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 한국은행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코로나19 사태가 국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면서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우세했으나, 이러한 예상을 깨고 한국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27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주열 총재 주재로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1.25%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기준금리 인하 후 4개월째 동결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이주열 총재는 "코로나19 발발과 확산 영향으로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기준금리가 1.25%인데 1.00%까지 인하를 고려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불확실성을 바로 기준금리에 반영하기보다 국내 실물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지켜보고 4월 금통위에서 판단하겠다는 신중론을 택한 것이다. 

또한 올해 경제 성장률을 지난해 11월 전망인 2.3%보다 0.2%p 낮아진 2.1%로 전망했다. 다만 코로나19 전개 상황에 따라 향후 성장 경로에 불확실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주열 총재는 통화정책방향회의 직후 유튜브로 생중계된 기자 간담회에서 "2월 들어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소비가 위축되고 수출과 생산 활동이 부분적으로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다만 이번 경제 전망은 코로나19가 장기화하지 않고 3월에 정점을 찍은 이후 점차 진정될 거란 전제하에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기준금리 동결 배경을 세 가지로 설명했다. 이 총재는 "첫 번째로 코로나19가 3월 중에 정점에 이르고 이후 점차 진정세를 나타낼 거라는 전제가 예상대로 전개될지, 아니면 장기화할지 좀 더 엄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로 최근 국내 수요와 생산활동 위축은 경제적 요인이라기보다는 감염 요인에 따른 불안심리 확산에 주로 기인한다"면서 "현시점에서는 금리 조정보다 서비스업 등 코로나19 피해를 크게 받고 있는 취약 부분을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미시적 정책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저리 정책자금인 금융중개지원대출을 총한도 25조원에서 30조원으로 5조원 증액해 코로나19 피해 기업 지원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세 번째 배경에 대해 이 총재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여전히 높고 정부의 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주택 가격 안정의 확신이 어려운 만큼 아직은 금융안정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했다"고 전했다.

이미 초저금리 기조에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되고 주택가격은 서울 이외 수도권을 중심으로 비교적 높은 오름세를 나타내는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하가 부동산 시장 과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현 상황을 보면 여전히 가계대출 증가세가 높은 수준이고 주택 가격도 안정됐다고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 총재는 올 1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에 대해 "사태의 전개에 따라 양상이 달라지겠지만 어쨌든 1분기에 코로나19 충격이 상당 부분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1분기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한편 이날 금통위의 기준금리 유지 결정에 조동철, 신인석 위원 두 명이 기준금리 인하가 바람직하다는 소수의견을 나타냈다.

이에 오는 4월 열리는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 금통위 경제 전망은 확진자가 빠르게 증가한 이달 19일 이전 경제 지표를 바탕으로 집계된 결과다. 지난 18일 31명이던 확진자가 현재 1600여명에 육박한 만큼 3월 이후 실제 경제 지표는 더 하향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사실상 확정됨에 따라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정책이 동반돼야 유효한 정책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금통위가 이에 맞춰 기준금리를 낮추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27일 미디어SR에 "당장 3월부터는 확진자가 더 늘어나 조업중단이 빈번히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은행 기존 전망치 대비  추가 하향 조정의 가능성이 있다"면서 "코로나19 손실 복구를 위해서는 경제 주체의 소비 여건을 만드는 게 급선무다. 한국은행은 이자 부담 경감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정부 추경이 확정되면 금리 인하를 같이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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