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고객센터.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 10일 발생한 코로나19 집단 감염 확진자 수가 90명에 이르면서 콜센터 감염 공포가 금융권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콜센터 현황 전수조사를 실시해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날부터 금융권 전 권역 고객센터를 대상으로 코로나19 예방 조치 실태 조사에 들어갔다.

전날 구로구 코리아빌딩 에이스손해보험 위탁 고객센터에서 발생한 코로나19 감염이 서울지역 최대 집단 감염으로 번지면서 보험사뿐 아니라 은행, 카드사, 증권사 등 금융권 전체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전국 30만 명이 근무하고 있는 고객센터는 업종의 특성상 수백 명이 한 공간에 밀집해 전화 업무를 보기 때문에 단 한 명의 확진자만 나와도 이번 사례처럼 집단 감염으로 확산될 우려가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날 미디어SR에 "전날 콜센터 확진자가 많이 나오면서 전 권역을 대상으로 어떤 조치가 이뤄지고 현황은 어떻게 되는지 파악할 예정"이라며 "콜센터 업무 환경은 금융권 외 다른 곳도 마찬가지인 만큼 다른 정부 부처와 논의해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또한 금융권 업종별 협회에 '거리 두기', '띄워 앉기' 등을 고객센터 업무 환경에 적용해달라고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재택근무의 도입도 고려했으나 고객센터가 단순히 전화 업무를 보는 게 아니라 고객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상담을 진행하므로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특별히 당국에서 고객센터의 재택근무를 제한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회사들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할 사항이나, 개인 정보 보안 등의 문제로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센터의 재택근무 도입이 어려운 것은 다른 업무와 달리 개인정보를 다루는 시스템은 클라우드 서버를 통해 운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융회사 본점 및 영업점에도 망분리 예외를 인정하고 원격접속을 통한 재택근무를 허용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일부 본점 인력에만 가능한 상황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자택에서도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업무를 볼 수 있지만, 고객 정보를 다루는 부분까지는 어렵다"면서 "물리적인 서버 문제가 해결된다고 해도 외부에 고객 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외부에서 서버에 접속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만약 다중이용시설에서 주민등록번호 등 민감한 정보가 유출되면 코로나19와 별개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차후에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전 금융권에서 고민을 해봐야 하는 문제"라고 신중론을 폈다.

이에 금융권은 당장 재택근무를 도입하기보다 고객센터를 이원화하고 대체사업장을 마련해 분산 근무하는 등의 예방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보유 고객 규모가 커 많게는 1000여 명의 직원이 고객센터에서 근무하는 일부 은행은 서둘러 층간 이동 자제, 이동 경로 제한 등의 대책을 마련한 상태다.

KB국민은행은 서울 지역과 대전 지역으로 고객상담센터를 분산 운영하며 최근 서울 지역에 대체사업장 4곳, 대전 지역에 2곳을 추가해 총 8곳의 사업장에서 상담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밀집 인원이 많은 만큼 고객센터 건물은 주 2회 방역을 실시하며, 하루 2회 직원의 발열 여부를 체크한다.

신한은행은 강남 신관과 별관, 인천센터 등 총 세 곳에서 분산 근무를 하고 있다. 공용 식당을 폐쇄하고 도시락으로 대체하며, 유행지역 및 대규모 집합 장소 방문시 부서장에게 사전 보고를 해야 한다. 또한 확진자 발생에 따라 콜센터가 일부 폐쇄될 경우에는 영업점 자체 대응 인력을 지정해 운영할 예정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유사시에 대비해 재택근무도 고려하고 있다"면서 "다만 현재 코로나19 상황은 강남 신관, 별관, 인천센터 3원화 분산근무로 대비하면 될 정도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현재 서울센터와 대전센터로 고객센터를 이원화했으며, 추가 확산에 대비하기 위해 서울 방배동과 대전 둔산동에 센터별 대체 사업장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고객센터 직원들은 층간 이동이 금지되며, 혼잡 시간을 피해 출퇴근 시간이 조정된다.

우리은행도 비상시에 서울과 천안에 고객센터를 분산해서 운영하기로 했다. 또 고객센터 내 층간 이동을 제한하고 구내식당 좌석을 일렬로 배치해 앞 좌석 착석을 금지토록 했다. 우리은행은 열화상 적외선 카메라 운영과 주 2회 방역 등 본점 수준에 준하는 예방 조치를 강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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