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은빈. 사진. 나무엑터스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스토브리그’에서 이세영 팀장은 여타의 여성 캐릭터와는 궤를 달리한다. 기존 스포츠 드라마 속 여성이 수동적으로 활용되는 데에 그쳤다면, ‘스토브리그’의 이세영은 구단 운영팀의 중심에서 주도적인 모습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박은빈은 특유의 명확한 발성과 또렷한 발음, 눈빛 연기로 그에 활기를 더했다. 다방면의 노력과 고민을 거쳐 탄생한 이세영은, 박은빈에 있어 가히 ‘인생 캐릭터’라 부를 만하다.

Q. 열린 결말로 막을 내렸어요.
박은빈:
종방연 때 모두 모여서 함께 시청했는데, 환호 소리에 절로 벅차오르더라고요. 뒤에서 우신 분도 계셨대요. 저는 오히려 마지막 방송 땐 안 울었거든요. 저희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는데, 마지막 방송 역시 좋은 분위기에서 모두가 함께 해서 좋았어요. 

Q. 현장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고 들었어요.
박은빈:
다들 천성이 좋은 분들끼리 만난 것 같아요. 일에 있어서도 프로페셔널한 느낌이 강했는데 그러면서도 다들 겸손하시니 서로 합이 잘 맞을 수밖에 없었죠. 적절하게 유머러스한 분들도 많으셔서 웃음이 떠날 수 없던 현장이었어요. 저 역시도 즐겁게 웃으며 촬영할 수 있었고요.

Q. 극 중 서영주 역을 맡은 차엽과의 장면이 인상적이었어요. “선은 네가 넘었다”는 사자후 연기는 오랫동안 회자됐죠.
박은빈:
서영주와 이세영의 합이 좋았기 때문에 그런 장면을 많이 기억해주시는 것 같아요. 오빠께 감사해요. 그런데 제가 ‘경솔하다’는 애드리브를 쓴 뒤로 그런 별명이 붙어서 후반엔 정말 죄송했어요(웃음). 하지만 저희 모두 다 연기하는 사람들이고 그로부터 오는 몰입도를 서로 인정하고 있으니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세영 팀장이 화를 내는 게 당연할 수 있게끔 개연성을 살려주는 연기를 해주셔서 고마웠죠.

배우 박은빈. 사진. 나무엑터스

Q. 발음이 좋아서 대사가 잘 들렸다는 호평이 많았어요.
박은빈:
배우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것들은 잘 챙기는 게 맞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작품을 할 때마다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조금 더 신경 쓰고 노력한 부분이 있었죠. 이번 기회에 그런 노력들을 많이 알아주신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Q. 여성 운영팀장이라는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고민한 부분도 있었을 것 같아요.
박은빈:
실제 직함이 가진 무게보다 제가 가볍다는 걸 정확히 인지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극 중에서 설정한 값만큼 더 유능해보이고자 했고요. 야구에 더 익숙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고 팀장으로서 모두가 인정해 줄만한 카리스마나 조직력을 보여드리려고 계속 마음가짐을 다지곤 했어요. 역할이 좋은 만큼 대본의 모습을 잘 표현하는 게 과제라 느꼈죠. 좋은 캐릭터 그 이상으로 보일 수 있도록 잘 해내고자 하는 의무감이 있었거든요. 매력을 떨어뜨린다고 느껴지면 스스로도 자괴감을 느낄 것 같아서 다방면으로 고민하고 노력했어요.

Q.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해요.
박은빈:
캐릭터 설정이나 작품에 대한 여러 생각을 담은 노트가 있어요. 오늘도 가져왔는데, 이런 노트를 2014년부터 쓰고 있거든요. 특히나 ‘스토브리그’는 전작 이후 오랜만에 선보인 작품인데다 야구에 대해 잘 아는 게 아니어서 이세영 캐릭터의 기초부터 많이 쌓아가려 했어요. 초반에 톤을 잡는 데에는 도움을 받았지만 촬영 중간에는 상황에 따라 순발력이 필요할 것 같아서 자주 안 보긴 했지만요(웃음). 

배우 박은빈. 사진. 나무엑터스

Q. 스스로 보기에 이세영이라는 인물은 어떤 사람 같아요?
박은빈:
야구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장 큰 인물이에요. 드림즈에 열정적이며 진심을 가진 캐릭터니까 아무리 꼴찌를 하고 프런트 상황이 좋지 않다고 해도 열정을 잃지 않는 거죠. 본인 커리어에 진심이 될 수 있는 원동력이 뭔지를 생각해봤는데, 결국 답은 ‘야구를 사랑하는 마음’이었어요. 야구를 사랑하는 팬 분들의 열정적인 모습에도 영감을 받았죠. 그분들은 잘하든 못하든 항상 본인의 팀을 응원하시고, 분노하시다가도 정말 좋아하며 환호하시잖아요. 그런 걸 보면서 야구의 매력에 대해서도 여러 번 생각하곤 했어요.

