금 납입 철회에 무산됐다. 

이렇게 투자자의 변심이나 납입금 일정이 연기되면서 CB발행 조건이 더 촘촘해지거나 취소되는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어 주의를 요해야 상황이다.

주가가 전환가를 만기일까지 밑돌 경우, CB를 발행한 기업은 채권자에게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한다. 회사가 유보자금으로 CB를 상환하는 대신 차환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주식 물량이 늘어날 수 있다. 이럴 경우 기존 CB보다 많은 전환권을 부여해야 차환 발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매물 출회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코스닥벤처펀드 출시 이후 나온 CB를 잘 살펴봐야 한다"면서 "CB만기일이 다가와 빚을 갚거나 차환 발행해야 하는 곳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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