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정의 위로
[인터뷰] 세정의 위로
  • 김예슬 기자
  • 승인 2020.03.19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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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구단 세정. 사진.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구구단 세정. 사진.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세정이 위로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첫 미니앨범을 꾸몄다. 열렬히 바랐던 앨범인 만큼 타이틀곡을 제외한 전 트랙을 자작곡으로 채웠다. 경험과 진심을 담아 공감어린 위로를 건네고자 노력한 세정의 다음 행보 역시 위로다. 그리하여 공감과 위로의 아이콘으로의 성숙을 꿈꾼다.

Q. 과거 인터뷰에서 작곡 공부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는데, 이번 앨범이 의지의 산물 같아요. 앨범을 자작곡으로 가득 채웠죠.
세정:
작곡 도전은 계속 해왔어요. 작곡이라는 게 생각보다는 장벽이 낮은 편이더라고요. 아직은 많이 미숙해서 최대한 저와 잘 맞고 소통할 수 있는 작곡가님을 만나 작업했어요. 즉석에서 코드진행을 도와주시고 편곡에 있어서도 생각이 잘 통하는 작가님들과 작업을 하고 있죠. 작사 역시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전부 메모해놓고 있어요.

Q. 앨범의 구성이 인상적이에요. 곡마다 그에 맞는 설명과 감상이 붙어있어서 곡을 더욱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됐죠.
세정:
가사에 다 녹이지 못한 내용을 말씀드리려 했어요. 이 가사의 첫 아이디어가 이 내용이고, 결과물은 이렇게 나왔다는 과정을 함께 공유하고 싶었거든요. 노래를 들으시면서 옆의 글을 함께 읽어주시면 노래가 더 와 닿으실 거예요.

Q. 솔로로는 첫 미니앨범이어서 감회도 새로울 것 같아요.
세정:
제가 찍고 싶은 재킷 사진의 느낌이 있었어요. 집에서 편히 있는 듯한 옷차림을 하고 사진을 찍고 싶다고 의견을 냈었고, 노래마다 글을 적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죠. 회사에서도 앨범에 제 진심이 많이 담겨있으니 수기로 편지를 써보는 게 어떻겠냐는 아이디어를 주셔서 직접 쓴 편지도 넣었어요. 여러 아이디어가 들어간 앨범이죠(웃음).

구구단 세정. 사진.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구구단 세정. 사진.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Q. 앨범의 형태를 가진 만큼 제작에 있어 고민도 많았을 것 같아요.
세정:
새로운 모습을 꼭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앨범을 준비하면서 마음이 힘든 때가 있었는데, 그때 제 자신에게 편지를 써봤죠. ‘네가 꿈꿔온 일이 이제야 실현되는데 네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을 수 있겠어?’라고 적었는데, 그 말이 정말 맞는 거라고 느껴지는 거예요. 감정을 주체하지 못 하는 제 자신이 싫더라고요. 편지를 쓰며 저를 다시 찾을 수 있었어요. 제가 꿈꿔온 모습으로 저만의 첫 앨범을 만들고 싶어서 많은 정성을 쏟았던 기억이 나요.

Q. 이번 앨범의 주제를 ‘위로’로 잡은 이유가 있다면.
세정:
앞서 발표했던 ‘꽃길’과 ‘터널’에서부터 위로와 힐링이라는 키워드를 쭉 가져왔어요. 제가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단어라고 생각하거든요. 저 역시도 그런 부분들을 계속 다뤄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아직도 제가 다뤄보지 않은 여러 종류의 위로가 많거든요. 마음이든, 어디든 아픈 분들이 많은 만큼 위로를 제 음악의 메인 키워드로 잡고 싶어요. 많은 분들에게 저의 목소리를 익숙하게 만들고 싶기도 해요.

