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직원 50% 무급 휴직 의무에 비행기 '올스톱'까지...항공사들 코로나19 버텨낼까

항공사 CI. 사진. 각 사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코로나19의 팬데믹 선언에 이어 미국과 유럽에서 확진자 수가 늘고 있는 가운데 항공업계 전체가 ‘셧다운’될 위기에 처했다.

24일 아시아나항공은 다음달에도 생존을 위한 특단의 자구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모든 직원들이 오는 4월, 최소 15일 이상의 무급휴직에 들어갈 예정이다. 모든 직원이 최소 10일 이상 무급휴직을 실시했던 지난 달보다 더욱 강화된 조치로, 휴직 대상도 조직장까지 범위가 확대됐다.

임원들도 급여 10%를 추가 반납해 기존 급여의 40%만 받기로 했다. 지난 16일부터 운항이 중단된 A380(6대 보유) 운항승무원들도 고용유지 조치의 일환으로 유급 휴직에 들어갔다.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로 인해 공급좌석 기준으로 국제 여객 노선이 약 85% 축소됐으며, 4월 예약율은 전년대비 90% 가까이 급감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상황으로서는 최소 70% 이상의 유휴 인력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그에 따라 불가피하게 전 직원 무급 휴직 확대라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스타항공은 오늘부터 국내선과 국제선 모두 ‘올스톱’했다. 국적 항공사 가운데 첫 사례로, 오늘부터 다음 달 말까지다. 전체 38개 노선의 항공기 운항을 전면 중단하면서 남는 인력도 조정하기로 했다.

예약승객에게는 제주항공 대체 편을 안내하고 있는 실절이다. 업계는 이스타 취항지가 일본과 중국에 몰린 데다, 국내선 대부분이 제주항공과 겹쳐 운항 중단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뿐 아니라 4월부터는 한 달간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휴직에 들어간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은 “노사협의회를 통해 조정 대상과 방식을 정할 것”이라며 “회사 존립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사내게시판에 전했다.

또 다른 LCC(저비용항공사, Low Cost Carrier)인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도 국제선 운항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비행기를 띄울 수록 손해를 보는 현실이다보니 달리 선택지가 없어 보인다.

지난달 LCC가 요구한 긴급 자금 수혈이 어느 정도 이뤄지긴 했지만 아직도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 업계의 한숨섞인 호소다. 산업은행은 지난 17일 티웨이항공에 대한 긴급 운영자금 60억원을 무담보로 승인했고,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에 대해서도 각각 아시아나항공을 통해 200억원, 140억원을 각각 지원했다.

국내 최대 항공사인 대한항공도 비상 상황으로 내몰린 것은 마찬가지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항공업계 전체가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며 “대한항공도 승무원부터 직원들 다수가 최대한 연차를 소진하도록 장려 중이고 재택 근무도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의 국제선도 현재 80% 가까운 노선이 운항 중단됐을 정도로 사태가 심각하다.

코로나19로 불어닥친 항공업계의 악몽은 언제 끝날지 기약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확진자가 줄어든다고 해도 당장 위축된 여행 수요 감소가 일순간에 회복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컨설팅업체 CAPA 항공연구소는 각국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면 전세계 대부분 항공사들이 5월 내로 파산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CAPA 항공연구소는 "재앙을 피하려면 지금 당장 정부와 항공산업 간 조율된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항공기들이 묶이면서 (항공사들의) 현금 보유분이 급속히 바닥나고 있고, 그나마 운항하는 항공기들도 좌석의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 제주항공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앞이 캄캄한 상황임에도 항공사들은 저마다 위기를 기회 삼기 위한 노력으로 분주하다. 아시아나항공은 오늘 자구책을 발표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급격한 경영 여건의 변화를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기 위해 전사적인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은 여객기 공급 감소로 인해 늘어난 국제 화물 수요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현재 화물기 14대(자사기 12대, 외부 임차 화물기 2대)를 철저한 수요 분석을 통해 탄력적으로 운영 중이다. 또한, 지난 18일부터 호찌민과 타이베이 노선에 여객기를 활용해 화물을 운송하는 벨리 카고(Belly Cargo) 영업을 실시 중이며, 추가 노선 확대를 검토 중이다.

대한항공도 베트남 호찌민에 지난 13일부터 20톤의 화물을 탑재할 수 있는 A330-300 여객기를 투입해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들의 긴급 물량과 한국발 농산물 등의 화물을 수송하고 있다.

또한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위기를 ‘항공기 정비 강화’를 위한 기회로 삼고 주기된 항공기 정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운항 노선이 줄어들면서 4월에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72대 중 약 50대 이상이 주기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존 중정비 일정을 앞당겨 코로나19 종식 이후 수요 회복에 대비하고 있다. 실제로 아시아나항공은 3월에 항공기 중정비 작업을 계획대비 16.7% 조기 수행했다.

‘틈새 수요’를 포착해낸 에어부산은 제주 노선을 깜짝 증편했다. 에어부산은 오는 28일까지 김포~제주 노선은 2회에서 3회로 증편하며, 부산~제주 노선은 매일 3회에서 5회로 증편해 1만 6280석을 추가 공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증편으로 에어부산의 제주행 총 운항은 440편 늘어났다.

한편 수요가 회복된 후에 ‘슈퍼 LCC’로 이름을 올리겠다는 제주항공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가 마무리되면 이스타항공 주식 취득을 통해 경영권을 인수, 이스타항공의 경영 정상화에 직접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마무리하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선 시장 점유율은 24.8%까지 오르고, 국제선의 경우 19.5%로 상승한다. 이는 국내선 점유율이 대한항공(23.6%)보다 높으며, 국제선의 경우 아시아나항공(23.0%)에 근접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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