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부 KCGI 대표.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KCGI가 25일 오후 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해 전자투표 제도를 도입할 것을 한진그룹에 다시금 촉구했다.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 매입 의도에도 의구심을 내비치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개인의 자리 보전을 위해 조인트 벤처의 수익성이 담보가 된다면 이는 중대한 배임행위라고 경고했다.

#전자투표제, 주주의 권리다

KCGI를 포함한 3자 주주연합(조현아‧반도건설‧KCGI)측은 앞서 정기 주주총회에 전자투표제 도입을 건의한 바 있었고 지난 20일이 조회장측으로 답변을 듣기로 한 마지막 날이었다. 당일 조 회장 측은 전자투표제에 대한 의향을 밝히는 대신 3자연합측을 더욱 강하게 비판하면서 기자간담회 내용에 반박하는 자료를 발표한 바 있다.

지난 20일 KCGI 강성부 대표는 “(전자투표제와 공개토론에)20일이 답변을 받기로 한 시한이지만 언제든 소통이 가능하도록 문을 열어두겠다”고 했지만 이후로도 전자투표와 관련한 한진그룹 측의 대응은 없었다. 기자간담회에 대한 비판과 전직 임원들의 현 경영진 지지 선언만 있었을 뿐이다. 

25일 다시 KCGI 측은 전자투표를 도입해야한다고 한진그룹 경영진에 촉구하면서 “회사의 주요주주들을 ‘외부세력’으로 치부하면서 주주 1인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외국 경쟁항공사에 국부를 유출시키는 경영진의 행태에 우려를 금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3월 정기 주총시즌에는 국내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를 비롯해 현대차그룹과 포스코, 현대백화점그룹이 전자투표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SK와 신세계, CJ그룹은 이미 전자투표제를 시행하고 있다.

전자투표제는 소액주주의 주총 참여를 높여 주주권익을 실질적으로 증진시키기 위해 2010년 도입됐다. 주식회사의 주인에는 소액주주도 포함되는 만큼 주주의 권리 실현의 편의를 감안해 접근성을 높이는 것은 회사의 의무에 속한다.

KCGI도 이 때문에 “주주들로 하여금 주주권 행사를 위해 주주총회장에 직접 출석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주주들의 권리뿐만 아니라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처사”라며 “조속히 금년도 정기주주총회에서 전자투표 제도를 도입”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지난 20일 강성부 KCGI대표가 기자간담회에서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정혜원 기자

#조원태, 한진칼 지분 매입 대가로 조인트벤처 수익 더 넘기나

KCGI는 25일 입장문을 통해 “대주주 1인의 이사직 연임을 위해 조인트벤처 수익 협상 과정에서 대한항공이 불리한 위치에 처해진다면 이는 한진그룹 경영진의 중대한 배임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KCGI 측은 “(델타항공의 지분 매입이)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한진칼을 상대로 이뤄져 델타항공의 진정한 의도에 대한 시장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델타항공이 대한항공과의 조인트벤처 설립으로 사업 영역 간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 델타항공은 대한항공의 지분을 매입해 대한항공의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사실상 한진칼 지분을 매입할 이유가 없다고 꼬집은 것이다. 때문에 KCGI 측은 델타항공이 현재 매입하는 한진칼 지분을 조인트벤처의 수익을 통해 조 회장이 델타항공에 갚으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강성부 KCGI 대표. 사진. 구혜정 기자

#옥신각신 KCGI-한진그룹, 누가 맞는 말했나

KCGI는 현재 경영진을 ‘불통’이라면서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이미 2019년 ‘한진그룹의 신뢰회복을 위한 프로그램 5개년 계획’을 발표해 한진그룹의 장기적 발전방향을 제시”했음에도 “현 경영진이 이를 애써 무시하고 방만한 경영을 지속해왔다”고 비판했다.

앞서 기자간담회에서 쟁점이 된 것은 한진그룹의 ‘영구채’였다. KCGI는 대한항공의 부채 비율이 타 항공사보다 월등히 높고, 영구채를 자본으로 인식한 것이 더 심각한 재무구조를 덮기 위한 꼼수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한진그룹은 엄청난 부채가 항공기 도입과 엔진 관련 투자로 인해 대규모 부채가 필수 불가결하다고 주장했으며 영구채는 회계기준으로 봤을 때 자본으로 인식해도 무방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영구채는 만기를 정해두지 않고 이자만 '영원히' 내는 채권으로, 이론상 기업이 망하지 않는 한 영원히 존재하는 채무다. 그러나 실제로는 기업이 일정 기간(통상 5년)이 지나면 돈을 갚을 수 있는 권리(옵션)를 채권에 걸어둔다. 만기가 없다는 자본의 성격과, 이자를 낸다는 채권의 성격을 고루 갖춘 일종의 변종(變種)인 셈이다.

대한항공은 1조793억원가량의 영구채를 보유 중인데, 이중 3334억원은 오는 11월 만기도래한다. 이런 상황에서 영구채가 부채로 분류될 경우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급격히 높아진다. KCGI측은 대한항공의 부채 비율이 지난해 3분기말기준 861.9%, 연결 기준으로 영구채를 포함할 경우 1618%에 육박하게 돼, 글로벌 경쟁사와 비교하면 2~3배에 이른다고 지적한 것이다.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2018년에 '기업을 청산할 때 발행자가 갚아야 할 금융 상품은 금융 부채'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가 영구채의 성격을 두고 논의 중이지만 향후 영구채가 부채로 분류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즉 한진그룹과 KCGI 측 모두 사실을 말하고 있지만 정확한 것은 KCGI의 주장에 더 가깝다.

그럼에도 항공업계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사실 KCGI는 지금까지 주장한 똑같은 내용을 되풀이 하고 있는데, 결국 여론이 조금 비판적으로 바라보니 이를 의식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전자투표제는 주주 권리 신장 차원에서 검토는 하는 듯하나 아직 확정된 건 없는 듯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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