Q. 타이틀 곡 ‘화분’은 기존에 보여준 보컬과 다른 톤으로 느껴져요. 프로듀싱을 맡은 선우정아의 영향일까요.
세정:
선우정아 선배님은 노래의 음과 가사에 뚜렷한 확신을 갖고 계신 분이에요. 작업하면서도 대단하다고 느꼈죠. 저는 제 노래에서도 왜 이런 음이 나왔고 왜 이런 가사를 붙였는지에 대해 정확히 대답을 하지 못할 곡이 많지만 선배님은 그 모든 이유를 설명해주시더라고요. 그 덕분에 부르는 입장에서도 훨씬 곡에 대한 이해가 수월했어요. 기술적으로 부족한 부분은 선배님이 직접 녹음부스에 들어오셔서 노래를 불러주셨어요. 가사를 살리는 부분에 대한 조언도 해주셨죠. 선배님께서 제 맑은 음색 덕분에 노래가 잘 살아났다고 해주셔서 기분좋게 녹음을 마칠 수 있었어요.

구구단 세정. 사진.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구구단 세정. 사진.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Q. 앨범을 통해 위로를 노래하고 있지만, 반대로 본인이 가장 위로를 받는 건 무엇인지가 궁금해요.
세정:
앨범 수록곡인 ‘오늘은 괜찮아’를 작업할 때가 모든 순간을 통틀어서 제가 가장 침울했던 때였어요. 친구들이 저를 밖으로 많이 이끌어줬는데, 돌아보니 제게 큰 도움이 됐어요. 그 후로는 기분이 울적해져도 저를 꺼내줄 사람들이 주변에 있을 때만 집 안에서 쉬곤 해요. 가령 시골집에서는 엄마가 함께 있으니 방에서 편하게 쉰다거나 하는 거죠. 누군가가 함께 있다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Q. 어떤 일 때문에 힘들었을까요.
세정:
사람들은 저를 똑같이 보는데도 저 혼자 제 자신을 작아지게 만든 거죠. 상황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는데 혼자만의 생각이 저를 괴롭히던 거였어요. 그게 정말 힘들었는데, 제 3자의 시선으로 제 자신에게 편지를 써보니까 내가 왜 그렇게까지 힘들었을까 싶으면서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그러면서 저와 비슷한 감정을 겪는 분들도 많은 거라고 생각하니까, 그런 시기를 겪는 분들에게 위로를 주는 노래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 노래에서 ‘위로’라는 지점을 계속 가져가고 있어요.

Q. 타이틀 외 트랙들이 전부 자작곡이에요. 작업을 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어떤 것이었나요?
세정:
남에게 해주는 위로가 아닌, 제 자신에게 하는 위로라 생각하고 가사를 쓰고자 했어요. 제가 곡을 많이 써본 사람이 아닌지라 상상에만 의존하긴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제 경험과 진심을 담아 만든 곡이 많아요. 그리고 처음 노래를 시작할 때부터 생각한 게 있는데, 제 목소리에는 특색이 없으니 다양한 장르에 맞게 목소리를 내는 걸 강점으로 삼고 싶어서 여러 장르를 시도하려 했어요. 이번 앨범에도 색다른 장르와 그에 걸맞은 목소리를 내고자 했죠. 느린 곡을 기반으로 두고 다양한 분위기를 내려 했어요. 나중에 실력이 더 쌓이면 구구단의 노래도 직접 써보고 싶어요.

구구단 세정. 사진.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구구단 세정. 사진.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Q. 최근 숙소에서 독립했잖아요. 혼자 있는 만큼 음악 작업을 하기에도 편할 것 같아요.
세정:
맞아요. 보통 가사를 쓸 땐 새벽부터 아침까지 쓰는 일이 많다 보니 혼자 있는 게 편하더라고요. 안 좋은 점보다는 좋은 점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제가 누군가를 초대하는 걸 좋아하는데, 멤버들도 초대할 수 있고 고민이 있는 친구들과 함께 할 수도 있더라고요. 그러다 혼자만의 시간이 갖고 싶으면 혼자 있고요.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만족해요(웃음).

