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는 여객기를 운항하지 않으면 주기료(여객기 주차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사진. 아시아나항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항공업계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로 내몰리고 있다. 저비용 항공사(LCC‧Low Cost Carrier)뿐 아니라 대형항공사(FSC‧Full Service Carrier)도 운항 노선의 대다수를 감편하거나 운행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한국발(發) 입국자를 대상으로 입국을 금지하거나 지정 장소에 격리하는 등 입국 제한 조치를 적용하는 국가‧지역은 6일 오전 1시 기준 무려 100곳에 이른다. 유엔회원가입국이 193개국인 점을 감안하면 지구촌의 약 절반에 대해 항공운항이 가로막힌 셈이다.

이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미국과 유럽 노선을 비롯한 장거리 노선을 대폭 감축하는 비상조치를 취했다.

우선 대한항공은 미국 노선과 유럽 노선 정기운항편 25개 중 19개의 운항편을 잠정 중단한다. 8일부터는 인천~로스앤젤레스(LA)노선이, 9일부터는 인천~시애틀 노선을 비롯한 라스베이거스, 보스턴, 댈러스, 벤쿠버 노선의 운항이 내달 25일까지 중단된다.

유럽 노선의 경우 영국 런던과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제외한 대부분의 도시를 오가는 노선의 운항이 내달 25일까지 중단된다. 인천과 로마, 프랑크푸르트, 프라하를 오가는 노선은 5일부터 운항이 중단됐으며 인천~취리히는 오는 31일부터 운항이 중단된다.

아시아나항공도 인천~시애틀 노선의 운항을 오는 16일부터 28일까지 중단했다. 인천~호놀룰루 노선의 운항은 감편했고 LA와 뉴욕, 시애틀 노선도 감편을 검토하고 있다. 유럽 노선은 전체 7개 모두 운항이 중단되거나 감편됐다. 인천~이스탄불, 바르셀로나, 로마, 베네치아는 내달 24일까지 운항 중단하고, 인천~프랑크푸르트, 런던, 파리는 모두 감편됐다.

LCC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동남아시아와 일본, 중국 등에 주로 취항하는 LCC의 국제선 하늘길도 80%이상 막혔다. 에어서울은 신종 코로나 사태 전까지 정상 운항하던 국제선 11개 노선을 이달 22일까지 모두 운항하지 않는다. 에어부산은 32개 노선 가운데 4개 노선만 운항하고, 티웨이항공도 50개 노선 중 12개 노선만 운항한다. 진에어도 국제선 32개 가운데 15개만 운항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한국에서 외국으로 나가는 아웃바운드 수요와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인바운드 수요, 국내 여행 수요 3가지가 모두 바닥을 치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5일부터 인천발 전 노선 항공편에서 승객 발열 체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사진. 대한항공

한국발 여객기가 각국에서 홀대 당하는 상황까지, 항공업계는 하루하루가 고비의 연속이다. 운항편수와 노선을 줄이더라도 대기하는 여객기는 지속적으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여객기의 주차 비용에 해당하는 주기료의 부담도 만만찮다. 운항하지 않는 여객기는 공항 주기고(지상 대기 장소)에서 시간당 혹은 일당 주기료를 내야 한다.

주기 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매일 비운항 여객기가 늘어나면서 항공사들이 공항공사에 지불해야하는 주기료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주기료는 항공사별로 차이가 있으나 하루에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주기료는 민감한 운영 비용으로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 않는다”면서도 “(주기료가) 항공사 운영 비용 중에서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공항공사 측이) 주기료를 감면해줄 경우 무척 도움이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다른 항공사 관계자도 미디어SR에 “회사 소유 격납고라봐야 2~3대 들어갈 뿐”이라면서 “주기료 감면이 되면 좋겠지만 공항 측이 추가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들었다”며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악의 상황에서 항공사들은 잇달아 무급 휴직과 임원 일괄 사표 제출, 임금 삭감 등 특단의 고육책을 내놨지만, 정부의 지원 없이는 위기를 벗어나기 힘든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무급 휴직을 실시하면서도 2월 급여의 60%를 체불하기까지 했으며, 항공사 내부 직원들은 이직을 준비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사들이 저마다 고강도 자구책을 내놓고 있지만 한국발 입국 제한 지역은 계속 늘어나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 상황이 언제쯤 눈에띄게 개선될 수 있을지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앞서 지난 3일 국토교통부와 국내 9개 항공사는 긴급 간담회를 열고 추진 중인 지원책과 추가 긴급 요청 사항에 대해 논의했다. 국토부가 업계에 먼저 제안한 이 자리는 지난달 28일 LCC 6곳 대표들이 공동 건의문을 내고 조건없는 긴급 금융 지원 등 정부의 전향적인 지원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이 자리에서 국토부는 산업은행이 저금리로 항공사에 긴급 자금을 대출해주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항공사들은 이마저도 부담일 뿐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산업은행의 자금 대출은 사실 지원책이라 보기 힘들다”며 “사실상 금융 상품을 이용하라는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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