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인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20일이면 정확히 만 2개월째다.
발원지인 중국의 경우, 첫 확진자가 나온지 2개월이 지나면서 감염자 증가세가 확 꺾였다. 코로나가 휩쓸고 간 지난 2개월은 마치 악몽과도 같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폭락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실물 경제로 위험이 전이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산업 구조가 전면개편될 것이라는 전망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확진자 수 증가폭은 크게 줄었으나 사회적 거리두기로 거리는 한산해졌고 4월 총선 연기설 마저 돌고 있다.
이에 지난 2개월간 코로나 바이러스가 대한민국에 몰고 온 정치·경제·사회 등 분야별 변화상을 총체적으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파티션 공사를 진행한 신한은행 고객상담센터. 사진. 신한은행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금융업계는 연일 '최초'의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10년 만에 1400대로 주저앉았으며, 사상 최초로 한 날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모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기도 했다. 개인정보를 다뤄 불가능하다 여겨지던 콜센터 재택근무도 이례적으로 도입됐다. 오랜 시간 이어오던 금융업계의 공식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코로나 사태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다.

# 10년 전으로 추락한 증시...코스피 1500대로

코로나19 불안감으로 폭락을 거듭하던 코스피는 18일 급기야 1600선이 무너지고 1591.20으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1600선이 뚫린 것은 2010년 5월 26일(1582.12) 이후 무려 10년 만의 일이다. 하지만 하룻만인 19일 1500선 마저 붕괴되면서 끝모를 불안감이 공포 수준으로 커지는 모양새다. 

코스피 2000선은 이미 지난달 28일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거세게 증가했을 당시 무너졌고, 지난 12일에는 4% 가까이 하락하면서 1834.33까지 내려갔다. 바로 다음 날인 13일 1800대를 뚫은 코스피는 17일 1700대 아래로 내려간 채 1672.44로 마감했다. 코스피 지수가 500포인트 가까이 떨어지는 데 채 한 달도 걸리지 않았다.

코스닥 시장도 마찬가지다. 코스닥 지수는 지난 11일 전일 대비 4% 가까이 하락해 600선이 무너진 채 마감하고, 지속해서 떨어지다가 지난 16일에는 504.51로 아슬아슬하게 500선을 지켰다. 그러나 18일 결국 6년 만에 500선이 무너져 485.14로 장을 마치면서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속절없이 추락하는 증시를 안정시키기 위한 대책 중 하나로 지난 13일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를 단행했다. 국내 증시 역사상 세 번째, 지난 2011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9년 만에 이뤄진 조치다. 

오는 9월 15일까지 6개월 동안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시장 전체에서 공매도 거래가 전면 금지되면서 공매도 규모는 지난 13일 1조 1837억원에서 17일 349억원으로 급감했다. 다만 이미 13일 하루에만 시가총액 56조원이 증발하고 난 뒤 조처가 이뤄져 뒷북 처방이라는 비난이 쇄도했다. 

# 은행 본점까지 뚫렸다...금융권 재택근무 확산
 
한편 코로나19는 주식 시장 전반을 무너뜨렸을 뿐 아니라, 금융회사 실제 업무에도 타격을 입혔다. 금융회사들은 영업점은 물론 본점 방역에 총력을 기울였음에도 확진자 발생이 잇따르면서 한시적으로 문을 닫아야 했다.

지난달 말 NH농협은행을 시작으로 확진자가 다녀간 대구·경북 지역 신한·KB국민·하나·우리은행 등 시중은행 영업점들은 줄줄이 임시 폐쇄 후 방역 조처를 해야 했다. 단순히 확진자가 방문한 사례 외에 직원 중 확진자가 발생한 경우도 다수 발생했다. 시중 은행들은 현재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대구·경북 지역 소재 전 영업점 영업 시간을 9시 30분부터 3시 30분까지로 1시간 단축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은행 본점 방역이 뚫려 수출입은행, DGB대구은행이 본점을 폐쇄하는 초유의 사태도 발생했다. 우리은행도 확진자 방문으로 본점 지하 1층을 한 때 폐쇄하기도 했다. 이에 회사에 출근해 업무를 보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은행들은 이례적으로 재택근무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6일 금융사 본점, 영업점에도 원격접속을 통한 재택근무를 허용했다. 현행 전자금융감독규정에 따르면 금융사는 해킹 등 금융사고 방지를 위해 망분리 환경을 갖춰야 한다. 망분리란 금융회사의 통신회선을 업무용(내부망)과 인터넷용(외부망)으로 분리하는 것을 말한다.

