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Nintendo)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의 대명사다. 앤서니 스콧(Anthony Scott) 같은 전문가들은 닌텐도 위(Wii)를 새로운 시장파괴의 사례로 쓰고 있다. 실제로 그래픽을 화려하게, 사운드를 웅장하게, 인터페이스를 복잡하게 만드는데 치중해온 보통의 게임회사들과 달리 닌텐도는 더 간단하게,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만들어 시장을 확장시켰다. ‘닌텐도의 파괴적 전략 : 비디오게임산업에 시사점’이란 하바드대 경영대학원의 케이스 스터디가 있을 정도다.

분쟁광물(conflict minerals 주로 아프리카 등 분쟁지역에서 생산되는 탄탈륨ㆍ구리ㆍ게르마늄 등 산업용 광물)을 얘기할 때 닌텐도는 혁신기업이 아니다. 오히려 대개의 전자제품기업보다도 뒤떨어진 모습이다. 닌텐도가 Walk Free(전세계 모든 사람이 현대판 노예제도 MODERN SLAVERY 라는 거대악을 끝장내야한다고 주장하는 비정부 국제기구)같은 反노예노동 그룹의 타깃이 됐던 이유는 바로 닌텐도의 공급업자들이 분쟁광물을 사용하고있기 때문이다.
혁신의 대명사로 불렸던 기업이 왜 이렇게 분쟁광물 측면에서 뒤처지게됐을까? 분쟁광물과 관련해 책임있게 행동하는게 파괴적 혁신역량보다 덜 중요해서일까?

닌텐도의 분쟁광물 사례는 새롭지않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닌텐도가 Enough Project(대량학살, 반인륜범죄 종식을 미션으로 2007년 미국 워싱턴DC에 설립된 비정부 기구)처럼 분쟁광물 근절을 추구하고 실천하는 기구들에 참여하지않는다는 점이다. 2010년 이 기구는 “닌텐도는 NGO들의 노력에 전혀 동조하지않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여기에 닌텐도는 자동응답 이메일을 통해 이렇게 반응했다.

“수많은 원료로 만들어진 최종재료들을 사들이는 간접구매자로서, 닌텐도는 공급업자들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조달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공급업자들에게 실정법을 준수하고 인권을 존중하며 기업경영에서 윤리적이어야한다고 강조한다”

2년이 흘렀지만 달라진 건 전혀 없다. Enough Project는 닌텐도의 그간 행태에 0점을 줬다. Enough Project의 정책분석가인 사샤 레즈네프(Sasha Lezhnev)는 CNN에 이렇게 말했다. “내가 보기에 닌텐도는 그런 종류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생각 자체를 아예 하지않는 유일한 기업이다”

이 기사를 읽은 캘리포니아의 한 고교생 행동가는 닌텐도에 대해 다른 전자업체들 처럼 공급사슬을 투명하게 정비하도록 온라인 청원을 시작했다. 그녀의 청원은 Walk Free의 청원을 이끌어냈고, 닌텐도는 ‘노예노동에 뿌리박은 분쟁광물을 사용하지않겠다고 약속하라. 업계표준에 따라 공급사슬을 감독하고 정보를 대중에 공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43만558명이 이메일로 닌텐도에 이런 청원을 넣었고 닌텐도는 일단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 대변인은 지난해 9월 IT뉴스블로그인 Polygon에 “닌텐도는 CSR 조달 가이드라인을 모든 공급업자가 준수토록 하고있으며, 분쟁광물을 사용치않겠다는 내용으로 공급업자들과 개별적 협약을 맺었다“고 소개했다.

Enough Project의 레즈네프는 닌텐도의 이런 반응에 대해 ‘최소한에도 한참 못미친다’고 설명한다. “가이드라인은 공급업체에 대한 조사도, 감시도, 분쟁에서 자유로운 제련소의 원료만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닌텐도는 전자업체 감시프로그램에 가입해야한다. 그리고 공급업체들에게 분쟁에서 자유로운 제련소의 원료만 사용토록 요구해야한다”

Walk Free도 닌텐도의 조치에 실망했고 지난달 캠페인의 수준을 한단계 높였다. 슈퍼마리오형제 게임과 쌍방향 비디오게임을 패러디한 영상물을 유튜브에 공개했는데, 거기에서도 닌텐도가 산업표준에 따라 공급사슬을 감시하고 정보를 대중에 공개토록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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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가 분쟁광물에 대해 여타 전자업체들보다 이렇게 소홀한 이유는 분명치않다. 그러나 이런 모습을 보면 몇 년전 공급업체의 책임과 관련한 애플의 대응이 떠오른다. 당시 애플은 자사의 자기감시 행동규칙이 충분하다고 믿었다. 애플에서 작동됐던 원칙이 닌텐도에겐 완전히 먹통이다. 그 결과는 명백하다. 미국 증권거래소(SEC)를 굳이 들먹이지않더라도, 이해관계자들의 압력 때문에 닌텐도는 분쟁광물과 관련해 더 투명하고 발전된 정책을 적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앤서니 스콧에 따르면 닌텐도의 파괴적 혁신을 바라보는 2개의 길이 있다. “게임을 변화시키는 것” 또는 “현존하는 시장을 개조하고, 근본적으로 다른 방법을 통해 혁신게임을 추구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 그러나 닌텐도는 그 과정에서 투명하지않았고 총체적인 혁신을 택하지도 않았다. 총체적 혁신을 택한 기업의 대표적 사례는 인텔이다. 인텔은 2013년까지 4종의 금속(탄탈륨, 주석, 텅스텐, 금)을 분쟁없는 것들로만 채택한 세계최초의 마이크로프로세서 제조업체가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아마도 닌텐도는 분쟁광물에 대한 태도를 바꾼다고 실적이 나아지진않을 것이라 믿기에, 총체적 혁신을 채택할 필요를 느끼지않는 듯하다. 닌텐도는 소비자도 거기에 별 가치를 두지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진 지속가능한 경쟁우위에 ‘분쟁없는 광물’이 포함돼있지않지만 앞으로 5~10년안에는 이 이슈에 대한 소비자들의 생각이 분명히 바뀔 것이다. 그렇게되면 시장을 파괴하고 혁신을 이룬 닌텐도의 성공스토리는 머나먼 얘기로 전락할 것이다.

http://www.triplepundit.com/2013/07/sustainability-disrupt-nintendo-poster-child-disruptive-innov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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