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반도건설 권홍사 회장의 '명예회장 추천' 요구건 문제삼아
한진칼-3자연합 주장 엇갈리는 가운데 한진칼, 법적 대응카드 꺼내
오는 27일 주총까지 3자연합측의 유일한 카드는 '가처분 신청' 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한진칼이 오는 27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강경방침으로 돌아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진칼은 KCGI, 반도건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으로 이뤄진 3자 주주연합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엄정한 처분을 요구하는 조사요청서를 금융감독원 기업공시국(지분공시심사팀)에 제출했다고 17일 밝혔다. 한진칼이 이번에 문제삼은 3자 주주연합의 자본시장법 위반 내용은 ▲허위공시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경영권 투자 ▲임원·주요주주 규제 등이다.

#"한진그룹 명예회장"두고 조원태-권홍사 간 진실게임 

앞서 16일 반도건설 권홍사 회장이 명예회장직을 요구했다고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이 주장하고 나서면서 양측 간 공방전이 시작됐다. 조원태 회장의 주장에 따르면 자신은 권홍사 회장의 요청으로 지난해 12월 두 차례 만났으며, 그 자리에서 권홍사 회장이 ▲명예회장 추천, ▲한진칼에 등원임기나 감사 선임 권한 ▲부동산 개발권 등 회사 경영권 참여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권홍사 회장은 두 사람이 지난 7월부터 만났으며, 조원태 회장이 도움을 요청해 만났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양측은 서로 만난 사실에 대해서만 동의할 뿐, 누가 먼저 만남을 요청했는지, 대화의 내용, 만남의 횟수 등에 대해 서로 상반된 주장을 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가운데 한진칼은 반도건설이 자본시장법에 따른 ‘대량보유상황 보고 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5%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게 된 자는 보유목적을 금융위원회와 거래소에 보고해야 한다.

반도건설 측은 2019년 8월부터 한진칼 주식을 매집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난해 12월 6일까지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로 보고했으나 올 1월 10일 보유 목적을 ‘경영참가목적’으로 변경했다. 한진칼은 권홍사 회장이 8월과 12월에 한진그룹 대주주들을 각각 만나 자신을 한진그룹 명예회장으로 선임하는 안을 비롯해 임원 선임 권환, 부동산 개발권 등을 요구한 점이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영참가 목적’에 해당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그러나 한진칼은 지분을 매입한 반도건설 측 투자 행태가 단순 투자로 보기에는 비상식적이었다는 점도 상기시키고 있다. 양측의 주장이 상반되지만 반도건설이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온 것은 엄연한 사실이어서 한진칼 주장에 무게중심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반도건설 로고. 사진. 반도건설

이에 한진칼은 반도건설이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로 ‘허위보고’해 자본시장법 제147조 제1항을 위반했으므로, 2020년 1월 10일 기준으로 반도건설 측이 보유한 지분 8.28% 중 5%를 초과한 3.28%에 대해서 ‘주식처분명령’을 내려달라고 금융감독원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반도건설 측은 “작년 7월 경에도 2~3차례 만났으며 당시 반도건설 측 지분율은 0~3%에 그쳤다”고 반박했다. 또한 반도건설 관계자는 미디어SR에 “故조양호 회장과 권홍사 회장은 평창 동계 올림픽을 추진하면서 친분을 맺게 된 사이”라고 전하면서 권홍사 회장이 조원태 회장을 만난 것은 부친의 갑작스런 타계로 시름에 빠져있는 조원태 회장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故조양호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위원장을 맡고 있었고, 반도건설이 원주에 지은 아파트는 올림픽 수혜지로 관심을 모았다. 조양호 전 회장이 대한탁구협회 회장, 대한체육회 부회장으로 활동중일 때 권 회장이 대한체육회 이사, 서울시승마협회 회장 등을 역임중이어서 그 당시 인간적 관계를 맺은 것으로 전해졌다.

강성부 KCGI 대표. 사진. 구혜정 기자

#한진칼, KCGI도 정조준

한진칼은 KCGI의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규제 위반’을 문제삼았다. 자본시장법 제152조와 153조에 따르면 의결권 권유자는 위임장 관련 서류를 금융위와 거래소에 제출한 날로부터 2영업일이 경과한 후부터 의결권 대리 행사를 권유할 수 있다. 하지만 한진칼은 KCGI가 지난 6일 서류를 제출했음에도 주말인 7일 토요일부터 의결권 위임 권유를 시작해 정당한 의결권 행사를 방해했다며 위반 사실을 지적했다.

한진칼은 이어 KCGI가 임원 및 주요주주 보고의무를 위반한 사실도 지목했다. KCGI의 투자목적회사(SPC‧Special Purpose Company)인 그레이스홀딩스는 2018년 12월 28일부로 한진칼 주식 10% 이상을 보유해 자본시장법상 ‘주요주주’에 올랐다. 이에 따라 임원이나 주요 주주 각자가 소유하고 있는 주식을 개별적으로 보고할 의무가 법적으로 생겼다.

하지만 그레이스홀딩스는 2019년 3월 이후 특별관계자인 엠마홀딩스나 캐트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수를 그레이스홀딩스의 소유 주식수로 포함해 공시했다. 이에 따라 실제 주식의 소유자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한진칼은 이를 심각한 공시의무 위반이라고 꼬집었다.

한진칼은 이와 같은 KCGI의 위법 사항에 대해 금융감독원에 엄정한 조치를 요청했다. KCGI의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규제 위반’에 대해서는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제한 및 수사기관 고발을, ‘임원·주요주주 보고 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시정 명령 및 수사기관 통보를 요청했다. 한진칼은 추가로 ‘투자목적회사의 투자규정 위반’에 대해서도 KCGI에 대해 업무정지 및 해임요구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카드는?...국민연금과 가처분 신청

오는 27일 주총을 앞두고 양측의 신경전은 날로 심화하고 있다. 이제 경영권 다툼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카드는 국민연금과 기타주주의 의결권 행사 방향이나 3자연합 측의 의결권 가처분 신청 결과에 달려 있다.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2.90%이며, 의결권 가처분을 신청한 대한항공 자가보험의 지분이 약 3.8%다.

3자연합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이르면 이번주 내에 혹은 다음주 초에 가처분 신청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귀띔했다. 앞서 3자연합 측은 대한항공 자가보험, 사우회 등이 조원태 대표이사의 특수관계인으로, 이들이 보유한 한진칼 주식 합계 224만 1629주(한진칼 지분 약 3.8%)에 대하여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출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 주총 전 주주연합이 반전을 엿볼 수 있는 기회는 완전히 물건너 간 것으로 관측된다. 3자연합 입장에서는 가처분건이 마지막 지푸라기인 셈이다. 세계 최고 의결권 자문사인 ISS와 국민연금 의결권 자문사 한국지배구조연구원이 모두 기존 한진칼 경영진을 지지하면서 업계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도 어느 정도 무게 추가 움직였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한진칼이 이번에 방어전만 잘 치르면 사실상 최종 승자가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편 카카오는 최근 한진칼 지분 일부를 매각해 지분율을 0.34%대까지 낮췄다. 카카오의 지분 매각에 따라 의결권을 가진 주주명부 폐쇄 직전 지분율은 조원태 회장 진영이 약 32.45%, 주주연합 측은 31.98%로 각각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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