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가운데).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권민수 기자] 여성 성착취 영상을 유포한 텔레그램 `n번방`에 대한 분노 여론이 높다. 그러나 국민 정서에 못 미치는 성범죄 형량 탓에 `n번방` 주동자와 참여자를 잡아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9일 수원지검은 텔레그램 n번방 전 운영자 `와치맨` 전 모씨에 대해 3년 6개월을 구형했다. 전 씨는 텔레그램에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게시하고 판매한 혐의, 여성의 가슴과 성기가 드러난 사진과 동영상 1만 건을 전시한 혐의, 불법촬영물을 게시한 인터넷사이트를 운영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죄질에 비해 낮은 형량이 구형됐다고 판단한 국민들이 분노를 터트리고 있다. SNS에는 "수십, 수백 명 인생을 박살 내놓고 3년 6개월?", "죄질이 나쁜데 고작 3년형이라니 혈압이 오른다" 등 불만어린 볼멘 소리들이 분출하고 있다. 

와치맨에 대한 형량 수준이 적절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검찰은 보강 수사를 결정했다. 하지만 와치맨의 '3년 6개월'로 인해 국민은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박사` 조주빈 씨와 회원들 또한 가벼운 처벌에 그칠 수도 있다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신진희 한국여성변호사회 변호사는 미디어SR에 "과거에 비해 성범죄 처벌 수준이 많이 높아졌지만, 아직 국민 정서보다 한참 떨어진다고 본다"고 밝혔다. 

미국·영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성범죄 형량은 더욱 미미해 보인다. 미국과 영국의 성범죄 처벌 수위는 매우 강력하다. 최근 영국 버밍엄 주민 콜린 다이크는 필리핀에 있는 아동들에 돈을 주고 성행위를 시킨 혐의로 지난달 징역 22년을 선고받았다. 아동에 성범주를 사주하거나 조장한 혐의 6건, 아동 성행위에 돈을 낸 혐의 4건 등이 적용됐다. 

이는 한국과 미국·영국이 피고인의 형량을 정하는 방식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영국의 경우 피고인이 저지른 각각의 범죄마다 형량을 정한 뒤 최종적으로 형량을 합산해 선고하는 `병과주의` 방식을 채택,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십 년, 수백 년의 형량이 나오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한국은 피고인이 저지른 죄 중 가장 법정형이 큰 죄의 형을 기준으로 거기에 1.5배를 가중하는 '가중주의' 방식이다. 이에 여러 범죄를 저질렀어도 미국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형량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과 영국처럼 병과주의를 도입하면 되는 것 아니냐는 견해도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일축한다. 

신진희 변호사는 "가중주의 원칙을 변경하는 것은 한국의 법체계를 완전히 바꾸는 것이므로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하면서 "대신 각 성범죄 형량을 국민 정서만큼 크게 높이면 된다"고 제안했다. 

이에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 관련 종합 대책을 만들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n번방 회원을 전원 조사하고 철저히 수사해 가해자를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정부에 신종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철저한 근절책을 마련하라 긴급 지시했다. 

여성가족부는 24일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마련하고 관련 법률 개정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불법촬영물 유포 협박 행위, 아동·청소년에 대한 온라인 그루밍 행위에 대한 처벌 근거를 마련하고자 한다. 또한, n번방에서 문제가 된 성착취물 영상을 소지하거나 제작, 배포, 판매하는 행위도 처벌을 강화할 방침이다. 

국회 또한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5일 오전 10시 전체회의를 열고 디지털 성범죄 처벌 강화 법안에 대한 입법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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