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주식시장이 폭락하면서 한시적 공매도 금지 요구까지 나오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 도입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 코스닥 시장 일평균 공매도 거래금액은 6646억원으로, 지난해 12월 거래금액(3387억원)의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코스피 지수가 3% 넘게 급락하고 코스닥 지수도 4% 이상 떨어진 지난 28일 공매도 거래액은 8356억원에 달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불안감으로 투자 심리가 위축되자 공매도로 차익을 실현하려는 거래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시 주식을 빌려서 팔고 주가가 하락하면 이를 다시 사들여 빌린 주식을 갚아 수익을 내는 투자 방법이다. 

공매도는 시장 효율성을 높이고 가격발견 기능을 하는 등 순기능도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신용도 및 상환능력이 열악하기 때문에 공매도 거래에 어려움이 있다. 이에 따라 공매도 시장의 대부분은 외국인, 기관에 치중돼 있고 개인 투자자들은 과도한 주가 하락의 피해가 크다.

이에 금융 시장 안정화 방안으로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공매도 금지 조치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지만, '홍콩식 공매도 지정제도' 도입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2일 미디어SR에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에 관해서는 논의된 바가 없다"면서 "아직 공매도 제도를 도입하자고 주장하는 건 아니고, 공식적으로 금융위원회가 한국거래소와 논의해 결정해야 할 일"이라고 전했다.

지난 2018년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배당사고 이후 공공연하게 만연한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비판이 일면서 공매도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가 계속돼 왔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제시한 '공매도 가능종목 지정' 제도는 홍콩처럼 공매도 가능 종목을 일정 기준에 따라 지정하는 공매도 규제다. 

해외 사례 검토 결과 금감원은 시가총액이 일정 수준 이상인 대형주만 공매도 가능 종목으로 지정하는 방안에 실효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 통해 외국인 및 기관이 공매도를 이용해 개인 투자자 거래 비중이 90%가 넘는 소형주 시세를 장악하는 부작용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홍콩 공매도 가능종목 지정 제도는 지난 1994년 시가총액이 상대적으로 작아 공매도에 따른 주가 변동성, 가격 조작이 쉬운 중소형 회사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됐다.

한편 금감원 검토가 마무리된 공매도 지정제도는 금융위원회에 결정 권한이 있어 한국거래소와 협의해 최종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겠다"고 발언했지만, 금융위 내부에서는 수반되는 문제를 고려해 다소 신중한 입장이다.

현재까지 홍콩 외에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 중 공매도 지정제도를 도입한 곳이 없으며, 이미 한국의 공매도 규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엄격한 수준인 점이 주된 반대 이유로 보인다. 공매도 규제를 새로 도입하면 공매도로 인한 개인투자자들의 손해는 일부 해소할 수 있겠지만 외국인, 기관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거나 주식시장 효율성이 저하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2일 미디어SR에 "종합적인 시황을 살펴보면서 공매도 조치와 관련해서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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