Q. 야구라는 종목에도 애정이 생겼겠는데요(웃음).
박은빈:
생겼어요. 우리 드라마를 좋아해주시는 분들로 인해 야구에 대한 애정도 생겼어요.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게 됐거든요. 사실, 출연 배우 중에는 야구를 잘 모르는 분들도 많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들 근래에 다루지 않았던 소재에 참신함과 흥미를 느낀 거죠. ‘스토브리그’의 인기비결 역시 현실과 맞닿은 부분을 야구를 통해 견인할 요소가 많았던 점이라 생각하는데, 드라마로서 보여줄 수 있는 비현실적 요소가 극적인 느낌을 극대화시켜 더욱 재미가 커진 것 같아요.

Q. 대본이 재밌었다지만, 이 정도로 인기 있을 거라고 예상했을지 궁금해요. 시청률, 화제성 모두가 높았죠.
박은빈:
이 정도로까지 ‘과몰입’해주시고 재밌게 보실 거라곤 크게 예상치 못했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작품을 할 때 제게 의미가 남으면 다행이겠다고 생각하는 정도여서, 작품이 잘되든 그렇지 않든 간에 그건 시청자의 몫이라 생각하거든요. 저희들이야 재미있게 촬영했고 잘됐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갖고 있었지만 보시는 분들에게 어떨지는 차후의 일이니까요. 시대가 시대인 만큼 본방사수에 대한 기대도 크지 않았는데, 재미있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배우 박은빈. 사진. 나무엑터스

Q. 야구를 잘 모를지라도 그걸 상쇄할 만큼의 재미가 있는 작품이었어요. 배우들 역시 같은 감정을 느낀 것 같고.
박은빈:
저 역시도 다른 작품에 비해 대본이 금세 읽히더라고요. 하루 만에 출연 결정을 내린 작품이었어요. 이전에는 작품을 너무 신중하게 선택하다보니 최선의 결정을 내리지 못한 때도 있었어요. 그래서 공백기동안 최대한 가벼워지고자 했죠. 그럴 때 만난 작품이 ‘스토브리그’였어요. 꼭 가벼워지려고 하지 않아도 보는 순간 단숨에 읽히는 재미난 대본이어서 곧 바로 결정을 내릴 수 있던 거죠. 좋은 작품이에요.

Q. ‘스토브리그’가 좋은 성과를 낸 만큼 앞으로의 작품 선택 역시 직관적으로 이뤄지게 될까요.
박은빈:
그런 부담은 갖지 않으려 해요. 선택의 과정에서 어떤 의미라도 남기면 다행인 거니까, 최대한 부담을 갖지 않고 때마다 상황에 맞춰 편하게 생각하고 고르려 해요.

Q. 많은 시청자들이 ‘과몰입’을 했던 작품이에요. 연기하는 입장에서 실제로 ‘과몰입’한 순간이 있을까요.
박은빈:
세영 캐릭터가 가진 힘이 있는 만큼 평소에 인내하는 편인 제 생활 패턴도 영향을 받았어요. 요즘엔 하고 싶은 말은 하는 쪽으로 바뀌었는데 희열이 느껴지더라고요(웃음). 좋은 영향을 받은 거죠. 그리고 마지막 회에 재송 드림즈에서 PF 드림즈가 됐을 때 대본에서는 모두가 기뻐하는 분위기였는데도 이상하게 별로 기쁘지가 않았어요. 재송 드림즈에 애정이 있었던 것 같아요. 드라마에선 잘된 일이지만 노란색과 초록색을 더 이상 못 본다는 게 아쉬웠거든요. 세영이에게 ‘과몰입’했구나 느꼈죠.

배우 박은빈. 사진. 나무엑터스

Q. 이세영 캐릭터와 닮은 점이 있다면.
박은빈:
일에 대한 애정이 크다는 점이에요. 저 스스로 말하긴 부끄럽지만 야무진 모습이 저와는 비슷한 결을 가진 것 같고요. 그리고 합리성을 따질 줄 아는 캐릭터에 마음 가는 부분이 있는데, 그런 면에서 세영이는 제 생각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 좋았어요.

