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영 디자인 기자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이승건 

"우리가 꿈꾸는 미래는 금융을 가볍고 안전하고 간편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 꿈이 달성된다면 우리가 꼭 가장 큰 성공한 회사가 되지 않아도 된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치과의사 출신 스타트업 CEO라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2007년 서울대 치의학과를 졸업한 후 2008년부터 3년 동안 공중보건의로 근무하면서 '많은 사람을 돕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창업의 계기라고 한다. 이 대표는 공중보건의 생활을 마친 직후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비바리퍼블리카를 창업해 핀테크 세계에 뛰어들었다. 이승건 대표는 언론을 통해 공공연하게 "토스의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면서 금융과 관련한 불편함을 해결하겠다는 토스의 목적의식을 분명히 하고 있다.

창업 직후 이 대표는 SNS 서비스 '울라불라', 모바일 투표용 앱 '다보트' 등을 출시했으나 반향을 얻지 못하고 접어야 했다. 이후 추가로 8번의 사업 실패를 더 겪은 후 9번째로 출시한 서비스가 바로 간편송금서비스 '토스'다. 토스도 처음부터 승승장구했던 건 아니다. 2014년 토스가 출시되자 금융당국에서 법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서비스를 중단시켜 이 대표는 1년여간 정부를 상대로 규제 개선을 요구하면서 백방으로 뛰어다녀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간편송금과 스크래핑 조회 서비스의 합법화를 이끌어 2015년 2월 정식으로 출시된 토스는 출범 1년 만에 앱 누적 다운로드 수 100만 건을 돌파하는 쾌거를 이뤘다. 토스는 빠르게 성장해 지난해 7월 누적 다운로드 수 3000만건을 기록했으며 작년 말 기준 누적 송금액 64조원, 누적 가입자 1500만명을 넘어섰다.

이 대표의 도전은 이에 그치지 않고 인터넷전문은행과 증권사 설립까지 확장된다. 이 대표는 비바리퍼블리카를 대주주로 내세우는 '토스뱅크'(가칭)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해 5월 금융당국에 예비인가를 신청했으나 고배를 마셨다. 이 대표는 탈락의 이유로 거론된 자본 안정성 문제를 해결하면서 같은 해 10월 재수 끝에 결국 인터넷은행 티켓을 거머쥐는 뚝심을 보였다. 토스는 이달 증권업 예비인가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으며, 오는 2021년 상반기부터 인터넷은행을 정식 출범한다. 간편송금 서비스를 넘어 종합 금융회사로 기반을 넓혀가는 이승건 대표의 야심이 차근차근 눈 앞에 펼쳐지고 있다. 그가 그리는 큰 그림의 지평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지켜볼 일이다. 

 

토스뱅크

비바리퍼블리카(토스)가 대주주로 참여하는 국내 3호 인터넷전문은행. 이승건 대표는 지난해 12월 두 번의 도전 끝에 금융당국으로부터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얻어 냈다. 토스뱅크는 전통 금융권에서 소외되어 온 중신용 개인고객 및 소상공인(SOHO) 고객에 집중하고자 한다는 비전을 제시하면서 '포용성' 측면을 강조했다. 또한 토스뱅크는 토스가 지난 5년여 동안 플랫폼 사업을 운영하면서 쌓아온 혁신 상품 출시, 금융 데이터 활용의 경험을 바탕으로 '혁신성'까지 갖춘 유럽형 챌린저 뱅크를 모델로 삼고 있다.

이승건 대표는 지난해 5월 이미 한 차례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에 도전한 바 있다. 당초 신한금융그룹과 컨소시엄을 준비했지만 견해 차이로 결별한 뒤 토스는 스스로를 금융주력자로 규정해 토스가 60.8%의 지분을 갖고 해외 벤처캐피탈(VC)이 나머지 지분 대부분을 나눠 갖는 구성을 제시했다. 그러나 해외 VC의 상환전환우선주 위주 투자 계획의 불안정성이 문제가 돼 상반기 인가에서는 탈락했다. 이후 이 대표는 상환전환우선주 전량을 전환우선주로 전환하고 안정적인 금융주력자인 하나은행, SC제일은행 등을 새로운 주주사로 끌어들여 재수끝에 성공한다. 

토스는 공식 준비법인인 '한국 토스은행 주식회사'를 설립해 인터넷은행 본인가를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로부터 본인가를 받으면 6개월 이내에 영업 개시가 가능하다. 토스뱅크는 예비인가 이후 1년 반 정도 준비 기간을 갖고 2021년 7월께 본격적으로 출범할 예정이다.

