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直說後談] '벚꽃(櫻) 놀이'와 코로나19
[김병헌의 直說後談] '벚꽃(櫻) 놀이'와 코로나19
  • 김병헌 전문위원
  • 승인 2020.03.25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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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SR 김병헌 전문위원]

사진.픽사베이   서울 남산 벚꽃

지자체들의 또 다른 고민

중국 당()나라 중기 최고의 시인 백거이(白居易)는 춘풍(春風)이라는 시에서 '벚꽃, 살구꽃,복숭아꽃, 배꽃이 차례로 피어나네(앵행도리차제개/櫻杏桃梨次第開)'라며 봄을 노래했다. 이들은 비슷한 모양의 꽃잎과 빛깔을 지닌다. 피는 시기 또한 엇비슷한 봄날의 대표적인 꽃들이다. 벚꽃이 먼저 언급됐지만 당시만 해도 동양의 한문 문화권에서 관상용 최고의 꽃은 복숭아 꽃이었다. 남북조시대(南北朝時代) ()나라 시인 도연명(陶淵明)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등장하는 무릉도원(武陵桃源)에 대한 묘사도 다르지 않다. 복숭아나무가 우거지고 복숭아꽃이 만발한 곳이 선경(仙境)이었고 이상향이었다. 이곳에서 시람들은 생명의 나무인 복숭아꽃이 핀 마을에서 세월 가는 줄 모르고 신선처럼 살았다고 묘사한다서양에서 말하는 유토피아(utopia).  ()나라 이후 봄 꽃의 선호도가 바뀐다. 우리나라 경우만 해도 복숭화꽃은 사군자중 매화나 살구꽃보다 밀렸고 벚꽃이 맨 막내였다. 벚꽃을 가장 선호하는 일본 조차 나라시대(奈良時代)까지만 해도 매화를 최고로 꼽았다. 당()나라의 관습과 제도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고려시대 이후 벚꽂에 대한 기록은 드문 편이다. 전통적으로 쓰던 궁중문양 중에만 일부 존재한다. 조선조 효종이 북벌을 계획하고 궁재(弓材)로 쓰기 위해 북한산 우이동과 장충단 근처에 수양벚나무를 대량으로 심었다는 기록 정도가 남아 있다. 시나 서화 등에서는 사군자가, 놀이나 관상용으로는 복숭아꽃과 살구꽃이 인기를 유지했다. 복숭아꽃으로 유명한 곳이 북둔(北屯)이다. 북둔도화(北屯桃花)라고 불리기도 했다.오늘날 서울 성북동 일대다. 꽃 놀이(구경)1순위가 벚꽃으로 바뀐건 일제 강점기 이후다. 당시 일본은 강점기 시절 우리나라에 벚꽃을 많이 심었지만 국화(國花)는 아니었다. 일본 왕실의 상징은 국화(菊花). 일본이 자위대나 경찰 계급장에 벚꽃을 사용하면서 상징적 의미가 강할 따름이다. 중국도 벚꽃 원산지는 히말라야이고 자국 꽃이라고 주장하지만 근거는 희박하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변수는

우리나라는 해방이후부터 많은 사람들이 벚꽃을 보고 즐기기 시작한다. 벚꽃은 매년 3월 말에서 4월 초·중순이 개화 시기다. 벚꽃의 국적이 일본이 아니라는 사실이 알려지고 우리의 꽃이라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전국의 지자체들도 앞다투어 심었다. 요즘은 어디가든 벚꽃놀이가 가능할 정도로 집단 서식지가 많아졌다. 25일 안팎의 벚꽃 시즌중에는 어림잡아도 전국 수백곳이 넘는 벚꽃 명소에 상춘객들이 북적인다. 크고 작은 지역의 벚꽃 축제까지 더하면 전국은 벚꽃놀이로 한바탕 홍역을 치르기 마련이다. 지자체 봄축제의 3분의 2 이상이 벚꽃 관련 축제일 정도다. 지난 주말부터 제주도와 남해안 일부지역에서 벚꽃이 피기 시작했다. 예년과 달리 지자체들은 벚꽃 축제를 잇따라 취소하며 "제발 오지 말아달라"면서 기를 쓰며 말리고 있다. 모두 코로나19 탓이다.

군항제로 유명한 진해는 요즘 때아닌 몸살을 앓고 있다. 창원시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군항제를 70년만에 취소했지만 상춘객들이 아랑곳않고 진해 등지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상춘객을 바리케이드로 막는 진풍경까지 벌어지고 있다. 창원시는 관광업체에 이번에는 제발 오지말아달라고 하소연 하는 공문을 보낸다고 한다. 관광객 유치에 열성을 다하던 창원시나 진해 입장에서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한편 울산시 중구 등 일부 지자체 처럼 벚꽃 관련 축제를 강행하기로 했다가 시민들의 원성을 사는 경우도 있다. 지자체들이 시민들의 눈치를 살펴가며 정책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물론 대다수 지자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벚꽃놀이 상춘객과의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축제를 이미 취소했거나 취소를 검토 중인 곳들이 대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전국적으로 벚꽃이 만개해 절정을 이루고, 관련 축제가 몰려있는 4월초를 가장 위험한 시기로 보고 있다. 야외라도 시민들이 많이 모이는 행사는 취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이들은 조언한다.

