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정현. 사진. 오앤엔터테인먼트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김정현에게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남다른 기억으로 남았다. 드라마 ‘시간’ 이후 1년 5개월여 간의 공백을 가졌던 만큼 컴백에도 부담이 잇따랐으나, 운명처럼 마주한 ‘사랑의 불시착’은 그에게 더할 나위 없는 기억을 선물했다. 이를 두고 “자존감과 마음의 살을 얻은 작품”이라고 표한 김정현은, ‘사랑의 불시착’을 시작으로 새로운 배우로서의 꿈을 꾼다.

Q. ‘사랑의 불시착’을 성공적으로 마쳤어요.
김정현:
많은 사랑을 받고 끝나게 돼 감사드려요. 시청률도 잘 나와서 좋은 마음이죠. 마음에 좋은 훈장으로 남길 수 있는 작품 같아서 기뻐요.

Q. 극 중에서 아쉽게도 죽음을 맞았어요.
김정현:
구승준이 죽어서 오히려 시청자 분들의 기억에 더욱 남게 된 것 같아요. 승준이가 살아있을 수도 있다는 말씀들도 해주시더라고요. 아쉬운 일이지만 시청자 분들이 마음에 담아주시면 승준이도 잘 살아있을 거라 생각해요.

Q. 처음부터 구승준의 결말을 알고 있었나요?
김정현:
아뇨. 죽는 것 자체를 저는 몰랐어요. 16부의 대본이 나오기 전만 해도 감독님이 승준이는 이제 행복해야지, 울기만 하다 죽으면 어떻게 하냐고 말씀해주셔서 희망을 갖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16부 초반에 죽더라고요. 하하. 그런데 장례식이나 직접적으로 죽음을 보여주는 장면이 없어서 어디엔가 살아있는 게 아니냐는 일말의 기대감도 품고 있어요.

배우 김정현. 사진. 오앤엔터테인먼트

Q. 시청자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죽는 장면 이후에는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이 오르기도 했죠.
김정현:
관심을 많이 가져주신 것 같아서 감사했어요. 시청자 분들의 댓글도 조금씩 보곤 했는데,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더 행복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티켓을 찢을 때 내 심장도 찢었다’는 댓글은 오래 기억에 남더라고요(웃음). 그래도 만족보다는 조금 더 발전하고 싶어요. 발음과 표정에 더 신경 써야겠다는 자기반성을 하면서도, 앞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지향점을 동시에 본 작품이었어요.

Q. 연기를 할 때 본인을 힘들게 몰아넣는 스타일인가요.
김정현: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긴 해요. 계속 시나리오를 보려고 하죠. 잘 때도 머리맡에 대본을 두다가 생각날 때마다 펴보는 식이에요. 이번 작품은 그 과정을 잘 해낸 것 같아요. 더욱 즐겁게 작업하고 고민해가며 캐릭터를 만들었죠.

Q. ‘시간’ 이후 1년 5개월 만의 컴백이었어요. 지금 상태는 어떤가요. 많이 회복됐는지 궁금해요.
김정현:
지금은 건강해요. 몸도, 마음도 즐겁게, 저를 잘 만들어가려 하고 있어요. 마침 ‘사랑의 불시착’을 통해 많은 사랑을 받아서 그 덕분에 마음에 살이 붙은 것 같아요. 이번 작품 자체가 제 스스로에게 위로가 됐다고 할까요?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란 게 감사했죠. 마음에 오래 남을 것 같은 작품이에요.

배우 김정현. 사진. 오앤엔터테인먼트

Q. 시청자들에게도 김정현이라는 배우를 본격적으로 알리게 된 것 같아요.
김정현:
여러 모습을 보여드린 것 같아요. 구승준은 아픔이 있는 인물이지만 캐릭터 자체는 능글맞으면서도 능청스럽고 웃음을 잃지 않잖아요. 그런 게 시청자 분들에게 잘 와 닿았다면 감사한 일이고, 부족하게 느껴지셨다면 제가 더욱 더 발전해야 할 부분 같아요.

Q. 쟁쟁한 선배 배우들과 함께 한 작품이었어요.
김정현:
현빈, 손예진 선배님이 판타지 로맨스를 해주시는 것 자체로 화제가 돼서 그 시너지 덕분에 저도 더욱 사랑받은 것 같아요. 서지혜 선배님과는 ‘질투의 화신’을 함께 했지만 그땐 마주친 적이 없었거든요. 이번에 뵈니 정말 호탕하시더라고요. 편하게 대해주시면서도 리드해주셨어요. 키스신도 리드해주셨죠(웃음).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만들었던 장면이었어요.

Q. 기라성 같은 선배들의 작품인데다 본인에겐 1년 5개월 만의 복귀작이기도 했어요. 부담이 꽤 됐을 법한데.
김정현:
매 작품마다 잘해내고 싶은 욕심은 늘 있는 것 같아요. 다만 현빈, 손예진 선배님이 출연하신다는 걸 들었을 때 부담보다는 안정감이 컸고, 배울 수 있는 것도 많겠다 싶었죠. 실제로도 현장에서 제가 의견을 내고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어요. 두 분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덕에 다 같이 행복할 수 있던 거라 생각해요. 모든 분들이 대화도 많이 나누셨고, 현장 분위기도 즐겁고 따뜻했던 게 기억나요. 

배우 김정현. 사진. 오앤엔터테인먼트

Q. 연기 부담은 없었나요.
김정현:
성실히 준비하려 했어요. 현장 선배님들을 보며 ‘함께 한다면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도 생겼거든요. 제가 70~80%를 만들어 가면 현장에서 20~30%는 함께 만들면서 100%가 완성된 것 같아요. 감독님도 저밖에 생각이 안 났다고 해주셨고요. 제가 하고 싶은 걸 다 하라고 응원도 해주셨어요. 저를 신뢰해주신 것 자체가 큰 힘이 됐거든요.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도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상상돼서 뭉클하고 기뻤는데, 작품을 좋아하는 분들께서 피드백을 해주실 때면 감사함도 느껴졌어요. 제게 행운이 찾아온 것 같은 기분이었죠.

