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직해보이면서도 진정성 넘치는 '사람 경영'...잘못된 관행은 과감히 벗어던져
CSO(의약품 판매대행) 영업방식 도입이 매출 증대에 효자노릇 톡톡히 한 비결
"글로벌 제약사로 거듭나는 것이 꿈"...기능성 화장품 제조 등 5대 신사업 진출

박재형 메디포럼제약 대표.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박세아 기자] 매출액 364억원, 영업이익 14억원. 메디포럼제약의 2019년 성적표다. 절대적 수치로 보면 그다지 놀라울 것은 없다. 하지만 2018년 매출액이 200억원임을 감안하면 매출 성장세가 무려 82%에 이른다. 더욱이 5년만에 일궈낸 적자 탈출이라는 점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라 해도 좋을 듯 싶다.

메디포럼제약(대표 박재형)은 2016년을 제외하고 지난 5년간 지속적으로 영업 적자를 내면서 힘겨운 시기를 버텨왔다. 하지만 지난해 흑자전환과 함께 매출을 확 키우면서 비로소 제약업계에서 주목하는 업체로 키워냈다. 이같은 실적을 만들어낸 주인공은 바로 최일선에서 혼신을 다해 진두지휘하면서 회사를 이끈 박재형 메디포럼제약 대표다.

씨트리가 지난해 바이오기업 메디포럼에 인수된 이후 메디포럼제약으로 사명을 바꾸면서 새로운 도약의 단초가 마련됐다.

송파구 문정동에 자리잡은 메디포럼제약 신사옥은 분위기 좋은 카페테리아를 연상시키는 널찍하고 확 트인 로비부터 매우 인상적이었다. 

23일 만난 박재형 메디포럼제약 대표는 로비를 손으로 가리키면서 "직원들과도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관계를 원하다 보니 로비도 시원하게 텄지요"라며 활짝 웃는다.

박 대표의 활짝 웃는 웃음 역시 인상적이었다. 박 대표는 `사람을 중시하는 철학'을 가진 CEO로서의 느낌이 강했다.

메디포럼제약의 경영진이 바뀌었음에도 빠른 시일 안에 경영이 안정화되고 매출 측면에서도 큰 성과를 낸 것은 바로 박대표의 '사람 경영'이라는 경영철학과 신조가 빛을 발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 대표는 경영진 교체 직전에 근무했던 사원들을 챙겨야 한다는 일념으로 완전 고용승계를 추진하고, 수직적인 사내 문화를 타파하는 데 앞장서왔다. 그 결과 직원들과 솔직하게 마음으로 소통하는데 그다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 기존 직원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주는 동시에 직원들이 자신의 전문적 역량을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분위기를 자연스레 가꿔나갈 수 있도록 했다.

대학 시절 `평등`이라는 가치와 '철학 탐구'에 나름의 재미를 느꼈던 박 대표는 졸업 후 첫 직장으로 삼성물산을 선택했다. 하지만 서른살이 넘어 뒤늦게 사법고시 대열에 뛰어들었다. 경제학도(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출신으로서는 다소 이례적으로 법학 공부라는 모험에 도전한 셈이다. 그는 사법고시 합격후 검사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검사 출신에 대한 막연한 선입견과는 달리 박 대표의 첫인상은 매우 부드러웠다. 유연한 경영스타일이 몸에 밴듯 만남 자체가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어떤 경우에도 사람을 챙기고 최우선시한다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우직해보이기도 했지만 박 대표의 경영철학에서는 인간미가 짙게 느껴졌다. 조직이란 유기체처럼 한데 어우러져야 살 수 있다는 박대표의 신조에서는 특유의 '열린 사고'가 엿보였다.

박 대표는 기존 제약사들의 리베이트 관행에도 과감하게 철퇴를 내릴 정도로 우직하면서도 칼날같은 경영관을 간직하고 있었다. 아니 온몸으로 실천하고 있었다.

박재형 대표는 "기존 제약사의 밀어내기 매출을 근절하는데 많은 힘을 쏟았다"고 역설했다. 그는 CSO(의약품 판매대행) 영업방식을 도입한 것이 오히려 매출 증대에 효자노릇을 톡톡히하기도 했다며 미소지었다.  