 

조직 문화 

"워라밸을 신경 쓰지 않을 정도의 몰입 경험이 없다면 세상을 바꾸는 서비스는 못 만든다. 성취를 위해서는 아주 예외적인 수준, 높은 수준의 몰입과 시간 투입은 불가피하다"

토스는 직원들에게 파격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토스는 경력 입사자에게 전 회사 연봉의 1.5배를 지급하고, 추가로 전 회사 연봉에 준하는 금액을 입사 후 첫 월급일에 사이닝 보너스로 최대 1억원까지 일시에 지급하고 있다. 또한 사이닝 보너스 대신 스톡옵션을 원하는 입사자의 경우에는 1억원 상당의 스톡옵션을 제공한다. 단 이러한 보상 정책은 입사 1년을 넘긴 직원에게만 해당한다. 입사 후 1년 안에 퇴직하면 모든 혜택이 취소된다. 

이승건 대표는 "최고 수준의 역량과 책임감을 갖춘 인재에게 높은 자율성과 업무에만 집중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탁월한 성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토스의 조직문화"라고 설명했다. 박봉에 시달리는 대부분의 벤처 업계과 비교하면 엄청난 메리트다. 다만 그만큼 업무 강도가 과도해 팀원들이 오래 버티지 못하고 계속 그만둔다는 소문도 돌았다.

토스는 '3 month review', 스트라이크 제도 등 다소 엄격하게 느껴질 수 있는 조직 문화를 갖고 있다. 3 month review는 신규 입사자가 토스의 기업 문화, 일하는 방식에 적응하는 3개월의 수습 기간으로 이 기간에 10명 중 1명꼴의 직원이 그만둔다고 한다.

또 스트라이크 제도는 직원이 동료로부터 3번의 경고를 받으면 1년 이상 개선 기간을 준 뒤 변화가 없을 시 퇴출하는 제도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러한 문화가 과도한 경쟁을 부추기며, 토스가 너무 사람을 쉽게 자르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이승건 대표는 "사람을 홀대하거나 잘못 대하는 것 같지는 않다"면서 "실제로 대부분의 경우 스트라이크를 받기까지 최소 6개월에서 1년의 기간이 걸리고, 그 과정에서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할 기회를 준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나은행 

디지털 금융 강화에 힘쓰고 있는 하나은행은 토스와 손잡고 토스뱅크 2대 주주로 참여했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은행장 시절부터 줄곧 디지털 혁신을 강조하면서 인터넷은행 진출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하나은행은 지난해 5월 키움증권이 주축이 된 인터넷은행 컨소시엄에 10%의 지분율로 참여했으나, 키움 컨소시엄이 탈락 후 재도전을 포기하자 토스 컨소시엄에 합류했다.  

토스는 한국 토스은행 주식회사 설립 작업을 진행 중인데, 주주사들로부터 인적 인프라 구축을 위한 인력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토스뱅크에는 우선적으로 은행 인력이 필요하므로 하나은행이 10%의 지분을 차지한 2대 주주인 만큼 인력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1세대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는 주주사 KB국민은행 직원 11명, 케이뱅크는 우리은행 직원 22명을 준비법인 단계에서 이직 형태로 지원받았다. 

토스는 하나은행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 플랫폼 GLN(Global Loyalty Network) 사업의 파트너이기도 하다. GLN사업은 B2B 전용 결제 서비스 플랫폼으로 전 세계 금융기관, 유통회사, 포인트 사업자 등 결제와 관련한 다수 사업자를 이종 교합으로 묶는 서비스다. 하나금융그룹 디지털 전략의 중심축이라고 할 수 있는 GLN은 작년 4월 대만을 시작으로 태국과 베트남 등 아시아 주요 14개국에서 서비스를 가동 중이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7월 토스와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GLN에 토스를 참여시키면서 토스와의 시너지를 통해 디지털 금융 영토를 확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태훈 

자산관리 플랫폼 '뱅크샐러드'를 운영하는 레이니스트 대표. 1985년생 젊은 CEO로 82년생 이승건 대표와는 세 살 차이다. 대학 시절부터 학교 앞에서 호떡 장사를 하는 등 사업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던 그는 2012년 레이니스트를 창업했다. '다수의 사람이 불편하게 생각하는 분야가 무엇인지'에 집중했고, 그것이 금융 분야라는 결론에 이르러 2017년 흩어져 있는 개인의 모든 금융 데이터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뱅크샐러드 앱을 론칭했다. 7번의 실패 끝에 만난 성공이었다.

출시한 지 6개월 만에 30억원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뱅크샐러드는 지난달 말 기준 누적 연동관리금액이 190조원을 돌파했다. 1년 만에 118% 이상 성장한 수치다. 누적 다운로드 수는 올해 1월 기준 600만 건을 돌파했고, 지난해 10월 기준 누적 투자액은 639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뱅크샐러드를 성장세가 가장 기대되는 핀테크로 꼽으며 토스의 뒤를 이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핀테크) 2호를 노려볼 만하다고 이야기한다.

