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직원들 후원내역 무단열람 공식 사과...준법감시위 한계 지적도
삼성, 직원들 후원내역 무단열람 공식 사과...준법감시위 한계 지적도
  • 정혜원 기자
  • 승인 2020.02.2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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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수원 '삼성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삼성전자 준법실천 서약식'에 참석한 삼성전자 대표이사들이 서약서에 서명하고 있다(왼쪽부터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 김기남 부회장, 고동진 사장). 사진. 삼성전자 제공
올해 초 수원 '삼성 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삼성전자 준법실천 서약식'에 참석한 삼성전자 대표이사들이 서약서에 서명하고 있다(왼쪽부터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 김기남 부회장, 고동진 사장). 사진. 삼성전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삼성그룹이 과거 미래전략실이 ‘임직원 시민단체 기부금 후원내역’을 무단 열람한 데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삼성이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요구에 대한 답변 격으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구성한 뒤 삼성이 준법감시위 의견을 따른 첫 행보다. 그러나 지난 13일 준법감시위 2차 회의가 열린 뒤 이러한 회의 내용은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아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의 17개 계열사는 28일 과거 미전실이 임직원들의 시민단체 기부금 후원내역을 무단 열람한 사실에 대해 “절대 있어서는 안 될 명백한 잘못이었음을 인정한다”면서 임직원과 시민단체에 사과한다는 취지의 공식 사과문을 냈다.

이번 사과문에 이름을 올린 삼성 계열사는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S,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호텔신라, 제일기획, 에스원, 삼성경제연구소, 삼성의료원이다.

삼성은 사과문에서 “그 동안 우리 사회와의 소통이 부족해 오해와 불신이 쌓였던 것도 이번 일을 빚게 한 큰 원인이 되었다는 점 또한 뼈저리게 느끼며 깊이 반성한다”면서 “앞으로는 시민단체와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교류를 확대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에 부합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경영진부터 책임지고 앞장서서 대책을 수립해 이를 철저하고 성실하게 이행해 내부 체질과 문화를 확실히 바꾸도록 하겠다”며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경영진을 포함한 임원들이 모두 준법실천서약을 했고, 사내 준법감시조직의 독립성과 위상을 높여 준법감시체제를 강화하겠다”고 전해 이번 사안과 관련한 대책보다는 삼성 그룹의 전반적으로 ‘준법 경영’ 의지를 다시 한 번 다지는 데 의미를 뒀다.

앞서 미전실은 2013년 5월 환경운동연합과 민족문제연구소, 한국여성민우회 등 진보정당을 포함한 11곳의 시민단체와 정당을 불온단체로 규정하고, 이들 단체에 후원한 임직원의 명단을 무단으로 작성했다. 이 사실은 지난해 12월 말 <한겨레>의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삼성 계열사들은 당시 해당 문서의 경위나 내용을 몰랐고, 문서 자체를 전달받은 적도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전실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의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일자 2017년 2월 해체된 삼성 그룹 내 조직이다.

삼성의 사과문 발표는 이달 초 공식적으로 출범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으로 준법감시위는 지난 13일 열린 2차 회의에서 후원내역 무단열람 사건에 대한 강한 우려와 진정성 있는 사과 및 재발방치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준법감시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지형 전 대법관(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 사진. 구혜정 기자
김지형 삼성그룹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 사진. 구혜정 기자

그러나 준법감시위의 회의 결과가 선택적으로 공개되는 상황에 대해 준법감시위의 한계가 명확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준법감시위는 2차 회의 결과를 밝힐 때 후원내역 무단열람과 관련해 삼성 측에 사과 등을 요구한 사실은 밝히지 않았다. 후원내역을 무단열람한 사실은 이미 알려진 내용이었으나 향후 준법감시위가 은폐하거나 무시하는 사안도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결국 준법감시위가 어떠한 법적 책임과 권리도 갖고 있지 않아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구조적 한계가 분명히 드러난 것이다.

준법감시위원회 사무에 관여하는 법무법인 지평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회의 때마다 미리 논의 사항을 알리지는 않는다”면서 “회의 내용과 결과의 공개 수준에 대해서도 위원회 결정에 따를 뿐”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회의 내용의 공개 수준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위원회에 전달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준법감시위는) 말 그대로 어떤 법적 지위도 없는 외부 조직으로 책임도, 권한도 없는 ‘보여주기식’ 조직에 불과하다고 본다”면서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이사회의 경우 민법과 상법 등으로 위법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으므로 가장 진정성 있게 준법경영을 실천하는 것은 이사회를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하면서 “결국 이사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것이 근본적인 원인인 만큼 준법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위법 행위를 견제하도록 이사회를 정상화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각 계열사의 컴플라이언스위원회의 지위를 격상하고 지난 21일 삼성전자는 사상 처음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는 등 준법 경영에 대한 의지를 천명하고 있지만 아직 그 의지와 실효성에 대한 의심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정혜원 기자 won@medias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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