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안효섭. 사진. 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안방극장에 새로운 낭만을 일깨운 ‘낭만닥터 김사부2’는 안효섭에게도 남다른 가치를 남겼다. 이성적 사고를 가진 그에게 ‘낭만닥터 김사부’와 함께 했던 시간은 새로운 자신과 마주하는 장이 됐다. 배움을 멈추지 않는 배우가 되겠다는 새로운 지향점을 남긴 이번 작품은, 안효섭에게 분명히 ‘인생 작품’이다.

Q. ‘낭만닥터 김사부’가 끝났네요. 우진은 마음속에서 떠나보냈나요.
안효섭:
100%는 아닌 것 같아요. 아직은 아른거리고 있거든요. 드라마가 끝난 것도 실감이 잘 나지는 않아요. 정말 행복했던 시간이었는데, 노력한 만큼 결과물도 잘 나와서 기뻐요. 시청자 분들과 함께 성장한 기분이었는데, 색다르고 감사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Q. 시즌1의 인기가 좋았던 만큼 합류하기까지 부담감이 컸을 것 같아요.
안효섭:
맞아요. 감독님, 작가님과 모든 제작진이 같은데 주요 인물만 바뀌다 보니 비교 대상이 너무나도 명확하잖아요. 그 점이 걱정되더라고요. 저 또한 시즌1 애청자로서 감명 깊게 선배님들의 연기를 봤던지라 그 자리를 채울 수 있을지 부담됐어요. 하지만 감사하게도 현장의 모든 분들이 응원해주시고 믿어주며 저를 이끌어주셨어요. 그 덕분에 잘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배우 안효섭. 사진. 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Q. 시즌1이 방송됐을 땐 신인 연기자였잖아요. 감회가 남달랐겠네요.
안효섭:
그래서 출연 제안이 왔을 때 더욱 신기했어요. 이 작품 안에 들어간다는 자체가 믿기지 않았거든요. 제가 아는 돌담병원 식구들과 함께 연기한다는 것도 신기했고, 한석규 선배님과 호흡한다는 생각에 떨리면서도 설렜던 기억이 나요.

Q. 한석규에게 배운 점도 많았을 것 같은데.
안효섭:
제가 선배님을 짝사랑하고 있거든요(웃음). 팬으로서, 후배로서, 인간으로서도 본받을 점이 많은 분이세요. 안주하기보다는 항상 새로운 걸 찾으시고 배우려 하시는데, 정말 멋지시더라고요. 선배님께서 연기를 정말 사랑하시는 게 느껴졌어요. 배려심도 많으셔서 후배들에 도움도 많이 주시는데, 덕분에 긴장하지 않으며 연기할 수 있었어요. 미흡했던 부분을 보시면서 조언해주시며 이끌어주셨거든요. 훌륭한 멘토가 생긴 기분이었어요.

Q. 극 중 우진 캐릭터는 마음속에 어둠이 있는 인물이에요. 그러면서도 천재 의사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죠. 배역을 위해 어떤 준비과정을 거쳤나요?
안효섭:
쉬운 삶을 살아온 친구가 아닌 만큼 시놉시스에 나온 경험이나 제 상상에 기반을 둔 불우한 환경을 그려가며 우진이라는 인물의 배경을 만들었어요. 그러다보니 우진이가 세상에 가진 벽이 보이기 시작해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캐릭터 분석 이후에는 제 자신을 의사라고 믿게끔 만드는 시간이 필요했는데, 실제로 선배님들과 병원에 답사도 다녀오고 CPR, 봉합 수술 등을 배웠어요.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제가 어색할 것 같았거든요. 의학 용어와 수술 방 도구 이름을 익히며 열심히 공부했죠.

배우 안효섭. 사진. 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Q. 우진이의 캐릭터와 실제로 비슷한 점이 있었다면.
안효섭:
우진이는 행복을 믿지 않는 시니컬한 인물이고 자신만의 세상이 뚜렷해요. 선을 넘으려고 하지도 않죠. 우진이가 가진 ‘보이지 않는 벽’이 제게도 있어요. 저도 쉽게 인간관계를 맺지 못하고 저만의 공간이 필요한 사람인데, 그런 점이 비슷했어요. 자신만의 세상에 갇혀 자신의 일만 묵묵히 해내는 모습은 잘 표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Q. 우진이는 김사부를 만나 마음의 문을 열었어요. 안효섭 역시 작품을 촬영하고 한석규와 호흡하며 마음의 변화를 겪기도 했을까요.
안효섭:
저는 현실적인 사람이었어요. 합당함과 논리를 따지며 계산적으로 살았죠. 낭만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랄까요? 그런데 우진이를 연기하며 저도 우진이와 동화된 것 같아요. 우진이가 점점 밝아지면서 돌담병원에도 적응하는데, 저 역시도 그런 장면을 촬영하며 성격이 낙천적이며 긍정적으로 변한다고 느꼈거든요. 주위에서도 제가 초반보다 밝아졌다면서 이렇게 잘 웃는 사람인지 몰랐다고 할 정도였어요(웃음). 저도 모르게 우진이와 함께 변했나 봐요. 모든 것들을 좋게 바라보는 시선도 좋더라고요.