박 대표는 "밀어내기 매출을 없애고 부실채권 0%를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CSO영업을 도입해 유통 비용을 절감했기에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박대표는 기존 제약사들의 CSO영업방식이 오히려 또 다른 리베이트의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게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그것은 확실하게 관리만 하면 얼마든지 문제점들을 고쳐나갈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검증되지 않은 거래처와는 거래를 하지 않을뿐 아니라 정기교육과 더불어 계약 당시 리베이트 관련 규정을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위반 사항에 대해 책임을 확실히 묻는 조항을 포함하는 등 철저한 대비를 했다는 것이 박대표의 설명이다. 박 대표의 자신감 이면에는 많은 공을 들인 노력의 흔적이 녹아있었던 셈이다.   

박 대표는 "그전의 영업구조는 위탁제조판매 형식 즉 큰 제약사가 주문을 내면 생산해서 판매하는 OEM 방식이었다"면서 "하지만 이제는 자체 신약을 개발하고 생산하는데 주력하기 위해 CSO영업으로 전환하면서 전반적인 체질 개선을 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박재형 메디포럼제약 대표가 23일 서울 송파구 메디포럼제약 신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구혜정 기자

박대표의 꿈은 간결하면서도 확고해 보였다. 그는 "글로벌 제약사로 거듭나는 것이 꿈"이라고 답했다. 국내 시장을 뛰어넘어 장기적으로는 지구촌에서 이름만 대도 누구나 알아주는 그런 국제적인 제약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지금은 작은 제약회사에 불과하지만 지속적인 체질개선을 통해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만들어내면 얼마든지 글로벌 제약사로 우뚝 설 수 있다는 것이 박대표의 구상이다. 세계적으로 실력을 갖춘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는 메디포럼제약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는 우선 제네릭 의약품 생산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런 연후에 글로벌 제약 회사를 염두에 두고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R&D에 주력한다는 복안이다. 

신사옥 이전도 그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다. 당초 경기도 남양주와 춘천에 이원화돼 있던 R&D 조직을 남양주로 이관하면서 신사옥에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관리인력을 상주토록 한 것이다. 

박대표는 전문적 역량을 갖춘 사외이사를 모시는데도 남다른 공을 들였다. 씨트리는 지난해 11월 29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3명의 사내이사와 2명의 사외이사 그리고 감사 1명을 선임했다. 현재 메디포럼제약의 사외이사로 있는 박태현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와 김우현 전북대 의대 교수는 특히 박 대표가 삼고초려의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사외이사를 수락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표는 "두 분 모두 세계적인 전문가로 메디포럼제약의 성장과 새로운 도약을 위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해주시고 있다"며 경의를 표했다. 그는 이어 "건실한 파이프라인을 구축하는데도 큰 도움을 주실 것으로 믿는다"면서 기대감을 나타냈다. 박대표의 말 한마디 마다 사람을 중시하고 특히 전문가들을 충심을 다해 모시고 배려한다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메디포럼제약은 모회사인 메디포럼과 함께 현재 5개의 신약후보물질과 4개의 플랫폼 기술 등 총 9개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새로 도입할 계획인 신약후보물질 가운데 치매 치료제 `MFP-40(개발명)`은 미국 임상 3상을 비롯해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천연물 기반 치매 치료제 `PM-012(임상 2b상·3상)`와 비마약성 진통제 `MF-018(임상 2상 승인 완료)`, 척수 소뇌변성증 치료제 `MFP-004(임상 4상)` 등은 국내에서 임상을 진행하고 있거나 준비 중이어서 향후 새롭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박 대표는 신약 후보 물질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치매 치료제와 항생제 내성 치료제를 세계적 기업으로부터 도입할 계획이라는 박대표의 말에는 확신과 자신감이 배어있었다. 

박 대표는 2020년 메디포럼제약의 사업 다각화를 위해 5대 신사업에 진출할 계획임을 밝히기도 했다. 기능성 화장품 제조, 한방의약품의 제조·판매, 건강기능식품 제조·판매, 동물의약품 제조, 의료기기 제조 등이 바로 그것이다.

박재형 대표는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상황인 것처럼 메디포럼이 메디포럼제약으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경영상 어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제는 모든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는 과정에 있다"면서 "제네릭 사업을 기반으로 신약 개발과 함께 중견 제약사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다져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대표가 '글로벌 제약사'라는 자신의 꿈을 이루는 순간, 대한민국 제약업계가 한단계 더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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