얼마전 산수유축제 구경을 다녀온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이들이 다수 발생해 방역당국이 바짝 긴장하기도 했다. 25일 현재 전세계 197개국에서 무려 41만여명의 확진자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1만8000여명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코로나19는 말그래도 치명적인 바이러스다.  국내에서도 신천지와 대구·경북을 제외하면 일반 확진환자 증가세가 여전히 예사롭지 않다. 콜센터와 요양원, 교회, PC방 등 인구 밀집 실내 장소 곳곳에서 소규모 집단발병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주일 동안 확진자가 773명이나 늘었다. 이들 장소가 3차 유행의 뇌관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다음달 6일은 초 중 고교가 개학 을 할 예정이어서 걱정이 가중된다. 정부는 지난 22일부터 45일까지  강도높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고 있다. 종교시설, 실내 체육시설, 유흥시설의 운영 중단을 강력히 권고한 것은 물론 학원, 피시방, 노래방 등도 대상에 추가할 수 있도록 했다. 생필품 구매, 의료기관 방문, 출퇴근 등을 제외하고는 외출을 자제해줄 것도 이미 요청한 상태다.

11일 오전 11시 경 신종 코로나 확산으로 한산한 서울 중구 명동 거리. 정혜원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한산한 서울 명동 거리. 정혜원 기자

벚꽃과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그동안 2주간의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해온 시민들로서는 하루하루가 답답할 것이다. 봄 향기에 취해 야외로 나가 일상의 답답함과 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자 하는 것은 어쩌면 인지상정(人之常情)일 것이다. 최근들어 휴일에 대도시 근교 공원이나 근처 산을 찾는 시민들이 적지 않아 얼핏 이해는 되지만 우려가 가시지 않는다. 이런 와중에 벚꽃 놀이까지 가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것도 단체로 떼를 지어 간다면... 그후 일어날 일은 상상조차 하기 싫다. 

봄이면 계절적 일상처럼 되어버린 벚꽃놀이는 산보나 근교 등산과는 차원이 다르다. 버스를 대절해 대규모로 나서는 원정놀이는 차치하더라도 서울 여의도 윤중로나 남산 벚꽃구경만 떠올려도 얼마나 많은 인파가 몰릴 지 상상이 간다. 평소 3월말부터 4월초에 상춘객들이 몰리는 곳이 거의 벚꽃 관련지역이라는 사실은 우려를 더해주고 있다. 아무리 야외라 해도 정부가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종교시설의 실내 집회의 밀집도를 넘어선다. 하물며 유명 벚꽃 관광지는 오죽할까?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지 않을 경우 시설 폐쇄와 구상권 청구 등 강력한 법적 조처를 취하겠다고 단언하고 있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영업을 중단해야 하는 소상공인이나 임시·일용직 노동자등 어려운 이들도 경제적 충격이 배가됨에도 사회적 거리두기에 기꺼이 동참하는 상황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방역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선택인 셈이다. 이번에 코로나 확산을 확실하게 잡지 못하면 쓸 수 있는 모든 정책을 동원해도 경제는 살아나기 힘들다. 치료제도 아직 나오지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최고의 차선책이기 때문이다.

서경(書經) 군아(君牙)편에 마음은 근심스럽고 위태하여 호랑이 꼬리를 밟고 봄의 살얼음 위를 걷듯이 한다(심지우위 약도호미 섭우춘빙/心之憂危 若蹈虎尾 涉于春氷)”이라는 말이 있다. 중국 주()나라 목왕(穆王)은 신하인 군아(君牙)에게 선정(善政)의 어려움을 이렇게 토로했다. 항상 마음을 가다듬고 호랑이꼬리를 밟거나 봄철의 살얼음을 건너가는 심정으로 정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잠시라도 편안할 틈이 없다는 의미다. 지금 우리 정부도 같은 심정일 것이다. 모두가 힘을 보태 개인의 생명과 공동체 안전을 위해 2주간만 더 참아보자. 벚꽃놀이도 당연히 내년 봄으로 미루자. 봄은 왔지만 여전히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우리 '마음'에는 이미 봄이 왔다. 하지만 '몸'만은 코로나19를 완전퇴치할 때 까지 엄동설한 겨울처럼 냉정을 유지해야 한다.

김병헌 전문위원 biemms@medias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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