Q. 유인식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요.
안효섭:
저에겐 최고의 감독님이세요. 배우들을 기다려주며 응원해주시죠. 저는 감독님이 어렵게 느껴지기보다는 함께 일하는 동료 같았어요. 감독님은 늘 제게 ‘우진이는 표정이 덜 드러나는 단단한 사람이면 좋겠다’는 말을 하셨어요. 그러면서 응원을 해주실 때면 진심으로 저를 믿고 있는 게 느껴졌는데, 그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서 더 열심히 임했어요.

배우 안효섭. 사진. 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Q. 높은 시청률만큼 시청자 반응도 뜨거운 작품이었어요.
안효섭:
여러 댓글이 기억에 남아요. 말을 예쁘게 해주시는 분이 많았는데, 칭찬에 대해 공감을 100% 하진 못해도 이런 기대에 맞게 열심히 하자는 자극제가 돼서 좋았어요. 그리고 요샛말로 ‘주접 댓글’이라는 것도 좋아했는데, ‘안효섭 좋아서 주먹으로 벽치다 우리 집이 원룸 됐으니 책임져’라는 글이 정말 귀여워서 기억에 남아요. 하하.

Q. 자신감을 잃더라도 그런 글을 보면 힘이 날 것 같네요(웃음).
안효섭:
맞아요. 사실, 힘들 때가 있기도 했어요. 이 역할을 잘 해내지 못하면 저뿐만 아니라 팀에 폐를 끼치는 거라 생각하니 긴장이 많이 됐거든요. 그런 만큼 확실한 포부도 있었어요. 항상 부족함을 느끼며 연기하다가도, 주변에서 좋은 피드백을 받으면 자신감을 얻어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기도 했죠. 물론 가슴을 찌르는 댓글도 있었는데, 대부분은 저도 인정하기 때문에 와 닿는 것들이었어요. 처음엔 마음이 아팠지만 문제점을 말씀해주신 만큼 점점 개선할 방법을 더욱 찾게 되더라고요. 아직은 갈 길이 멀어요.

Q. 시청자들에 관심을 많이 받은 작품이었어요. 마지막 회는 시청률 27.1%를 기록할 정도였죠.
안효섭:
기존 시리즈 팬 분들의 영향도 있었고 강은경 작가님과 유인식 감독님, 한석규 선배님 등 기대되는 조합들 덕에 드라마가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한석규 선배님이 드라마를 정말 잘 이끌어주시기도 했죠. 메디컬, 휴먼, 로맨스 등 한 쪽으로 치우칠 수도 있었는데 선배님이 중심을 확실하게 잡아주신 덕이 컸어요. 그리고 모든 출연진들의 인상이 좋아서 드라마 톤에 맞는 따스한 느낌이 전해진 것 같아요.

배우 안효섭. 사진. 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Q. 상대역이었던 이성경과의 호흡은 어땠나요.
안효섭:
처음에는 결이 다른 사람이라 느껴져서 어색하기도 했어요. 제가 갇혀있는 사람이라면 성경 씨는 적극적인 사람이거든요. 그런 서먹함이 극 중 은재와 우진의 서사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나중엔 자연스럽게 친해졌는데, 볼수록 누나 같은 면이 많은 분이었어요. 책임감도 있고 에너지가 넘치셔서 분위기 메이커이기도 했죠. 제가 지치지 않게 도와준 훌륭한 파트너였어요.

Q. 데뷔 6년차인데, 그동안 꾸준히 성장 곡선을 그려온 것 같아요.
안효섭:
쉴 새 없이 달려왔죠. 좋은 기회가 있으면 다 경험이자 배움이라 생각하고 뛰어들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아쉽거나 미련이 남는 작품들도 많았지만 그 작품들을 통해 제가 성장한 걸 저 역시도 느껴요. 그 덕분에 여유를 찾기도 했거든요. 전부 제게 필요한 작품들이라 봐요.

