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헌의 直說後談] '코로나19' 확산 그후...
[김병헌의 直說後談] '코로나19' 확산 그후...
  • 김병헌 전문위원
  • 승인 2020.03.04 08: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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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산방지 대국민 마스크 노마진 판매 행사. 사진. 구혜정 기자
코로나-19 확산방지 대국민 마스크 노마진 판매 행사. 사진. 구혜정 기자

불신이 공포를 몰고왔다

영국의 싱크탱크 레가툼연구소는 매년 ‘세계 번영지수’를 발표한다. 번영지수는 세계 167개국을 대상으로 안전, 개인의 자유, 거버넌스, 투자환경, 기업여건, 시장 접근도와 기간시설, 경제의 질, 생활환경, 보건, 교육, 자연환경, 사회적자본 등 12개 항목을 평가한다. 나라의 번영 정도를 측정하는 셈이다. ‘2019 레가툼 번영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심각한 불신 사회임이 확인된다. 종합순위는 29위였고, 교육(2위)과 보건(4위) 경제의 질(10위)에서는 최상위권이었다. 반면 자연환경은 91위에 그쳤고, 사회적자본은 142위로 최하위권이었다. 충격적이다. 통계청이 발표했던 ‘2019 사회조사’에서도 우리사회를 “믿을 수 없다”고 응답한 사람이 거의 절반인 49.1%에 달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논어(論語) 안연편(顔淵篇)에서 공자(孔子)는 자공(子貢)이 정치를 묻자,식량이 넉넉하고, 군대가 충분하며, 백성의 믿음을 얻는 것’(足食足兵 民信之矣/족식족병 민신지의)라고 했다. 부득이하게 셋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무엇이냐는 물음에 공자는 군대를 포기해야 한다(去兵)고 답한다. 하나를 더 버려야 한다면 ‘식량을 버려야’(去食)한다고 강조한다.“예로부터 사람은 죽음을 피할 수 없지만, 백성의 믿음이 없이는 아무 것도 되는 게 없다(자고계유사 민무신불립/ 自古皆有死 民無信不立)”고 강조한다. 신뢰를 정치와 사회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제시한 것이다.

방역도 일종의 전쟁이다. 병법의 대가 손자(孫子)는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5가지를 꼽았다. 첫째가 도(道) 둘째는 천(天), 셋째는 지(地), 넷째는 장(將), 다섯째가 법(法)이다. 그는 도를 첫 번째로 꼽았다.“도는 백성과 윗사람의 뜻을 같이하게 해준다. 그와 함께 죽을 수도 함께 살 수도 있다. 그래서 백성들은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도자영민여상동의야 고가여지사/가여지생 이민불외위, 道者令民與上同意也 故可與之死/ 可與之生 而民不畏危)”. 가장 피해가 큰 대구에서 확진 환자가 나온 후인 지난달 18일부터 같은 달 29일까지 시에 걸려 온 상담 전화는 1460건이었다. 문자메시지 상담이 1만7390건 등 모두 1만8850건의 코로나19 관련 상담 요청이 접수됐다. 스트레스로 불안감이 높아지고 까닭 모를 공포가 닥쳐온다는 내용들이 주였다.

심리적 방역도 필요하다

감염병 유행이 장기화될 때 사회 전반에 우울감과 공포감이 덮치는 것은 관련 연구로도 밝혀진 바 있다. 메르스 사태와 관련, 성균관대 교육학과 이동훈 교수는 메르스가 진정 국면에 들어선 2015년 7월 30일부터 8월 7일까지 29세 이상의 남녀 성인 4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응답자의 46%가 불안·우울 같은 ‘정서적 스트레스’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무력감을 느꼈다’고 답한 이는 무려 80.2%였다. 실제 지역의 유통업이나 교육업 등에 종사하는 시민들은 당장 일거리가 끊어져 막막할 수 밖에 없다. 직장이나 직업이 있어도 친구들과의 만남이나 동호회 활동 등 사회적 관계가 단절돼 고립감을 느끼는 사례도 적지 않다. 국내외 여행도 사실상 불가능해 지역 사회 전반에 우울감이 퍼지고 있다. ‘심리적 방역'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대구시는 그간 운영해 오던 통합심리지원단을 확대, 24시간 상담체계를 마련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 불안증을 겪는 확진자와 격리자, 가족, 일반시민 등에게 전화로 심리상담을 하고 있다. 정도가 심할 때엔 정신의료기관 연계도 지원하고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는 “확진자에게 책임을 돌리고 비난하는 분위기가 부메랑처럼 코로나19에 대한 불안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한다. 확진자가 많은 대구와 경북을 상대로 퍼지는 근거 없는 오해와 가짜뉴스는 공포마저 부추긴다. 지자체들이 신천지 신도 전수조사에 애를 먹고 있는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자체들이 입수한 신천지 신도와 교육생 명단의 일부가 전화를 받지 않아 경찰이 소재 파악에 나서는 일도 흔하다. 신천지 대구교회 예배 사실을 숨기고 근무하다 확진을 받거나 검체 검사 사실을 알리지 않고 일하다 확진된 사례도 나왔다. “확인 안된 신천지 신도가 가장 무섭다는 항간의 얘기를 단지 두려움의 표현 정도로 치부할 일만은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관계장관회의. 사진. 구혜정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 관계장관회의. 사진. 구혜정 기자

