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SR 김병헌 전문위원]

마스크 5부제. 사진. 구혜정 기자

요일배급제 효과는?

중국 북송시대 유학자 주자(周子)는 저서 통서(通書)에서 당시 시대상을 “병을 숨기고 의원에게 보이지 않아 몸을 망치면서도 깨닫지 못하는 것과 같다(여호질 이기의/如護疾 而忌醫)”고 평했다. 사람들이 잘못한 것을 주위에서 바로잡아 주는 것을 달갑게 생각하지 않음을 호질기의(護疾忌醫)에 비유했다. 전국시대(戰國時代) 최고의 명의(名醫)였던 편작(扁鵲)과 채(蔡)나라 환공(桓公)의 고사에서 호질기의는 유래한다. 편작이 환공의 피부병을 보고 “증세가 심해질 것이니 속히 치료하라”고 3차례나 충고한다. 환공은 병이 없다며 편작을 무시하고 급기야는 내쫓았다. 이후 편작은 환공을 찾아갔지만 그때는 멀리서 바라보다 떠난다. 병이 이미 골수까지 스며들어 고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불거진 마스크 대란을 보면 전문가들의 지적과 우려를 무시한 정부가 생각난다. 뒤늦게 수습에 나선 이후 행태는 더욱 가관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형국이다. 정부는 이솝 우화의 ‘양치기 소년과 늑대’에서 처럼 양치기 소년이 돼가는 듯 해 걱정된다. 거짓말쟁이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 국민과 정부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쏟아낸들 국민이 정부를 믿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이다. 정부에서 제시한 정책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국민이 정부를 믿고 정책을 따라야 불편하거나 고쳐야 할 사항을 바꿀 여지도 있다. 상호 관계에서 지켜야할 것들, 또 스스로가 제시한 것에 합당한 원칙과 행동이 따르지 못하면 정부도 영향력을 잃게 된다. 모든 일들이 원칙하에 처리돼야 원만한 관계 속에서 믿음을 지켜갈 수 있다.

이번 요일 배급제로 과연 국민들은 마스크를 쉽게 쥘 수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아마도 쉽지 않을듯 싶다. 문재인 대통령의 강력한 대책 마련 지시에도 정부 스스로 “국민들의 깊은 이해를 바란다”고 백기를 들었다. 판단 착오로 마스크 수급 물량 확보의 골든타임을 놓쳤기 때문이다. 이후 4차례의 대책 끝에 나온 게 ‘공평 보급’과 ‘요일 배급제’다. 마스크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나온 궁여지책이다. 마스크 부족은 코로나 19 확산 전인 지난 1월말부터 조짐이 보였다.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던 중국측이 그 당시부터 국내 생산량의 상당 부분 수입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문재인 대통령은 마스크 수급 상황과 관련해 "우리 수요를 감당하기 충분한 생산능력이 있다"고 했다. 문대통령은 사흘뒤인 28일에는 여야 대표들과의 회동에서 "대책을 내놓았으니 오늘부터 내일, 모레까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까지 강조했다. 현실은 전혀 달랐다. 제대로 현장을 파악한뒤 대통령께 보고했는지 의문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1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등에게 "현장에 가보라"고 질책하면서 사정은 다소 나아졌지만 아직 멀었다.

공평배급이 정답일까?

중국 병법서 삼십육계(三十六計)는 전술 36개를 6계 항목으로 크게 나눈뒤 계당 6조의 계책으로 분류 소개하고 있다. 첫번째 1계인 승전계(勝戰計)의 마지막 여섯째 전술이 익히 알려진 성동격서( 聲東擊西)다. "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서쪽에서 습격한다."라는 뜻이다. 다른 행동을 통해 상대의 주의를 끈 다음 예상치 못한 곳을 습격하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어쩔 수 없는 마스크 부족 사태를 타개하기 위해 성동격서를 활용한 듯 보이나. 전술의 기본조차 몰랐던 것 같다. 국민들의 보건용 마스크의 구입 의지를 보건용 마스크 효용성을 희석시켜 완화하고 대신 공평 공정 배급으로 무마 하려 했던 것 같아보인다. 그 결과는 절반의 성공도 힘들어보인다.

