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ITC 판결문 "SK이노베이션 악의적인 증거 인멸," 지목
미 ITC 판결문 "SK이노베이션 악의적인 증거 인멸," 지목
  • 정혜원 기자
  • 승인 2020.03.23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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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간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 SK이노측 조기패소로 귀결 될듯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제공 : LG화학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제공. LG화학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SK이노베이션이 악의적인 증거인멸 행위로 재판을 방해했다"는 내용을 판결문에 적시함에 따라 SK이노베이션에 비상이 걸렸다.

ITC는 지난 2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간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관련, LG화학의 주장을 받아들여 조기패소(Default Judgment) 예비결정을 선고한 바 있다. LG화학이 지난 22일 공개한 ITC의 예비결정 판결문에는 조기패소의 근거가 다수 포함돼 있다.

판결문은 SK이노베이션의 행위가 미국법상 증거인멸에 해당하는 정황을 여러 건 확인했다고 밝혔다. ITC는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특히 증거인멸 행위에 매우 민감하다”고 전제하면서 “이번 소송은 증거인멸과 포렌식 명령 위반으로 인해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This investigation suffers from both spoliation and contempt of a such an order)”라고 명시하며 LG화학의 손을 들어줬다.

영업비밀 침해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어떤 정보를 얼마만큼 탈취했는지가 관건이다. 인멸된 증거는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의 소행이라고 지목해 주장했던 영업비밀 침해와 거의 모든 부분에서 직접적인 관련이 있거나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결문은 적시했다. 판결문은 이같은 점을 근거로 "LG화학은 물론, 판사 조차 공정하고 효율적인 재판을 진행할 수 없게 됐다"면서 그 이유로 "이같은 피해는 SK이노베이션의 의도적인 행위에 따른 결과가 명백하다"고 판시했다. 

특히 ITC는 이번 조기패소 결정이 단순히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처벌뿐 아니라 "다른 사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사한 위반 행위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거인멸 행위에 있어서 SK이노베이션을 반면교사로 삼겠다는 의도다.

사진. 미국 ITC
ITC는 조기패소 판결문에서 "이러한 상황에서 적합한 법적제재는 오직 조기패소 판결뿐임(Default is the only appropriate remedy here)"이라고 밝혔다. 사진. ITC

판결문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4월 9일부터 증거 보존 의무가 발생했음에도 소송과 관련된 문서를 삭제하거나 삭제되도록 방관했다.

구체적인 증거도 판결문에 제시되어 있었다. 지난해 4월 12일 작성된 엑셀 시트에는 ‘LG’, ‘L사’, ‘경쟁사’ 등의 키워드가 포함된 LG화학 관련 삭제된 파일 980개가 나열돼 있었으며, 관련 자료의 삭제를 지시하는 메일 본문도 첨부돼 있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의 LG화학 전직자가 2018년 작성한 내부 이메일에는 '이런 것을 가지고 있으면 안 되나?'라는 내용과 함께 LG화학 소유의 양극 및 음극 관련 상세한 배합과 사양에 관한 자료가 첨부됐다.

LG화학 관계자는 “조기패소 판결이 내려질 정도로 공정한 소송을 방해하고 수 년간 영업비밀을 탈취해 사용한 것은 물론 이를 삭제하거나 숨긴 SK이노베이션의 행위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남아 있는 소송절차에 끝까지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Isn't it okay' 사진. ITC
LG화학 전직자는 '이런 거 가지고 잇으면 안되나?(Is it not okay if I have this?)'라며 LG화학의 양극 및 음극 관련 상세한 배합과 사양에 관한 자료를 SK이노베이션 측에 공유함. 사진. ITC

#최종판결 남았는데, 그 전에 합의할까?

조기패소 판결이 내려졌지만 양사 간 소송이 마침표를 찍은 것은 아니다. 오는 10월 5일까지 ITC 위원회의 ‘최종결정(Final Determination)’과 60일간의 대통령 심의 기간이 남아있다. 다만 최종결정에서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하다. ITC의 2010~2018년 통계에 따르면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경우, 모든 사건에서 ITC 예비결정이 최종결정으로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 심의 기간 동안에는 SK이노베이션이 공탁금을 내고 수입금지 효력을 일시 중단할 수 있다. 업계는 이번 소송을 통해 알려진 증거 인멸 정황과 남은 증거가 광범위해 전체 피해 규모를 산정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공탁금은 피해 범위와 정도에 따라 산정된다.

이번 판결로 SK이노베이션은 난감한 상황이 됐다. 미국 조지아주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으며 ,최근 2공장 투자 계획까지 밝힌 상황에서 궁지에 내몰리게 됐기 때문이다. 만약 ITC의 최종결정으로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하게 되면 LG화학의 2차전지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과 모듈, 등 관련 부품·소재까지도 미국 내 수입금지 효력이 발생한다. 조지아주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품도 모두 영업기밀을 침해한 기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므로 판매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남은 시일 중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합의가 성사될지에도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그간 ITC 분쟁 전례를 살펴보면 최종결정 전에 양사간 합의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사실상 LG화학은 엄연하게 30년 동안 닦은 기술을 뺏긴 것으로 보는 게 맞다”라면서 “(이번에) 조기패소 판결도 받았으니 칼자루는 LG화학 쪽에 있는 셈”이라서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합의 가능성과 관련해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지난번 지난번 예비 결정 이후로 일관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며 “최종판결까지 성실하게 임할 것이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모두 합의 진행 상황이나 제안 여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정부가 양사 간 중재 역할에 나설 가능성도 아직 남아 있다. 정부는 지난해 6월에도 양측 입장을 조정한 바 있다. 한국 정부는 같은 국내 대기업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중 한쪽의 완벽한 패소가 득보다 실이 많다고 판단하고 있다. 배터리는 현재 정부가 국가 미래 먹거리로 육성 중인 사업이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양사가 희망하고 상황이 된다면 당연히 정부가 중재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 결과가 주목된다.

정혜원 기자 won@medias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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