Q. 과거 오디션 프로그램을 거쳐 구구단이라는 그룹으로 데뷔했고, 같은 해에 첫 솔로곡도 발표했다가 구구단 유닛 그룹으로도 활동했어요. 다양한 모습을 보였던 만큼 이번 활동에서도 콘셉트에 대한 고민을 했을 것 같은데.
세정:
팀으로서는 단체로 보여드려야 하는 노래나 군무가 있다 보니 멤버들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 했어요. 춤 연습도 많이 하고 트레이닝을 받는 등 시각적 효과에 신경을 썼죠. 솔로가수로서는 소리에 신경을 써야겠다 싶었어요. 콘셉트와 관련된 부분은 혼자로서는 보여드릴 수 있는 게 한정돼 있잖아요. 그런 부분은 멤버들과 함께 하고, 개인적으로는 청각적으로 들리는 부분이나 감정선 같은 부분에 집중했어요.

Q. 앨범에서 수록곡 ‘오리발’ 옆에 적은 글이 인상 깊어요. 튀는 사람이 많은 연예계에서, 특별함보다는 무던함을 높이 사는 것으로 마음을 먹기까지 마음고생이 컸겠다 싶고.
세정:
예능 프로그램을 하면서 그런 마음가짐을 배웠어요. 예능계에는 조명이 되지 않더라도 꾸준히 방송하는 분들이 많잖아요. 저는 이제 데뷔 4년차인데도 지치고 힘들 때가 있거든요. 수십 년 동안 방송을 하신 분들이 대단하고 멋지더라고요. 체력도, 멘탈도 대단하다고 생각했죠. 저 역시도 꾸준하고 무던한 모습을 유지하고 싶어요. 

구구단 세정. 사진.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구구단 세정. 사진.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Q. 예능 프로그램에서 세정이라는 사람은 어떤 걸 맡겨도 제 몫 이상을 해내는 만능 캐릭터로 비쳐지잖아요. 스스로 보기에 본인은 어떤 사람 같나요?
세정:
저는 본인의 기량에 비해 욕심이 훨씬 많은 사람이에요. 저는 제가 해내는 것보다 항상 더 큰 욕심을 갖고 있어서, 늘 아쉬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 같다고 느끼곤 해요. 그래서 저는 제 기량 이상으로, 저의 욕심을 채울 수 있도록 발전하고 싶어요.

Q. 늘 갈증을 느낀다면 힘든 순간도 자주 찾아오기 마련이잖아요. 평소에 어떤 부분에서 가장 힘을 얻는 편인가요.
세정: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저를 괴롭히면서 힘을 얻어요. 일을 해야 덜 불안하거든요. 예전엔 그래서 제 자신을 계속 바쁘게 만들었는데 요즘은 조금 나아졌어요. 적당히,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그래서 작사 작곡을 시작한 게 다행이라고 느껴져요. 작사와 작곡은 열심히 한다고 잘 되는 것도 아닌데 아예 하지 않으면 잊게 되니까, 적당히 꾸준히 하기엔 ‘딱’이거든요(웃음).

Q. 성장의 과정을 지켜보는 느낌이네요(웃음). 여러 과정을 거쳐 ‘위로’에 대해 본인만의 정의를 내리게 된 것 같아요. 
세정:
맞아요. 저는 위로를 곧 ‘공감’이라고 생각해요. 위로의 차원에서 좋은 이야기를 듣지만 그게 부담스럽게 다가올 때가 있잖아요. 듣는 사람이 공감을 해야 위로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저는 일상을 적은 에세이를 읽음 ‘이런 사람도 이렇게 사는구나’라고 느낄 때 위로를 받는 편이어서, 제 노래 역시 저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으려 노력할 거예요. 그 이야기를 다른 분들이 공감하게끔 하는 게 저의 숙제 같아요.

구구단 세정. 사진.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구구단 세정. 사진.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Q. 이번 앨범에 대한 구구단 멤버들의 반응이 궁금해요.
세정:
각자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를 골라주더라고요. 다들 좋은 이야기를 해주면서 피드백도 함께 해주는 편이에요. 가장 솔직한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게 멤버들인 만큼 늘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Q. 구구단의 활동 공백이 길어지고 있어서 아쉬움도 클 것 같아요.
세정:
그룹 활동은 늘 머릿속에 두는 부분이에요. 그래서 더욱 더 걸 그룹 노래를 많이 만들려고 노력 중이죠. 그룹이라는 게, 준비를 미리 해놓지 않으면 기회를 잡기가 생각보다 꽤 어렵거든요. 언제 어떤 기회가 생길지 모르니 미리 준비하려 해요. 멤버들 역시 팀을 위해 늘 많은 생각을 하고 있어요.

