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 화상통화로 경영현안 점검회의 주재...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마스크 공급까지 직접 챙기며 독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최정우 포스코 회장, 변동성 심한 급락장에서 자사주 대거 매입나서며 책임경영에 가속페달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 24일 오전 화상으로 개최된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 SK그룹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코로나19가 지구촌에서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재계 총수들의 발걸음도 갈수록 분주해지고 있다. 코로나19탓에 현장 경영 등의 일정은 미루는 상황이지만 공격적 경영을 위해서는 하루 24시간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화상통화로 경영현안 점검회의를 주재하느라 영일이 없다. 또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바쁜 와중에도 마스크 공급까지 챙기면서 코로나19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과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자사주를 대거 매입하면서 책임경영에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은 확산뿐 아니라 재발 가능성도 크다"고 경각심을 상기시킨 뒤 사회, 고객, 회사 구성원들을 위해 새로운 안전망(Safety Net)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SK그룹측이 25일 전했다.

최태원 회장은 앞서 24일 화상회의로 열린 수펙스추구협의회에 참석,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을 보면서 그동안 SK가 짜놓은 안전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면서 “‘잘 버텨보자’는 식의 안이한 태도를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씨줄과 날줄로 안전망을 새로 짜야 할 시간”이라고 역설했다. 최 회장은 이어 “이를 위해 모든 관계사들이 기존 관행과 시스템 등을 원점에서 냉정하게 재검토해 달라”고 주문했다.

최 회장이 강조한 안전망과 관련, SK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경기지역 소재 연수원을 비롯, 인천 SK무의연수원을 코로나 환자들의 임시 생활시설로 제공한 것 처럼 고객과 비즈니스 파트너는 물론 온사회와 함께 SK가 보유한 자원과 인프라 등을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고 이를 실행에 옮기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각 사가 미증유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생존조건을 확보하는데도 힘써달라고 역설했다. 최 회장은 “시장의 어려움이 가속화되고 있는 만큼 각 사는 스스로 생존을 위한 R&C(Resource & Capability ; 자원과 역량) 확보는 물론 투자자들에게 지속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얻는데 힘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최 회장도 한 달 넘게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회사측은 밝혔다. 최회장은 재택근무로 생활 패턴에 큰 변화가 생긴 워킹 맘을 예로 들며 “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데이터 축적 등을 통해 체계적인 워크 시스템(Work System)으로 정착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말했다.

수펙스추구협의회는 SK그룹의 16개 주요 관계사 CEO들이 참여하는 그룹 고유의 경영협의 기구다. 평소 최 회장은 참석 대상이 아니지만 이날 회의에는 후반부에 직접 참여해 특별 메시지를 전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 사진. flickr

#삼성 이재용, 마스크 공급 위해 팔 걷어붙이다

지난 24일 삼성그룹은 코로나19로 인해 국내에 마스크가 부족한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국내 마스크 제조기업 생산량 증대 지원 ▲해외에서 확보한 마스크 33만개 기부 등 국내 마스크 공급 확대를 위한 긴급 지원에 나섰다.

삼성은 중소기업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경험을 바탕으로 설비를 새로 추가하지 않고도 기존에 보우한 생산 설비를 활용해 단기간에 생산량을 최대한 늘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해 추천 받은 ▲E&W(경기도 안성시) ▲에버그린(경기도 안양시) ▲레스텍 (대전광역시 유성구) 등 3개 마스크 제조기업들에 지난 3일부터 제조전문가들을 파견해 지원을 시작했으며 현장 제조공정 개선과 기술 전수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삼성은 신규 설비의 장비 세팅이 늦어진 일부 기업들을 대상으로 공장 가동을 지원하며 장비 세팅 등을 도왔다. 특히, 마스크 생산에 필요한 금형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부 제조사에 대해서는 삼성측이 금형을 직접 제작해 지원하기도 했다. 해외에 금형을 발주할 경우 수급에 최소 1개월 이상 소요되지만 삼성은 광주에 위치한 삼성전자 정밀금형개발센터에서 7일만에 금형을 제작해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삼성은 지난 2월 화진산업(전라남도 장성군 소재)에 스마트공장 전문가들을 투입해 마스크 제조라인 ▲레이아웃 최적화 ▲병목공정 해소 등 설비 효율화 방안을 지원한 바 있다. 삼성의 지원 덕분에 마스크 생산량은 하루 4만개에서 10만개로 2.5배로 껑충 뛰었다.

삼성은 각 계열사와 해외 지사 및 법인 등을 총동원해 긴급 확보한 마스크 28만 4000개를 국내로 들여와 전국재해구호협회를 통해 대구지역에 기부했다. 삼성은 지금도 미국 등 다른 지역에서 마스크 확보를 추진 중이다. 추가 물량 확보가 가능해 질 경우, 전국재해구호협회가 유통업체를 통해 이를 직접 수입할 수 있도록 연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삼성전자는 중국의 한 반도체 고객사가 직원들을 위해 사용해 달라고 보내 온 마스크 5만개를 방역 용품 부족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사회적 위기 극복에 헌신하고 있는 대구광역시의사회에 재기증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삼성은 일회성 지원이 아닌,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지원이 효과적이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는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코로나19 종식 후를 대비해 연구개발 진행 상황도 꼼꼼히 체크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부회장은 25일 오전 수원에 위치한 삼성종합기술원을 찾아 신기술 연구개발 현황을 보고 받고 차세대 미래기술 전략을 점검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차세대 AI 반도체 및 소프트웨어 알고리즘 ▲양자 컴퓨팅 기술 ▲미래 보안기술 ▲반도체/디스플레이/전지 등의 혁신 소재 등 선행 기술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또한 지난해 설립한 미세먼지 연구소의 추진 전략을 살펴보며 사회적 난제인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 개발 현황도 검토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미래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면서 "국민의 성원에 우리가 보답할 수 있는 길은 혁신이며, 한계에 직면했다고 생각될 때 다시 한번 힘을 내 벽을 넘자"고 독려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제공 : 현대자동차그룹

#책임경영 나선 현대차, 포스코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 방어에 나선 일부 대기업의 행보도 눈에 띈다. 변동성이 심한 급락장에서 기업 총수를 비롯해 임원들도 잇따라 자발적으로 회사 주식을 매입하며 책임경영 의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지난 23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각각 임원 및 주요주주 특정증권 등 소유상황 보고서를 통해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주식 매수건을 공시했다.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책임경영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이틀에 걸쳐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주식 280억원 어치를 매입했다. 이는 현대차 20만주, 현대모비스 10만 6000주 가량에 해당한다. 현대차에서는 지난주 이원희 대표이사와 서보신 생산품질담당 사장도 각각 1391주와 4200주를 매입한 바 있다.

지난 24일에는 포스코와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케미칼, 포스코ICT, 포스코강판, 포스코엠텍 등 5개 상장사의 임원들이 회사 주식 매입에 나섰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을 포함한 임원 51명은 전날까지 총 26억원 규모 1만 6000주의 주식을 매입했다. 상장 5개사의 포스코그룹 임원 89명도 포스코인터내셔널 7만 4000주, 포스코케미칼 1만 5000주 등 각자 소속된 회사의 주식 총 21억원 어치를 매입했다.

포스코그룹 측은 “임원들의 회사 주식 매입은 전 세계적으로 주식 시장이 불안정한 가운데 회사 주식이 과도한 저평가를 받고 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전달하고자 진행했다”면서 “동시에 회사 주가 회복에 대한 자신감과 책임경영의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회사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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