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 섹터와 시민사회 영역의 성장과 건강한 기부문화 조성을 위한 노력은 꾸준히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시민 공익위원회는 구조적 한계를 넘어 정부와 기업 의존도를 줄이고 자생적으로 비영리 섹터를 성장시킬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아 왔습니다.

그 관점에서 시민 공익위원회는 공익법인들이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는 조직, 난립해 있는 각종 공익법인 관련 제도와 규제들 정리해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조직으로서 기대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민 공익위원회가 왜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지, 어떤 부분이 막혀서 논의가 지연되고 있는지 미디어SR이 공익법인 활동가들과 시민 공익위원회 설치 TF에 참여한 학계 전문가 의견을 들어 보았습니다. [편집자 주]

사진. 법무부

[미디어SR 김사민 기자]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인 '시민공익위원회 설치' 계획이 1년 반째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법무부가 내놓은 개정안대로 공익위가 설치된다면 오히려 공익법인 활동을 위축하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거라고 경고한다.

27일 공익위원회 TF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법무부에서 공익위원회 설치 내부안을 구성했지만, 개정안에 상당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원혜영 의원실을 비롯한 일부 전문가들의 반발로 법무부는 법안 발의 작업을 중단하고 다시 검토 중이다.

 

# 시민 공익위원회의 출발

앞서 지난 2017년 미르·K스포츠 재단이 최순실 국정농단에 이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공익법인을 통합 관리·감독하는 '시민 공익위원회'(가칭) 설립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당시 공익법인 활성화 방안으로 '시민공익위원회 설치'를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했다.

이에 따라 2017년 8월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익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 초안에 따르면 시민공익위는 독립행정기관으로 공익활동 관련 전문가나 회계사 등 9명 위원으로 구성된다. 이 중 5명은 대통령이 임명하며, 나머지 4명은 국회가 추천해 임명한다. 공익위는 그간 문체부 등 주무부처가 갖고 있던 공익법인 설립 허가권 및 감독, 감사 권한 등을 모두 갖게 된다. 공익심사소위원회를 구성해 해당 법인의 공익성 준수 여부도 심의하게 된다.

지난 2018년 3월에는 법무부 산하에 '공익법인 총괄기구 설치에 관한 TF'가 꾸려져 공익위원회 설치에 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당시 법무부는 같은 해 10월 공익위원회 설치와 관련한 정부 법률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개정안 발의는 감감무소식이다.

 

# 시민 공익위원회, 왜 추진되지 못하고 있나

2018년 10월에 발의한다던 개정안이 1년 반가량 진행되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공익위원회 설치 TF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법무부가 내놓은 개정안대로 가면 오히려 비영리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다수의 전문가가 강조해온 비영리법인 제도 개선의 기본 방향은 설립은 간편하게, 사후관리는 철저히 하는 형태다. 이에 공익위는 영국의 사례 같이 공익법인의 설립부터 검증, 사후관리까지 일원화한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공익법인 설립 제도를 허가제에서 인가제로 전환해 공익법인을 활성화하자고 주장했지만 법무부가 내놓은 개정안에서는 이러한 의견이 묵살되고 '주무관청제'의 허가주의는 그대로 가져가면서 법인 설립 후 공익활동에 대해서만 공익위가 관할하는 형태로 변경됐다.

허가주의에 의하면 법인을 설립하기 위해 반드시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주무관청의 허가 여부가 매우 재량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반면 인가주의는 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법인 설립 요건만 갖추면 주무관청으로부터 설립 인가를 받을 수 있다.

현재 법무부 안대로 설립 허가는 기존 주무관청이, 사후관리는 공익위가 하게 된다면 '이중 규제'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내부안에 따르면 공익법인들은 설립 단계에서는 주무관청에서 모니터링을 받고, 그 이후에는 공익위로 이관돼 공익 활동에 대한 모니터링을 받게 된다. 그런데 설립을 허가한 주무관청은 허가를 취소하는 권한도 갖고 있어 공익법인 설립 후에도 여전히 법인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주무관청마다 설립 허가에 재량이 많이 작용해 공익법인 입장에서는 설립 단계의 문턱을 넘기도 쉽지 않은데, 어렵사리 설립에 성공하면 또 공익위에서 한 번 더 규제받게 된다. 이렇게 되면 행정·관리 비용도 두 배로 들어 행정적 낭비다.

또한 공익위는 정치적으로 매우 중립적이어야 하는데, 정치적 독립성을 갖지 못하고 편향되면 비영리 영역이 국가 영역으로 편입될 위험성이 있다. 지금까지 비영리 영역에서는 당사자들끼리 자율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왔는데, 지원 및 규제하는 기관이 생기면 특정 권력에 귀속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적 성향이 한쪽으로 치우친 인사가 위원장이나 상임위원에 임명되면 문제가 현실화할 것이다.

김진우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디어SR에 "이중 규제, 정치적 독립성의 담보 두 가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현 단계에서 우리나라 공익위원회 제도의 도입은 시기상조다. 오히려 비영리 영역을 오염시키거나 훼손할 수 있다"면서 "공익위원회가 필요한 건 분명 맞지만 단기간에 현 정부안으로 제도를 도입하면 비영리 영역에 미칠 파장이 매우 크다. 좀 더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에 중장기적 과제로 미루는 것이 민간단체, 정부 모두에 현명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김진우 교수는 또한 공익위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제언했다. 

김 교수는 "공익위원회의 가장 큰 목표는 첫째로 민간 공익활동을 촉진하는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며, 둘째로 시민사회를 대표해 공익단체가 제대로 활동하는지 감시하는 모니터링 역할을 하는 것이다"면서 "인권위원회같이 정치적으로 독립된 조직이 만들어지는 게 최선이고, 차선책으로 우리나라 비영리 공익활동에 가장 밀접하게 관여해왔던 관청에서 공익위 설립을 관할하게 하면 민간 비영리단체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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