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건설 로고. 사진. 반도건설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사모펀드 KCGI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반도건설이 결성한 '3자 주주연합' 측이 연일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회 상임위에서 대한항공이 연루된 유럽내 불법 리베이트 건이 회자되면서 3자 주주연합은 전문경영인체제 도입 필요성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반면 한진칼은 최근 이사회를 통해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등 실력파 사외이사를 대거 영입하고 유휴자산을 정리해 재무구조를 개선한다고 밝히는 등 공고한 방어전선을 구축하며 맞서고 있다.

양측 간 명분 싸움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주연합 중 하나인 반도건설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해야한다고 주장하자 일각에서는 설득력이 떨어지고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반도건설은 지주회사인 반도홀딩스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반도홀딩스 및 계열사들은 전부 비상장 기업이다. 계열사 간 자금 차입이나 용역거래 등이 즉시 공개되지 않는 폐쇄적 경영환경인 셈이다.

오너 일가가 계열사 지분을 갖고 경영에 참여하는 것도 한진그룹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반도홀딩스 지분은 권홍사 반도그룹 회장이 69.61%를, 권 회장의 막내 아들인 권재현 반도건설 상무가 30.06%를 보유하고 있다. 두 사람의 지분을 합치면 99.67%에 달한다.

수익성이 높은 계열사도 부인과 첫째 사위, 차녀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권 회장의 아내인 유성애씨는 반도레저 대표이사, 차녀인 권보영 반도건설 실장은 더 유니콘(구 반도주택)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다.

장녀 권보라씨는 그룹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의 남편인 신동철씨는 반도건설 전무뿐 아니라 부동산 관리 회사인 퍼시픽산업(구 반도공영) 및 하모니컨트리클럽 대표이사도 겸임하고 있다. 반도건설이 한진칼 주식을 매입할 때 주도적 역할을 한 인물로도 신 전무가 꼽힌다.

승계 과정을 봐도 한진그룹에 전문경영인 도입을 주장하기에는 명분이 약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권홍사 회장의 막내 아들인 권재현 상무는 반도홀딩스로부터 25억원을 빌려 반도홀딩스 지분 70만주를 취득, 2대 주주에 이름을 올린바 있다. 권 상무는 같은 해 반도홀딩스의 배당으로 406억원을 받아 빌린 돈을 갚았다. 반도홀딩스는 2008년 이후 주주배당을 하지 않았지만 권 상무 지분 취득 후인 2015년부터 2017년까지 매년 주주배당을 했다.

반도건설 측은 한진그룹의 오너경영 자체를 문제삼은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반도건설이 경영권 정상화를 요구하는 이유는 현재 한진그룹 경영진이 경영 상태를 개선하지 못하는 등 경영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반도그룹과 한진그룹을 동일선상에서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반도그룹이 경영을 잘못하면 권 회장 일가가 책임을 지면 된다”면서 “대한항공은 오너 일가의 지분이 30%정도에 그쳐 경영 실패의 책임을 오너가 전적으로 다 질수는 없는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국지배연구원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전문경영인 체제와 오너 경영에 관해서는 어느 쪽이 반드시 옳다는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다는 연구 결과가 많다”면서 “기업 경영 환경과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권홍사 회장의 동생인 권혁운 회장이 운영하는 건설사 아이에스동서가 비건설 부문을 정리한 것을 두고도 여러 억측이 이어지고 있다. 아이에스동서는 최근 계열사인 이누스와 한국렌탈을 매각하고 3000억원의 현금자산을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이 매각대금이 한진칼 지분을 매입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최근 건설사들은 수익성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M&A를 통한 신규 사업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반도건설측은 한진칼 지분을 추가로 매입한 이유가 반도그룹의 사업 확장과는 무관하며, 한진그룹 경영 의도도 없다고 일축했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단순 추측성 보도가 너무 많이 나오고 있다”면서 “반도건설은 KCGI의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에 동의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대한항공이 매각하려는 (종로구) 송현동 부지도 정부와 관련 단체 등의 의견 충돌로 개발이 쉽지 않은 곳"이라고 지적했다. 한진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매각하기로 한 부지를 반도건설이 개발하려고 했다는 얘기가 나돌자 이를 적극 부인한 것이다. 그는 이에 대해 "가능성이 전혀 실효성이 없는 낭설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반도건설은 지난 1월 한진칼 지분 매입 목적을 기존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했다. 이후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매입해 현재 단일 주주로서는 3번째로 많은 13.30%의 지분을 갖고 있다. 단일주주로는 17.68%를 보유한 사모펀드 KCGI의 지분이 가장 많고, 이어 델타항공이 13.98%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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