토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핀테크 2인자로 성공한 뱅크샐러드는 자산관리를 넘어 보험업까지 사업 범위를 확대하며 본격적으로 토스와 같은 업계에서 맞붙게 됐다. 뱅크샐러드는 지난해 6월 온·오프 스위치형 여행자 보험을 출시했으며, 토스는 지난해 다양한 미니보험 상품을 출시해 2030세대를 대상으로 활발히 판매하고 있다.

뱅크샐러드는 최근 NH농협은행, KB국민은행 등과 업무협약을 맺는 등 업계에서 존재감을 늘려가며 무섭게 성장 중이다. 뱅크샐러드는 지난달 17일 NH농협은행과 데이터 기반 금융상품 및 서비스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지난해 말 KB국민은행과 '협업 기반 비즈니스 추진의 동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업무 제휴'를 맺은 바 있다. 은행들의 데이터 주도권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은행 제휴를 통한 토스와 뱅크샐러드의 무한한 성장 가능성이 더욱 주목된다.

 

윤석헌 

제13대 금융감독원 원장. 지난 2018년 5월부터 금융감독원장을 맡고 있다. 임명 후 12년 동안 추진되지 못한 키코 배상안을 이끌고 4년 만에 금감원 종합검사를 부활시키는 등 추진력 있고 뚝심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승건 대표와는 증권업 인가 심사를 놓고 설전을 벌인 바 있다. 이승건 대표는 지난해 9월 핀테크 스케일업 간담회에서 "금융위와 얘기하면 모든 게 다 잘 될 것 같은데 감독기관과 얘기를 해보면 진행되는 것이 없다"면서 "이미 증권업에 수백억원의 자금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진출을 포기하는 것을 내부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해 파장을 일으켰다. 

이에 윤석헌 금감원장은 곧바로 "금감원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면서 이 대표의 발언을 반박하고 나섰다. 윤 원장은 "과거 학교 다닐 때 '공대생'과 '상대생'이 말이 잘 안 통해 서로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 됐다"면서 "금감원 쪽에서 기술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다면, 기술 쪽에서는 금융의 언어나 규정, 제도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금감원에 "특별한 규정이 아닌 정성적인 이슈를 본다"면서 불만을 드러낸 것은, 당시 토스의 증권업 및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심사가 번번이 자본 안정성 문제에 가로막혀 지연됐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토스 자본의 대부분(75%)은 상환전환우선주로, 투자자가 원하면 언제든 상환해야 하는 불안정한 형태라고 지적했다. 

토스 측은 윤석헌 원장이 불편함을 표시한 직후 바로 보도자료를 내 "이 대표의 발언은 증권사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 과정에서 어려움을 토로하는 발언"이라면서 감독당국의 역할과 권한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목적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 대표는 또한 지난해 11월 상환전환우선주 전량을 전환우선주로 전환하면서 금융당국의 요구에 따라 자본 안정성을 강화하는 등 증권업 진출을 위해 한발 물러서는 행보를 보였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 현재 카카오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의 실질적 총수다. 국내 대표적인 IT기업 카카오는 금융업에도 발을 넓혀 2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에 이어 카카오페이증권을 설립했다. 간편송금 시장을 양분하는 카카오페이 vs 토스의 경쟁에서 카카오뱅크 vs 토스뱅크, 카카오페이증권 vs 토스증권으로 경쟁 범위가 넓어지면서 금융업의 새판이 짜여지고 있다.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최대 주주로 발돋움하면서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카카오페이증권 모두를 거느리는 지배구조의 정점에 서게 됐다. 이승건 대표도 토스뱅크, 토스증권이 모두 출범하고 토스가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해야 한다면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 의장과 이 대표는 IT 기업의 창업자이자 오너로서, 금융 회사로 영역을 넓혀가는 야심이 닮았다. 

김 의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가 무죄로 확정되면서 지난달 출범한 카카오페이증권은 플랫폼의 편의성과 기술력을 기반으로 금융 서비스 경험이 부족하거나 자산 규모가 적은 사용자들도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증권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카카오페이 측은 별도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구축하거나 주식 거래를 지원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토스는 지난달 금감원 외부평가위원회 심사를 마무리함에 따라 이르면 이달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증권업 예비인가를 받을 전망이다. 토스가 구상하는 증권사는 오프라인 지점 없이 비대면으로 주식 거래를 할 수 있는 모바일 특화 증권사다. 토스가 제시한 사업계획에는 MTS 플랫폼을 통한 소액 주식 투자나 소액 펀드 투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플랫폼 기반의 증권업으로서, 카카오페이증권과 토스증권이 어떤 공통점과 차별점으로 시너지를 낼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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