Q. 요즘 외부 상황이 어려운 편이어서 솔로 활동이 부담될 법한데.
세정:
부담이 안 된다면 거짓말이죠. 시국이 안 좋으니 걱정도 크지만 다행히 제가 들고 있는 카드가 ‘위로’잖아요. 모두의 시간이 멈춰있는 만큼 이럴 때일수록 위로가 가장 필요한 시기라 생각해요. 제 목소리가 마음 속 깊은 곳을 울릴 수 있겠다고 마음먹고 있어요. 좋게 생각해야죠. 하하.

Q. 정말 성숙하네요. 대중이 세정이라는 가수를 두고 ‘인생 두 번째로 사는 사람 같다’는 말을 하곤 해요. 성숙한 마음을 갖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있었나요?
세정:
저는 원래 모든 것들을 긍정적으로만 생각하려 하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친한 지인이 이런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왜 너는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못하냐면서, 충분히 힘들고 아픈 일이 맞는데도 그걸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 자체가 네 마음속에 뭔가를 남겨 놓는 거라고 하는데, 그 말이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저는 제가 버티려면 당연히 이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참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죠. 지금도 긍정적인 편이지만 그때 이후로는 현실을 받아들이며 긍정적인 것으로 바뀌었어요.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구구단 세정. 사진.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구구단 세정. 사진.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Q. ‘꽃길’이라는 표현으로 크게 사랑받고 동명의 노래도 사랑받았어요. 지금의 세정은 어떤 ‘꽃길’을 걷고 있나요?
세정:
꽃도 종류가 참 많잖아요. 들꽃이나 시들어가는 꽃도 있고 막 피어나는 새싹 같은 꽃도 있어요. 지금 제가 가려는 길에는 제가 4년간 뿌려놓은 여러 씨앗들이 있는 것 같아요. 연기, 노래, 예능에 작사 작곡까지 많은 씨앗을 뿌려놨지만 제대로 피어난 건 없죠. 그래서 저는 지금, 꽃이 피길 기다리는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해요.

Q. 솔로앨범이라는 씨앗은 어떻게 피어나길 바라나요.
세정:
이번 앨범의 가장 큰 목표는 사람들이 제 목소리를 인식해주는 거예요. 앞으로 시도하고 싶은 장르가 많은데, 이번 앨범으로 첫 포문을 여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저를 인식할 때가 진짜 시작인 셈이죠. 음악의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 꾸준히 도전하려 해요.

Q. 연기자로서의 모습도 기대해볼 수 있을까요?
세정:
연기는 올해에도 해보고 싶어요. 지난해에 2년 만에 다시 연기를 도전해보니 생각보다 잊어버린 부분이 많더라고요. 연기도 쉬지 않고 꾸준히 해야겠다고 반성했어요. 할 수 있는 한 꾸준히 하면서 개인적인 연습도 이어가고 싶어요.

Q. 계속 도전만 하면, 세정 씨는 도대체 언제 쉬나요(웃음).
세정:
음… 하긴 하되, 열심히 하지 않는 것이 제게는 곧 쉬는 것과 같아요. 하하. 뭐든 꾸준히 해야죠. 연기자로든, 아이오아이로든, 구구단으로든, 솔로가수로든 전부 다 세정이라는 사람이 하고 있는 거니까, 열심히 해서 많은 분들에게 ‘역시 세정’이라는 말을 꼭 듣고 싶어요. 모든 부분에서 잘해내고 있다는 이야기도 듣고 싶고, 잊히지 않고 싶어요. 그게 곧 제겐 쉼이자 가장 큰 바람이에요.

김예슬 기자 yeye@medias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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