사실 성동격서는 꼭 적들의 취약지점을 공격할 필요는 없고 적들의 관심을 돌릴 수 있는 곳이라면 아무 곳이나 상관없다는 사실이 핵심이다. 상대를 흔들어 없었던 빈틈을 만드는 전략이다. 특히 여러 부대 조건이 있어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성공하기 힘들다는 점도 있다. 이 사실을 정부가 몰랐던 것 같다. 상대를 움직이려면 소리를 크게 질러야 하나 상대가 신념을 가지고 일관할 경우 양상은 달라진다. 대응 자체가 없기 때문에 이쪽 전력만 소모된다. 상대의 의지가 너무 굳건하고 작전 자체가 정교하지 못하면 큰 소리를 내자마자 거꾸로 당할 가능성도 크다. 가장 중요한건 성동격서는 승전계라는 점이다, 즉 이기고 있을 때 확실히 굳히는 것을 전제로 한다. 정부는 위급한 상황을 타계하는 묘책이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했던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국민들에게 신뢰마저 잃을 처지까지 몰렸다.

보건용 마스크 구입에 대한 국민들의 의지를 최대한 누그러뜨리려 했지만 마스크는 국민들에게 이미 건강 필수품이 되어 있었다. 불편함과 분노까지 안기면서 최악이 됐다. 공정 공평만으로는 해결은 힘들다. 개인 건강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마스크 감수성이 수준이하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실제 국민들의 마스크에 대한 인식은 예전과 다르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한국 헬스커뮤니케이션 학회장) 연구팀이 최근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조사기간 1월 31일~2월 4일)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2016년 메르스 사태 당시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한다’에 35.3%가 ‘그렇다’고 답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가끔, 자주, 항상 착용한다는 응답자가 81%나 됐다. 또 알바몬이 지난 2월18일부터 나흘간 2076명의 알바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근무중 마스크 착용여부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79.1%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왼쪽 세번째)이 지난 23일 코로나19 관련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제공 : 청와대

국민이 바라는 것은?

지난해 한국갤럽이 1월 22~24일까지 사흘간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미세먼저 예보와 관련 마스크 착용 여부에 대해 물은 결과에서도 성인의 53%가 '착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2014년 2월 29%, 2017년 5월 37%에서 약 5년 만에 2배가량 늘어난 추세다. 특히 ‘미세먼지 나쁨’ 예보 시 외출을 자제하는 응딥지들(467명)들은 67%가 외출시 마스크를 착용한다고 말한 사실만 봐도 마스크 생활화가 일상화 됐음을 증명한다. 메르스 사태 경험과 그동안 정부나 지자체가 미세먼지 예방법으로 보건용 마스크 착용을 끊임없이 권장한 탓도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가 그래 놓고 지금와서 고위인사들이 마스크 무용론(?) 같은 애기를 돌아가며 에둘러 하고 연출까지 했다는 점은 그저 안쓰러울 뿐이다.

물론 감염전문가들은 "정상 성인이 특별한 질병 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하거나, 야외활동을 하는 경우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것은 공중보건학적 권고에 해당하지 않는다. WHO, CDC, 의협이 권고하는 동일한 사항"이라고 말한다. 질병관리본부는 "미국 유럽과 우리의 마스크 권고사항이 다른 것은 문화·환경 차이"라고 설명하면서도 밀폐된 공간이나 사람이 밀집된 곳에 갈 경우 기침 증상이 있는 환자는 물론 일반인도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권고해왔다. 국민들은 이성적으로 이해는 하나 감성적으로는 아직도 ‘퍼스트 마스크’다. 안정적 공급에 대한 믿음이 들지 않는한 ‘마스크 찾아 삼 만리’는 계속될 것 같다. 정부가 공적 마스크 판매 데이터를 개방한 건 잘했다. 허나 언발에 오줌누기 같아 보인다. 국민 모두가 믿을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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