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고용보험 유용 의혹...위법행위 드러나면 인수 재검토 가능
이스타홀딩스, 실소유자인 창업주 2세들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제주항공이 지난 2일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로 발표했지만 이스타항공에서 잇달아 잡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인수합병을 눈앞에 둔 회사 입장에서는 더 이상의 구설수를 만들지 않고 최대한 몸값을 높게 유지하려 한다. 그런데 현재 이스타항공 측이 향후 노사갈등의 여지를 해결하지 않고 법적‧도의적 책임을 제대로 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스타항공 최종구 대표의 책임론이 불거지는 이유다. 한편에서는 지주회사인 이스타홀딩스의 최대주주인 창업주 2세 이원준씨와 대표이사 이수지씨에게 실질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견해조 제기된다.

이스타항공 로고. 사진. 이스타항공

#국민연금, 고용보험 미지급...위법일 경우 인수 재검토도 가능

이스타항공은 지난 2월 직원에 대한 임금 체불에 이어 국민연금과 고용보험 조차 납부하지 않았다. 이스타항공은 이 사실을 직원들에게 고지하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 직원의 명세서에 납부금이 공제된 것으로 표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10일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보도된 것처럼 ‘유용’한 것은 아니고 ‘미납’ 상태”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스타항공 임직원들은 대부분 급여 명세서에 해당 항목이 공제된 것으로 표기돼 있어 이를 의심하기는 어려웠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직원이 납입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미납 사실을 우연히 알게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아직 정확한 사용출처는 밝혀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미납 사실을 직원들에게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것은 횡령이나 배임 등 위법 소지가 있다. 특히 단순 회계상의 문제가 아닌 공금 유용으로 밝혀질 경우, 검찰 조사에 더해 제주항공과의 인수계약 재검토로 비화될 여지도 없지 않아 보인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실사작업을 진행 중이며 예정대로 인수 계약을 이행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위법 사실 등의 중대한 변경 사항이 발생할 경우에 대해서는 “계약을 재검토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임금 체불 등의 문제도 제주항공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사안이다. 이미 공금 유용 논란을 계기로 노조와 회사 간 신뢰가 무너지면서 향후 불거질 노사 문제에서 제주항공도 자유로울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앞서 진행된 넷마블의 코웨이 인수 과정에서도 노사 갈등이 이어진 바 있다. 넷마블의 코웨이 인수 과정 중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웅진코웨이지부는 넷마블이 우선협상대상자로서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인 'CS닥터' 직접 고용을 보장해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하지만 코웨이 인수가 마무리된 현재까지도 노조와의 갈등은 여전히 갈등의 골이 메워지지 않은 상태다.

때문에 당장 2월 체불된 60%의 임금과 향후 추가될 체불 임금 등을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중 누가 분담할 것인지도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사진. 제주항공

#매각가액 낮추고 소통 잘 안되는 이스타 경영진

제주항공은 지난 2일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545억원에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인수 주식수는 이스타항공 보통주 497만 1000주로, 이스타항공 전체 주식의 51.17%다.

당초 양사가 양해각서를 맺을 당시 공시한 매각 예정 금액은 695억원이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항공업계가 큰 타격을 입으면서 양측 합의 하에 인수가액이 하향 조정됐다.

이스타항공의 경영 상황을 고려할때 매각 금액을 높게 유지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스타항공 최종구 대표의 책임론이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막대한 부채를 떠안고 있는 이스타항공 입장에서는 인수금액을 조금이라도 높여 당장 마주한 경영난을 진화할 필요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스타항공은 자금 유동성이 급격히 떨어져 직원들에게 2월 임금의 40%만을 지급한 상태다. 지난 6일에는 이스타항공 직원이 "경영진으로부터 일방적으로 3~4월 임금의 지급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면서 불만을 토로하는 글을 올려 눈길을 끈바 있다.

직원 A씨는 해당 글을 직장인 익명 게시판 앱 블라인드에 작성했다. A씨는 “최근 팀장회의에서 대표가 3, 4월 월급은 없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면서 “급여를 줄 형편이 안 되면 사전에 미리 공지하는 게 맞고 이에 대한 대비책이 충분히 구축돼야 회사나 구성원이 대비를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실인데 오해가 있는 듯하다”고 설명했으나 이미 노사갈등이 불붙은 분위기다. 작성자인 직원 A씨는 “다른 직원은 현재 노동부에 진정서를 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코로나19로 인한 침체로 유동성 문제가 심각해졌다”면서 “경영진이 최대한 노력 중이지만 개선이 힘든 상황이고 (임금과 관련해) 미리 고지를 하기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자본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2018년 말 기준 이스타항공은 자본금 486억원, 결손금 266억원, 부채비율 484.4%, 자본잠식률 47.9%를 기록했다.

#이스타홀딩스, 실소유자인 창업주 2세들은 강 건너 불구경

이스타항공의 경영난이 화급한 상황인데 이스타항공 최대 주주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스타홀딩스의 최대 주주와 2대 주주 모두 이스타항공의 창업주 2세로 19대 국회의원 이상직 의원의 자녀다. 이원준씨가 66.7%의 지분을, 이수지씨가 33.3% 지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지씨는 이상직의 장녀로 이스타홀딩스 대표이사와 이스타항공 상무를 겸하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의 심각한 경영난에 대해 이 전 이사장 일가가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자금을 수혈하는 등 대주주로서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스타홀딩스 이수지 대표는 이러한 책임을 인식한 듯 이례적으로 공식 의견을 발표했다. 이 대표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스타홀딩스는 이스타항공의 2대 주주로서 최대주주인 제주항공과 공동경영제체로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에 대해서도 여론 악화 등을 우려해 무책임하게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뗀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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