Q. ‘낭만닥터 김사부’는 안효섭이라는 배우의 필모그래피에서 어떤 의미가 될까요.
안효섭:
연기적으로도, 인간적으로도 성장할 수 있던 좋은 계기가 된 작품이에요. 많은 선배님들과 많은 분량을 함께 한 게 처음이다 보니 현장에서 배울 것들이 정말 많았어요. 학교를 다니듯 일했던 것 같기도 해요. 제게는 곧 배움의 장이에요. 전환점이 됐다고 하기보다는, 제가 조금 더 좋은 배우로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배우 안효섭. 사진. 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Q. ‘낭만닥터 김사부’는 특히나 다 인원의 배우가 보여주는 앙상블이 중요했죠.
안효섭:
단체 신은 늘 재미있었어요. 대사 칠 타이밍을 놓칠 정도로 연기를 구경하게 될 때도 있었거든요. 대본을 보며 제가 상상했던 것과 선배님들이 새롭게 해석한 연기를 보는 재미가 상당했어요. 그 사이에 선배님들이 한 분씩 제게 조언을 해주시는데, 돌이켜보면 다 맞는 말씀이었어요. 감사함이 커요.

Q. 이번 작품에서 새롭게 느낀 점이 있다면요.
안효섭:
연기를 대하는 자세와 마음가짐을 배웠어요. 특히나 한석규 선배님을 보면서 순간적인 몰입도나 집중도가 얼마나 중요한 건지를 다시금 느꼈는데, 그런 걸 느끼려면 그만큼 연기를 사랑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연기에 대한 존중이 없으면 절대 나올 수 없는 결과였거든요.

Q. 스스로도 연기를 사랑하게 되는 것 같나요(웃음).
안효섭:
음… 저는 점점 빠지고 있는 중인 것 같아요. 하하.

Q. 제작발표회 당시 각자의 낭만을 찾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어요. 작품을 끝낸 지금, 나름의 낭만을 찾았는지 궁금해요.
안효섭:
낭만이라는 것 자체를 정의하는 게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저는 촬영하면서 잠과 밥이 간절했는데, 제게는 그게 낭만인 것 같아요. 촬영을 모두 마친 뒤 먹고 자고를 반복하고 있거든요. 제게는 나름의 낭만을 찾은 셈이죠. 먹고 자다 고양이랑 놀고, 책도 보다 다시 자고… ‘집돌이’처럼 잘 지내고 있어요(웃음).

배우 안효섭. 사진. 스타하우스엔터테인먼트

Q. 이성적인 사람에게도 낭만을 가져다 줄 정도였으면, ‘낭만닥터 김사부’를 ‘인생작’이라고 부를 만도 하겠는데요(웃음).
안효섭:
맞아요. 제 인생에 변화를 가져다 준 작품이니까요.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은 작품도 처음이고, 우진이라는 인물에게도 애정을 많이 쏟았어요. 현장 자체가 제겐 행복했거든요. 오랫동안 마음 한 구석에 남을 작품이에요.

Q. 차기작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할 것 같아요. 염두에 둔 작품이 있을까요?
안효섭:
아직은 없어요. 모든 것들을 열어놓고 작품을 보는 편인데, 외모가 부각되는 역할은 피하고도 싶어요. 대부분 캐릭터 설정에 딱딱한 면이 주가 돼서요. 망가지고도 싶고 풀어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거든요. 다양한 장르에 대한 욕심도 있어요. 지금까지 분위기 잡는 역할들이 많았다면, 앞으로는 자유분방하게 놀 수 있는 역할들을 해보고 싶어요. 쉬지 않고 열심히 일하고 싶고요.

Q. 앞으로의 연기 활동에 있어 새롭게 다짐을 갖게 된 부분도 있을 것 같아요.
안효섭:
계속 배움을 이어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계속 배우고 싶거든요. 한석규 선배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안주하면 그 자리에 멈추는 것이 아니라 퇴보하는 것이다.’ 내 옆 사람들은 앞으로 나아가는데 저만 정체돼 있으면 퇴보할 수밖에 없는 거라는 그 말씀이 정말 멋지더라고요. 저도 안주하지 않고 뭔가를 찾으며 부족함을 느끼고 싶어요. 완벽하게 만족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계속 꾸준히 성실하게 연기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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