Q. 캐릭터에 대한 반응만큼 작품의 인기 역시 뜨거웠어요. 대중 반응을 체감한 부분이 있었을까요?
박은빈:
둔한 편이긴 한데, 이 정도로 많이 좋아해주시는 건 몰랐어요. 촬영을 하지 않을 땐 바깥 외출을 자제하기도 했고요. 시청률 수치를 보고 재미있게 봐주신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종영 후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는 걸 보면서 감사하다고 느꼈어요.

Q. 시즌2를 원하는 시청자도 많아요.
박은빈:
기대해주시는 분들이 계신 것도 감사하고 배우들 역시 서로가 함께 공유한 좋은 추억이 있는 만큼 다시 한 번 이 모습 그대로 만나고 싶다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어요. 한 번 해본 캐릭터를 다시 해보는 것도 배우로서 수월한 일이거든요. 작가님이 준비되시고 모두가 다 참여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저도 기쁘게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배우 박은빈. 사진. 나무엑터스

Q. 이번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남궁민과의 관계였어요. 서로 몰입했다는 게 확실히 느껴졌죠.
박은빈:
정말 연기에 열정적인 분이세요. 마지막에 관중석에서 단장님을 보내드리는 장면을 촬영할 땐 절로 눈물이 나더라고요. 생각해보면, 백승수 단장님이 이세영을 바라보며 직접적으로 웃어준 게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오빠가 백승수로 살아왔던 몰입도가 있었기에 저 역시도 함께 몰입돼 눈물이 절로 나왔어요. 서로 호흡이 잘 맞았구나 싶었어요.

Q. 극 중 재희 역의 조병규와 러브라인이 이뤄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많았어요.
박은빈:
워낙 연기를 잘 하는 친구잖아요. 저를 잘 따르는데다 현장에서 유일한 또래였던 만큼 귀여운 동생이라 느껴졌죠. 실제 촬영현장에서도 세영과 재희처럼 있었기 때문에 주위 분들이 웃곤 했어요. 그렇지만 러브라인이 없어서 다행이라 생각했어요(웃음).

Q. 아역부터 연기를 했으니 어느새 데뷔 25년차네요. 어릴 때부터 활동한 만큼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다양한 생각을 해봤을 것 같아요. 책임감도 막중했을 것 같은데.
박은빈:
언젠가부터 제 자신이 민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제가 5살 때부터 일을 시작했는데, 일 자체는 공적인 영역이어서 개인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직업의식인 셈이죠. 저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모여 하는 일인 만큼 책임감이 생겼고, 그게 저의 원동력이 돼 지금까지도 별 탈 없이 지치지 않고 일할 수 있던 것 같아요.

배우 박은빈. 사진. 나무엑터스

Q. 지금의 박은빈은 연기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요.
박은빈:
늘 새로움을 찾아 고민하는 편이에요. 전작과 비슷해 보일 수도 있는 캐릭터를 만났을 때 어떤 차별점을 보여줄 수 있는지를 생각하죠. 보시는 분들이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거든요.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하던 간에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을 드리고 싶어요. 저 역시도 입체적인 캐릭터를 연기할 때가 더욱 재미있거든요. 평면적인 부분을 최대한 입체적으로 만들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할 생각이에요.

Q. 연기는 고민의 연속이잖아요. 일을 오랫동안 해온 만큼 번 아웃이 온 적도 있을 것 같아요.
박은빈:
생각해보면 그런 적도 있던 것 같아요. 그럴 때마다 저에 대한 탐구를 하려 노력했죠. 제 자신을 들여다보며 성찰하고, 제게 부족한 것과 앞으로 필요한 것 그리고 지금은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했어요. 힘들었던 시간도 이후에 연기할 때 밑거름이 될 거라는, 막연히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그런 감정을 잘 담아두려 했거든요.

Q. 이번 ‘스토브리그’ 역시 앞으로의 박은빈에겐 좋은 밑거름이 되겠죠?(웃음)
박은빈:
그럼요. 제겐 정말 의미 있는 작품이고, 모두 함께 좋은 결말을 맞아 다행인 작품이기도 해요. 이 이후로도 저는 차근차근 열심히 일을 계속해나갈 것 같아요. 모든 행보 하나하나에 저만의 이유가 있을 거고, 어떤 목표를 세우든 간에 그에 맞는 이유가 있기 때문에 결과에 상관없이 스스로 교훈을 얻으려 노력할 거예요. 그렇게 하나하나 열심히 해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모두가 인정해줄 수 있는 미래가 되지 않을까요? 하하.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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