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군 "향군상조회 매각에 대한 로비 의혹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악의적으로 거론한 것"
대한민국 재향군인회, 향군 상조회 인수한 컨소시엄측을 배임및 사기죄로 정식으로 고소해
컨소시엄측은 향군 상조회 인수후 두달도 채안돼 보람상조에 재매각해 60억 웃돈 챙겨 먹튀

대한민국재향군인회 로고. 사진. 대한민국재향군인회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재향군인상조회컨소시엄(이하 컨소시엄)’이 향군 상조회를 320억원에 인수했으나, 계약 조건을 위반하고 380억원에 보람상조에 재매각하면서 인수와 매각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컨소시엄의 핵심 인력이 라임사태와 관련된 인물이어서 선납금을 낸 회원들의 우려는 갈수록 커져가는 상황이다.

대한민국재향군인회(회장 김진호 - 이하 향군)측은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매각했다며 지난 17일 컨소시엄 측을 상대로 계약을 위반한 책임을 물어 배임 및 사기죄로 고소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향군인회는 향군 회원들의 선납금을 받아 운영한다. 향군은 국내 최대 안보단체로 1000만 회원과 읍‧면‧동까지 아우르는 전국적인 조직을 보유하고 있다. 향군 산하업체들이 사업을 통해 얻은 수익금은 연말에 국가보훈처를 통해 보훈성금으로 납부했다가 세금 감면 후 돌려 받아 다양한 안보활동 등 조직 관리와 목적사업을 주로 추진한다. 

향군은 회원들의 복지와 편의를 위해 10여년 전 상조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업체간 치열한 경쟁과 영업환경 악화로 최근 3년간 적자가 지속돼 누적적자가 330억원에 이르게 됐다. 이에 향군 회원들에게 혜택을 제공하기는 커녕 오히려 재무 부담이 된다고 판단해 불가피하게 상조회를 매각키로 결정한 바 있다.

향군은 공개 매각 과정에서 총 4개사가 입찰에 응해 향군상조컨소시엄이 320억원을 제시하고, 보람상조가 311억원, 쌍방울이 280억원을 인수가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향군은 이 가운데 최고가를 제시한 컨소시엄을 우선협상자 1순위로 선정했다. 컨소시엄 또한 향군수익사업 심의기구인 복지사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인수가 결정됐다.

하지만 컨소시엄측은 이달 4일 향군상조회를 보람상조에 재매각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60억원의 웃돈까지 얹어서 팔아버렸다. 불과 한달여만에 컨소시엄측이 60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차익을 꿀꺽 삼키며 '먹튀'를 한 셈이다. 컨소시엄측이 향군 상조회를 인수한 날짜는 올해 1월 9일이며, 재매각한 날짜는 3월4일이다.

문제는 컨소시엄측의 향군상조회 재매각이 인수 계약 당시의 조건을 위반했다는 점이다. 향군은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컨소시엄에 △고용승계 △3년간 상조업 유지 △주식양수도 금지 △주요자산 매각 금지 등을 계약 조건으로 내세웠다. 컨소시엄은 이같은 향군의 요구 조건을 모두 수용할 것을 확약해 지난 1월 초 계약을 체결했다.

향군은 자료를 통해 “인수사인 컨소시엄이 3년 내 주식양도 금지 조항 외 계약 규정을 위반하고 기습적으로 보람상조에 재매각을 추진했다”면서 “계약조건을 위반한 컨소시엄 측에 지난 17일 ‘사기행위’로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향군상조회가 로비를 받고 컨소시엄에 매각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향군상조회를 인수한 컨소시엄의 일부 관계자들이 최근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가 불거진 라임 펀드 사건의 핵심 인물들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 향군상조회가 뒷거래를 한 것이 아니냐는 터무니없는 의심을 사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향군측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제대로 수사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재향군인회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매각 전권을 주간사에 맡기고 향군 측은 보고만 받았을 뿐”이라며 “당초 누적된 적자로 인해 상조회를 매각키로 결정했기에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컨소시엄을 우선협상 대상으로 선정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고 합리적인 판단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향군은 국가보훈처와 국회로부터 매년 감사를 받고 있는 공법단체로, 매각 계약을 추진하는 당시에도 복지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했던 점을 들어 이러한 의혹이 성립하기 어려운 의사결정 구조임을 강조했다. 상조회 측은 “어떠한 세력도 중간에서 로비를 하거나 업무에 개입할 여지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명확히 밝힌다”고 당부했다.

향군은 지난해 7월부터 상조회 매각을 비공개로 추진한 바 있다. 1차 입찰 당시 총 3개사가 입찰에 응했으나 2개사가 입찰보증금을 납부하지 않아 무산됐고, 2차로 비공개 매각을 재추진할 당시에는 메트로폴리탄 외 2개 회사가 인수 의사를 밝혀왔다. 그 중 메트로폴리탄이 우선 협상 대상으로 선정했으나 복지사업심의위원회에서 라임자산운용과 연관됐다는 의혹이 있고, 재무구조가 좋지 않다는 점을 지적해 인수가 무산됐다.

향군은 입장자료를 통해 비공개 매각을 추진한 이유로 “매각에 따른 회원들의 동요 및 대량 이탈로 인한 영업 손실을 우려하여 비공개 매각으로 추진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1, 2차 매각 추진과정에서 상조회 매각 사실이 알려지면서 상조회 노조의 반발로 보안 유지가 불가능해짐에 따라 향군은 지난해 12월 이사회 의결을 거쳐 경쟁입찰을 통한 공개 경쟁 매각을 추진했다.

#상조회 매각대금은 어디로?

컨소시엄측은 라임 펀드 정상화를 위해 향군 상조회 자금을 노리고 인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컨소시엄 측은 지난 1월 말부터 회원들의 선납금을 예치해둔 은행을 수차례 찾아가 예치금 반환을 요청하며 관계자들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할부거래법에 따르면 회원들의 선납금을 인출하기 위해서는 3가지 조건이 있었으나 컨소시엄 측은 어느 요건도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은행 측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의견 조회 요청을 넣었고 공정위가 최종 거절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거래위원회 홈페이지 선불식 할부거래업자 정보공개에 따르면 재향군인회상조회가 상조회원으로부터 미리 받은 선수금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3132억7600여만원으로 이중 50%에 해당하는 1566억4000만원을 하나은행에 예치하고 있었다.

상조회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2018년 12월말 현재 장례사업예수금(부금선수금)은 2976억 8000여만원으로 선수금 50% 보전을 위해 1486억 9700여만원을 하나은행 정기예금으로 예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향군상조회에 따르면 해당 컨소시엄측은 비피도, 비즈제이, 비즈제이홀딩스, 오뉴이노베이션 등 4개 회사가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특수목적법인(SPC‧Special Purpose Company)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비피도는 코스닥 상장회사로 비피더스 유산균 등을 중심으로 한 마이크로바이옴 업체이며, 비즈제이는 홈쇼핑 업체, 오뉴이노베이션은 소프트웨어 업체다. 이 가운데 오뉴이노베이션은 농업회사법인주식회사 골든힐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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