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주항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항공업계가 고사 위기에 처한 가운데 LCC(저비용 항공사) 선두주자인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결정하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주항공, 인수 가격 낮췄지만 당장이 문제

LCC 6개 항공사는 지난주 정부의 긴급 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할 만큼 상황이 심각하게 악화한 가운데 업계 선두주자인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한다. 양사는 업계의 위기 상황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위기 극복과 공동 발전을 위한 올바른 방향이 양사 간 M&A 추진이라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고 밝혔다.

제주항공은 2일 이스타홀딩스와 이스타항공 주식 51.17%(497만 1000주)에 대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면서 타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취득결정을 공시했다. 인수가액은 약 545억원으로,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 중순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이스타홀딩스에 이행보증금으로 지급한 115억원을 제외한 차액 약 430억을 취득예정일자인 내달 29일에 전액 납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초 지난해 말까지로 예정된 SPA 시점이 지연되면서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포기했다는 관측도 나왔으나 결국 인수가 성사됐다. 대신 양해각서 체결 당시 공시한 예상 인수가보다는 150억원 낮아져 최종 매각가액은 545억원이 됐다.

제주항공은 이번 인수 작업을 통해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규모의 경제를 활용한 원가절감 △노선 활용의 유연성 확보 △점유율을 바탕으로 하는 가격경쟁력 확보 등 다양한 시너지를 발휘해 양사에는 물론이고 승객들에게도 다양한 편의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주항공 이석주 사장은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현재 코로나19 이슈 등으로 인한 항공시장상황을 고려해 궁극적으로 항공업계 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양사간의 양보를 통해 가격조정을 이뤄냈다”면서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해 조속한 시일 내에 정상화 될 것임을 확신하고 있으며 운영효율 극대화를 통해 이스타항공의 경영 안정화 및 수익성 개선을 목표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대신증권 양지환 애널리스트는 "LCC들의 운항 및 수송객이 급감하는 상황이 적어도 올 2분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이스타항공이 2019년 말 자본전액잠식상태로 추정돼 상당 규모의 증자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단기적인 차입금 및 연결재무제표상 실적 악화로 인해 부담(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여객이 급감해 제주항공은 이미 최근 대표와 임원진이 급여의 30%를 반납하는 등 위기경영체제에 돌입했고 이스타항공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스타항공의 인수는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다만 이를 의식한 듯 제주항공 이석주 사장은 “우리 직원들의 우려가 크다는 것을 경영진도 잘 알고 있지만, 공급과잉의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국내 항공업계는 조만간 공급 재편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면서 임직원을 설득했다.

아시아나항공 A350 10호기. 사진.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HDC 인수 추진 경과는?

인수 작업에 상당 기간이 소요되면서 업계 안팎으로 아시아나항공 인수 무산설이 흘러나오기도 했지만 일단 현산은 4월 인수를 목표로 차질없이 작업울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3일 현산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상황이 바뀌었다고 해서 계약사항을 변경할 수는 없는 것”이라면서 “발행가액이 예상보다 낮아지긴 했지만 인수 작업은 예정대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일 현산은 인수 대금 마련을 위한 주주배정 유상증자 규모를 3207억원으로 확정했다. 주가 하락이 계속되면서 당초 예상보다는 868억원 가량 줄었다. 현산은 이번 유상증자를 비롯해 약 3000억원의 공모회사채를 발행하고 5000억원 가량의 자체 보유 현금을 활용해 총 2조 101억원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다.

사실상 가진 자금과 대출 여력을 최대한 동원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셈인데,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업계의 불황이 지속될 경우 HDC현산마저 흔들릴 수 있다는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업계의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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