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SR 전문가칼럼=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nCoVID-19)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지구촌 곳곳을 강타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전세계 118개국으로 무섭게 번져나가면서 감염자(확진자) 수가 12만명을 돌파하자 세계보건기구(WHO)가 화들짝 놀라 팬데믹(pandemic-대유행성 질병)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늑장대응이니 질타의 목소리도 터져나오지만 가급적 공포를 조성하지 않겠다는 WHO의 입장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된다. 하지만 매도 일찍 맞는 것이 낫듯이 기민한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할 때도 많다.

코로나19는 독감은 물론 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SARS-사스)이나 중동 호흡기 증후군(MERS-메르스) 처럼 질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 군의 일종이다. 전 세계가 코로나19에 대해 엄청난 공포감을 느끼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우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명확한 원인이 아직 제대로 파악되지 않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원인을 정확히 모르니 적절한 대응책 마련도 어려워 그 사이에 공포감이 점점 커지게 된다. 특히 누구나 어디서나 쉽게 감염될 수 있다는 점에서 '공포의 상시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나 자신도 언제 어디서나 이 병에 걸릴 수 있다는 점이 공포감을 극대화한다는 얘기다.  

특히 감염후 짧은 시간내에 사망자가 전세계에서 쏟아져 수개월만에 벌써 5000명에 이를 정도니 으스스한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12일 현재 전세계 118개국에서 12만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해 이 가운데 4600명 이상이 사망했으니 말이다. 더욱이 초기에는 잠잠하던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해 1만2000명 이상의 감염자가 발생한 가운데 사망자가 800명이 넘는 등 치사율이  6%를 넘어서면서 중국에 이어 유럽발 공포가 시작됐다는 불길한 징조도 감지되고 있다. 프랑스 스페인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의 감염자가 각각 2000명을 돌파하면서 유럽발 코로나19가 앞으로 얼마나 확산될지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조차 쉽지 않다. 

세계 각국 정부는 지금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대규모 집단 회의를 금지하고, 직장인들의 재택근무를 유도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초중고등 학교를 잠정 폐쇄해야 하는 지 여부를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이러한 선택은 엄청난 사회적, 경제적 파장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를 팬데민(pandemic) 즉 대유행성 질병이라고 뒤늦게 선언한 이유는 질병 확산에 대한 구체적 그림이 없을 뿐 아니라 치료제도 없고 백신도 개발하지 못한 상황을 반영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만약 전염병이라고 선언할 경우 온 세계에 불안감만 증폭시키는 등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 분명하다.

지금 이순간 코로나바이러스라는 대유행성 질병을 확실히 막는 길은 질병이 어떻게 확산되는 지 명확히 밝혀내는 방법 외에는 없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코로나19 확진자의 발병 루트를 규명해내고 질병의 경과를 추적함으로써 질병의 전파는 물론 질병의 위험성을 명확히 밝혀내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현재 유럽 등 서구사회가 봉착한 가장 큰 어려움은 아직 증상이 발현되지 않은 코로나 19 감염자들을 신속하게 가려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문제는 이들을 제대로 격리해 내지 못하면 바이러스의 전파를 차단할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다. 명백한 증상이 없는 의심자라도 감염 여부를 가장 빠르게 진단할 수 있는 진단 키트가 절실하기만 하다. 그 다음은 수학적 모델을 적용하면 질병의 확산 추이 등을 쉽게 예측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코로나19의 치사율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노인들과 기저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위험하다고 하지만 아무 증상이 없는 젊은이들이 주변의 노인들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점이 더욱 큰 문제다. 유행성 독감처럼 날씨가 따뜻해지면 코로나 바이러스가 기세가 한풀 꺽일 것으로 기대되지만 이 역시 확실한 것은 아니다.

분명한 점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무서운 속도로 전파된다는 점이다. 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그 막강한 전파력을 막아낼 방도가 없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코로나19는 심한 유행성 독감보다 평균적으로 사망률이 높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하지만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더 큰 위험으로 다가올 수 있다. 건강한 사람들이 무심코 질병에 취약한 노인들이나 기저질환 환자들에게 병을 옮기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확진환자와 근접 접촉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은 증상이 없고 건강하다는 생각에 빠져 바이러스 감염 진단을 회피하거나 방심하게 되면 자신이 오히려 바이러스를 옮기는 숙주가 될 수 있다. 이 점만은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대유행성 감염 질병에 대해 안이하게 대처한다면 지구상 그 어느 국가도 위험을 벗어나기 어렵다. 

다행히도 대한민국 정부의 질병관리본부는 진단 키트를 일찍이 개발해서 신속하게 감염자를 가려내고 있기 때문에 '코로나 바이러스 안개'가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대한민국에서 걷힐 것이라는 기대감도 없지 않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 각자가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하는 당사자가 되어 철저히 손을 씻을 뿐 아니라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는 행동을 익히고 실천하는 모범적 시민의식을 갖춰야 한다. 정부를 신뢰하고 함께 이 국난을 극복해야만 한다.

대유행병은 나이를 불문하고, 빈부 격차를 따지지 않고, 인종을 따지지도 않는다. 종교는 물론 정파나 지역을 넘어서서 전파된다는 점도 절대 간과해선 안 된다.

개인들의 지혜로운 처신과 행동이 그 어느때 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준정 미래탐험연구소 대표 : 미래에 대한 혜안과 통찰력이 뛰어나 '미래탐험가'로 불린다. 한국공학한림원 원로회원. 서울대학교 재료공학과 객원교수, 포항공과대학 겸직교수. 포항산업기술연구원 연구위원, 지식경제부 기술지원(금속부문)단장 등을 역임했다. KAIST 재료공학과에서 석·박사를 취득했다. 요즘은 미래의 변화에 대해 연구하고 나름의 해법을 제시하는 과학칼럼니스트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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