다만 비상대책에 따라 전산센터 직원의 원격 접속이 필요한 경우에는 망분리 예외가 인정됐으나, 그동안은 이러한 예외가 본점 및 영업점 직원에게도 해당하는지 모호한 측면이 있었다. 와중에 금융위가 씨티은행의 임직원 재택근무 사례에 대해 '비조치 의견서'를 회신하면서 전 금융권에 재택근무의 길이 열렸다.

게다가 최근 수도권 집단 감염의 불씨를 댕긴 구로구 손해보험사 콜센터를 계기로 콜센터 직원들까지 재택근무를 할 수 있게 됐다. 금융권 콜센터는 업무 특성상 주민등록번호, 채무 내역 등 고객의 개인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재택근무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콜센터 재택근무 시행을 권장하면서 은행권에서는 최초로 신한은행이 지난 16일부터 콜센터 직원들에게도 재택근무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신한은행은 밀집 사업장에 대한 대량 감염 우려가 커짐에 따라 업무용 노트북 상담시스템과 인터넷 전화 설치 등 관련 인프라 구축을 마치고 직원 150명에 대한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콜센터 업무 환경의 문제점도 드러난 셈이다. 금융권은 향후 비슷한 다른 재난 시에도 재택근무, 분산근무 등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업무지속계획(BCP)을 보다 정교히 구축하게 됐다.

또 재택근무를 위한 업무망을 별도로 설치하는 과정에서 번거로움이 있어 금융당국 망분리 규제에 대한 전향적인 조치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사태를 통해 비상시에 금융사가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망분리 규제 전반을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의식이 퍼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지난 16일 고객센터 일부 인원에 대한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현재까지 무리 없이 당초 계획대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향후 다른 재난 상황이 발생해도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더 발전 시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금융사 채용 연기에 취준생 한숨 늘어

금융권 채용에도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사태로 상반기에만 1000명 이상을 뽑는 은행권 채용 시장이 얼어붙은 상태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23일 필기시험을 진행하고 합격자 발표까지 마쳤으나, 최종 단계인 면접 일정은 잠정적으로 연기한 상태다. 지원자 모두 마스크를 착용한 채 필기 시험을 치렀지만, 상황이 더 나빠지면서 대면과 발화가 필수인 면접 일정을 강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신한, 우리, 기업은행 등은 상반기 채용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통상 은행권은 3월 중 채용 계획을 마련해 4월께 모집공고를 내고 5월부터 채용 절차를 시작한다. 내달 공고를 내려면 이미 채용 규모, 일정 등의 계획이 짜여져야 한다. 하지만 은행들은 아직 채용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2월 28일부터 채용 일정을 시작했지만 올해 상반기 채용은 아직 공고조차 올라오지 않고 있다. 기업은행의 경우 1박 2일 합숙 면접의 절차가 있기 때문에 더욱 진행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아직 상반기 채용을 취소할지에 대한 논의를 할 단계는 아니고, 코로나19 추이를 감안해 일정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이에 은행권 취업 준비생들은 언제 발표될지 모르는 공고를 기다리며 애만 태우고 있다. 상반기 채용이 계속 미뤄져 주요 은행끼리 일정이 겹치거나, 채용 규모가 축소될 것을 우려하는 한편 최악의 경우 상반기 채용이 취소되고 하반기만 진행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권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모 씨(29)는 미디어SR에 "상반기 채용은 안 할 거라 생각하고 아예 단념하는 분위긴데, 상황이 너무 안 좋아 하반기 채용도 취소될까 걱정하고 있다"면서 "자격증이나 따면서 기다리려 했는데 그마저도 시험이 다 취소돼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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