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주요 은행장들과 코로나19 대응 간담회를 연 은성수 금융위원장(오른쪽). 사진. 금융위원회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23일 주요 은행장들을 만나 20조원 규모 시장 안정 펀드 조성 논의를 이어감에 따라  금주 내 구체적인 규모 및 시행 시기가 확정될 전망이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20일에 이어 이날 김태영 전국은행연합회장 및 주요 은행장들을 다시 만나 채권시장안정펀드, 증권시장안정펀드 등 금융시장 안정 대책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날 미디어SR에 "지난 20일 논의된 내용에 대해 은행장들과 협약식을 진행하는 자리"라면서 "이날 구체적인 채권안정펀드, 증시안정펀드 규모나 시행 시기가 발표되기는 이르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앞서 지난 20일 코로나19 관련 은행권 간담회를 열고 총 20조원 규모의 채권안정펀드, 증시안정펀드 조성에 대해 논의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금융권은 채권·증시안정펀드 마련에 공동으로 참여해 각각 10조원, 515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한 바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에도 은행권이 중심이 돼 10조원 규모 채권안정펀드 조성에 기여할 것을 합의했다. 다만 10년 전과 비교해 채권 시장 규모가 늘어난 만큼 자금소진 추이를 봐가며 증액을 결정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책임 있는 역할이 중요하다"면서 은행권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한편 지난 20일 이후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펀드 조성 규모에 관해 지속해서 논의한 결과, 신한·KB·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별로 2조원씩 출자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이날 미디어SR에 "증시안정펀드에 관해 1조원 규모로 당국에서 요청받은 바 있다"면서 "다만 채권안정펀드는 아직 요청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이날 주요 은행장들을 만나 지난 20일 논의한 사안들을 명문화해 협약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금융당국과 은행장들은 구체적인 증안펀드와 채안펀드 규모, 시행 시기 논의에 속도를 내 이번 주 내 발표할 방침이다. 채안펀드는 이미 10조원 규모로 조성하기로 약정해 비교적 빠르게 진행될 예정이지만, 증안펀드의 경우 논의가 좀 더 필요하다.

다만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증시 변동성이 극대화됐다는 점에서 증시안정펀드 참여에 대한 금융권의 부담이 매우 큰 상황이다. 주가 하락으로 막대한 손실을 볼 경우, 주주들로부터 배임 등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간 금융사들이 출자하는 증시안정펀드는 1990년 4조원 규모로 조성됐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조성되지 않았다. 2008년에는 한국거래소 등 4개 유관기관이 5150억원의 자금을 마련해 투입한 바 있다.

은행들이 자본건전성 등 우려에 펀드 출자 규모 증액에 관한 입장이 난처해지자, 금융당국은 이러한 금융시장 안정대책이 은행 자본건전성, 경영평가 및 담당 직원의 성과 평가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면책조치 등의 노력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채권안정펀드는 채권시장 경색으로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고 있는 기업들의 유동성을 지원하고, 국고채와 회사채의 과도한 스프레드 차이를 해소하기 위해 설립된 펀드다. 지난 2008년 국내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 증권유관기관 등 총 91개사가 참여해 10조원 규모로 조성됐다.  

증시안정펀드는 증권시장 안정화를 위해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금융투자협회 등 증권 유관기관들이 자금을 출자해 필요시 일정 금액을 투입해 증시를 안정시키는 방식이다. 증시안정펀드는 증시가 회복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운용하고, 개별 종목 주가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시장 대표종목이나 지수상품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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