정부부처와 지자체가 검찰에 신천지에 대한 강제수사를 요구하자 우려가 커지고 있다.방역 당국은 신천지가 반발, 방역 협조를 전면 거부하거나 돌출 행동을 보일 경우, 방역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한다. 일반국민들의 신천지 신도에 대한 불신과 두려움은 엉뚱한 곳에서 문제를 만든다. 확진자의 동선을 구체적으로 공개하면서 피해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생업에 타격을 입는 경우 외에, 확진자 주변의 사생활이 공개돼 오해를 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시민들의 공포와 불안감을 막기 위해서지만 합리적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확진자들은 감염사실에서 오는 절망감과 격리 수용의 답답함까지 떠안아야 한다. 여기에 마스크 대란과 대구지역 병상 부족에 대한 정부의 대처 미숙도 일조를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하자

확진자와 접촉 등 의심 증상 자진신고 미이행, 자가 격리 미준수 등도 당사자의 불안과 국민들의 공포를 부추기고 있다. 코로나19 이외의 환자들이 제때 진단이나 처방을 받지 못하는 사례마저 생긴다. 대규모 집회를 자제해달라는 호소문까지 냈지만 일부 교회들이 주일예배를 강행, 새로운 걱정거리를 만든다. 이처럼 방역과정에서 신뢰를 쌓아가는 배려보다는 불신이 확대 재생산되는 우려와 걱정만 이어진다. 신천지 문제는 그나마 이만희 총회장이 지난 2일 직접 나서 국민들에게 사죄하고 신천지와 신도들은 정부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악의를 갖고 방해할 이유가 없는 한 그저 숨으려는 신도들의 행태를 고의적 방해로 처벌까지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경제난은 코로나 책임, 코로나는 신천지 책임, 신천지는 야당과 관계있다는 ‘음모적 고리’도 나돈다. 청와대나 여당이 혹여 총선을 의식해 희생양을 찾으려 한다면 파멸로 가는 길이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힘을 합쳐 방역에만 집중해도 시간이 모자란다. 국민들은 정부 방역당국이  예방법으로 제시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에 동참하자. 동참은 모두를 위한 믿음의 약속이다. 자공은 논어 위령공편(衛靈公篇)에서 공자에게 다시 묻는다. “평생 지침으로 삼아 자신을 이끌어 갈 만한 한마디가 뭡니까?”“서(恕,용서할 서)이다. 자신이 원치않는 건 남에게 시키지 마라(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 전파자와 피전파자 프레임을 만들지 않고 갈등과 불신을 풀 수 있는 실마리는 상호 신뢰와 배려뿐이다.

자공은 옹야편(雍也篇)에서 공자에게 재차 묻는다. “나아가 백성들에게 널리 베풀고 많은 사람들을 구제할 수 있는걸 인(仁)이라 할 수 있나요?” “인이란 내가 일어서고자 하면 남도 일어서게 해주고, 내가 이루고자 하면 남도 이루게 하는것이다(기욕립이립인 기욕달이달인/己欲立而立人 己欲達而達人)”.사회적 거리는 120~360㎝로 사회생활을 할 때 통상 유지하는 거리를 말한다. 업무상 만나게 되는 남들과 지키는 거리다. 실행은 정부 및 방역 당국과 국민 모두가 같이 해야 한다. 정부와 방역 당국은 안을 잘 짜서 국민을 이끌고, 국민은 이들을 신뢰하고 협력할 때 효력을 발휘한다. 이번주 들면서 호응이 좋다. 희망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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