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SR 권민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의료진과 피해자를 돕기 위한 기부가 줄을 잇고 있다. 

5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 1월 30일부터 시작된 국민 성금 모금액이 2월 27일 기준으로 818억원을 넘었다. 삼성, SK, 넥슨, 이랜드 등 기업과 유명 연예인은 물론, 일반 국민의 자발적인 기부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많은 국민이 "이 기부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좋은 일을 하면서도 선행의 뿌듯함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고, 기부금이 잘못된 곳으로 흘러갈까 내심 불안한 구석이 없지 않다. 

얼마 전 간호사 A씨가 대구 한 병원의 열악한 간호사 식단을 SNS에 올린 것이 화제가 됐다. 간호사 식단은 레토르트 컵밥, 우동, 우유 한 팩이 전부였다. 최 간호사는 "각종 후원금, 지원금들은 다 어디로 가는 걸까. 어이없고 화가 난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간호사 A씨가 SNS에 올린 한 대구 병원 간호사의 식단. 사진. 간호사 A씨 트위터 캡처

최 간호사의 글이 언론에 보도되자 네티즌이 공분했다. "대구에 연예인 기부만 해도 몇십 억 이상이다. 정부 보조금도 받아 놓고 봉사하는 간호사에게 제공된 식사가 저 정도라니", "500억원 이상의 기부금이 엉뚱한 사람 주머니로 들어간 건 아닌지. 그 많은 돈이 어디로 갔나?", "피 같은 세금과 기부금을 투명히 관리해야 기부하는 사람도 세금 내는 사람도 의미가 있다" 같은 반응을 보였다. 열악한 처우가 문제가 되고 나서야 해당 병원은 식단을 개선하겠다고 뒷북을 쳤다. 

이처럼 국민이 기부금을 보내면서도 찜찜한 기분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은, 기부단체에 대한 신뢰도가 여전히 낮기 때문이다. 미르·K스포츠재단, 새희망씨앗 등 기부단체의 비위 사실이 잇따라 발각되면서  `기부단체를 믿기 어렵다`는 인식도 널리 퍼지고 있다.  

코로나19 와 관련해 성금 기부를 고려 중인 오지민(26, 가명) 씨는 미디어SR에 "국정농단과 어금니아빠의 기부금 유용 사례를 보고난 후 기부에 대한 회의감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오씨는 이어 "기부단체들이 기부금 사용 내역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것 같아 찜찜함을 떨칠 수가 없다"며 "기부자에게 사업 성과를 보내주거나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편안한 마음으로 기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기부에 대한 찜찜함은 오 씨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대구지역에 보낸 기부금 사용 내역을 전부 공개하라는 국민청원은 청원 시작 3일 만에 1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사진.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청원자는 "대구와 경북으로 보내는 기부 행렬이 줄을 이었지만, 그 많은 기부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국민은 전혀 알 수 없다"며 "대구에 거주 중인 국민 역시 기부 금액에 비해 제대로 된 해결책을 받지 못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기부금을 수령한 재단과 기관은 기부금의 사용 내역에 대해 구체적으로 국민들이 알 수 있게끔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 
 
또한 기부단체가 너무 많아 어느 곳에 기부해야 할지 혼란스럽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 기부단체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수많은 단체가 있어 어떤 곳에 기부해야 할지 선택하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 "어느 정도 규모가 있고, 기부금 수입과 지출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곳, 사업보고서 등을 통해 결과를 공개하는 곳에 기부할 것을 권장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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