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공정거래위원장 초청 CEO 조찬간담회에서 강연 중인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공정거래위워원회가 대기업집단의 계열사 간 직접 거래와 부당 지원부터 간접 거래로 얻는 이익까지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행위로 규정해 제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 25일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행위 심사지침’(이하 심사지침)을 제정해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그간 대기업집단에서는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나 부당 지원 등의 행위를 규제하는 기준이 불명확하다는 의견이 재계를 중심을 제기되어 온 데 따라 공정위가 지침을 새로이 마련한 것이다.

2016년 공정위는 총수일가가 보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부당하게 지원하는 등의 행위를 막기 위해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금지규정’을 도입한 바 있다.

이번 심사지침은 대기업집단의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할 경우 그 행위의 주체 및 객체, 법 적용 시기를 구체화 했으며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가 성립하기 위한 구체적 조건도 제시한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 ‘사업 기회 제공 행위’ 등을 위반 행위로 규정했으며 세부적으로 유리한 조건이라고 판단하는 기준이나 사업 기회 제공의 구체적 행위 예시 등을 열거해 기준을 명확하게 하는 데 집중했다.

공정위는 심사지침에 총수일가의 지분율 산정 시 차명·우회 보유한 주식도 직접지분으로 간주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주식 명의와 관계없이 실질적인 소유관계를 기준으로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그간 대기업집단을 보유한 총수 일가는 당국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총수익스와프(TRS) 등 지분을 잠시 금융기관에 맡겨놓는 편법이 논란이 된 바 있다. TRS는 증권사가 실제 투자자 대신 특수목적법인을 세워 주식을 산 다음 투자자로부터 정기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부당 지원 금지 대상 계열사, 이른바 ‘특수관계인 회사’는 총수일가 지분이 상장회사의 경우 30%, 비상장의 경우 20% 이상일 경우로 정의됐으며 주체‧객체 해당 여부는 이익 제공 시점을 기준으로 해 판단한다.

그러나 이지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미디어SR에 “지침이 적용된다는 점에서는 환영할 만하나 사실 대기업 집단의 손자회사까지는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에 실질적인 소유 관계를 더욱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의견서를 통해 누차 제기한 문제점임에도 반영되지 않아 아쉽다”고 전했다.

공정위의 이번 심사지침에서는 이익 제공행위를 상당히 구체적을 규정하고 있다. 합리적 고려·비교 없이 계열사에 유리한 조건의 거래를 할 경우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 공정위는 ‘합리적 고려‧비교’하는 행위의 세부 기준으로 ‘시장조사 등을 통해 시장 참여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것’, ‘주요 시장 참여자로부터 제안서를 제출받는 등 거래 조건을 비교할 것’ 등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심사지침에 따르면 계열금융회사가 특수관계가 없는 독립된 자의 예탁금에 적용하는 금리보다 낮은 금리로 계열금융회사에 자금을 예치한 경우나 상품·용역거래와 무관하게 ‘선급금 명목으로’ 제공객체에게 무이자 또는 낮은 금리로 자금을 제공한 경우도 해당된다.

또한 공장·매장·사무실을 무상 또는 낮은 임대료로 임대하거나 높은 임차료를 지급하는 행위도 포함되며 정상광고단가보다 높은 단가로 광고를 게재하는 방법으로 광고비를 과다 지급한 경우도 해당된다.

다만 내부거래라 하더라도 경쟁입찰을 거치면 합리적인 고려와 비교가 이뤄진 것으로 보고 제재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담겼다. 지금까지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고 있는 회사와 재무 상태나 기술력, 가격 등을 고려하지 않고 대규모로 거래하는 경우에는 경쟁입찰을 거치더라도 제재해왔다.

공정위는 간접거래를 통해 총수일가에 이익을 안겨주는 경우도 제재하기로 했다. 금융상품을 제3자가 인수하게 하고, 제3자와 별도 계약을 체결해 간접적으로 총수일가에 이익을 몰아주는 행위 등도 모두 제재하겠다는 의미다.자회사의 유상증자 시 신주인수권을 포기하는 방법으로 총수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가 실권주를 인수하도록 하는 소극적 사업기회 제공도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이번 심사지침에는 브랜드 수수료 등 새로운 유형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제재 기준은 담기지 않았다. 일부 대기업의 경우 총수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가 그룹의 상표권을 출원하도록 해 총수일가에 막대한 수수료 이익을 안겨주고 있다는 비판이 그간 제기돼왔다. 그럼에도 현행 심사지침에는 회사가 사업기회를 제3자에게 제공해 회사에 상당한 손실이 발생되는 경우 이를 소극적인 사업기회의 제공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 없다.

참여연대 이지우 간사는 미디어SR에 “최근 한진그룹의 계열사 부당지원 사례에 대해 고등법원이 부당한 이익 제공 여부가 아닌 ‘부당한 이익의 규모’라는 자의적 잣대를 적용해 판결을 내렸다”면서 “심사지침에 규모가 아닌 ‘제공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내용을 반영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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