Q. 드라마를 통해 심리 치료를 받은 거나 다름없네요(웃음).
김정현:
자유롭게 즐겁게 촬영했거든요. 선배님들은 저를 응원해주시면서 보듬어주셨고, 시청자 분들은 많은 사랑을 보내주셨어요. 제가 오히려 자존감과 마음의 살을 얻은 작품이에요.

Q. 가족들도 이번 작품을 좋아했을 것 같아요.
김정현:
형과 여동생이 있는데, 다들 자기 입으로 이야기하는 걸 쑥스러워 하더라고요(웃음). 부모님도 무뚝뚝하셔서 표현을 잘 안 해주시거든요. 가족들은 고생했다고, 잘 봤다고 이야기해줬어요. 오히려 친구 부모님들이 연락을 주셔서 잘 보고 있다고 해주셨어요. 부산에 오면 집에 놀러오라고도 해주시고요. 아! 어머니는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네가 좀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요. 하하.

배우 김정현. 사진. 오앤엔터테인먼트

Q. 이번 작품으로 김정현이라는 배우를 폭 넓은 연령대에 알리게 됐죠. 실감한 부분이 있나요?
김정현:
아직까지는 체감을 많이 하진 못했어요. 그런데 하루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회사원 분들부터 아기 어머니들까지 언제 남한에 왔냐며 응원을 한 마디씩 해주시더라고요. 승준이가 여기저기서 사랑받는다는 걸 그때 느꼈던 것 같아요. 주변에서 많이 도와주신 덕분이죠(웃음).

Q. 2015년에 데뷔했으니 이제 배우로서 6년차에 접어들었네요. 그동안을 되돌아본다면, 어떤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나요.
김정현:
제게는 ‘초인’이 중요한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에요. 그리고 이번 ‘사랑의 불시착’이 제게 오랫동안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아요. ‘도깨비’를 정말 재밌게 봤었는데, 저희 작품이 tvN 역대 시청률 1위를 달성해서 제게는 훈장과 같은 느낌으로 남았거든요. 좋은 에너지로 기억될 작품이에요. 지금 상태에선 이번 작품이 가장 소중하고, 다음 작품에선 그 작품이 더 소중하지 않을까 싶어요. 매 작품이 제겐 소중하거든요. 

Q. 그간의 출연작들이 모두 호평을 받았어요. ‘역적’에서는 신인상을 받기도 했죠.
김정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항상 스스로를 부족하게 보는 것 같아요. 잘하고 싶어서 조금 더 욕심을 내곤 하거든요. 최근 종방연 때 아카데미 시상식을 다녀오신 장혜진, 박명훈 선배님이 여러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직접 다녀오신 분께 이야기를 들으니 느낌이 새로웠어요.

배우 김정현. 사진. 오앤엔터테인먼트

Q. 그보다 더 생생할 수는 없겠네요(웃음). 어떤 이야기를 들었나요?
김정현:
박명훈 선배님은 미국 시장에서 한국 배우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니 준비를 잘 해놓으면 분명 좋은 기회가 있을 거라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잠시 놓고 있던 영어에 대한 관심이 다시 생겼죠. 아카데미가 꿈인 줄만 알았는데 현실이 됐잖아요. 좋은 에너지를 받아 마음속에 잘 품고 있어요. 저도 더 발전해서 아카데미에 가게 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야겠지만요(웃음).

Q. 새로운 터닝포인트네요(웃음).
김정현:
종방연 자리에 CJENM 대표님도 바로 옆자리에 계셨는데,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에 갔던 이야기를 해주셨거든요. 멀다고만 생각한 외국영화 시장에 도전하고 소통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직접 다녀오신 분들이 옆에 계시니 전환점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어요.

Q. 배우들에겐 직접적인 동기부여가 됐을 것 같아요.
김정현:
꿈이 아니란 걸 보여주신 거니까요. 용기를 심어주신 거죠. 저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그렇게 생각하실 것 같아요. 열심히 살아남아서 아카데미 시상식에 갈 수 있다면 정말 기분이 남다를 거예요. 만약에 미국 진출을 하게 된다면 ‘기생충’ 덕분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하하.

배우 김정현. 사진. 오앤엔터테인먼트

Q. 감독들에게도 많은 영감이 된 것 같아요. 모든 예술인들에 자극을 준 일이었으니까.
김정현:
제 친구의 영화가 곧 개봉해요. ‘콜’의 이충현 감독이 고등학교 때부터 알던 친구거든요. 원래도 잘생기기로 유명했던 친구예요(웃음). 그 친구도 그렇고 주변에 영화를 만들고 연기를 하는 친구들이 ‘우리가 해낼 수 있다’는 강한 마음을 품게 됐을 거예요. 시상식의 모습이 잔상으로 남아 계속 힘이 될 것 같아요. 이충현 감독도, 저도 잘 돼서 좋은 기회를 잡아 해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Q. 그렇다면 올해 목표는 영어 공부부터 시작이겠네요(웃음). 
김정현:
외국인 친구들이 있는데, 그 친구들과 원활히 대화하고 싶어요. 번역기 없이도 한국말을 하듯 이야기를 나누고 싶거든요. 친구들과 자유롭게 대화할 수 있게 되면, 영어로 연기도 해보고 싶어요. 영어가 준비되면 해외에서 오디션도 보고 싶어요. 마음속에 에너지가 있거든요. 구체적으로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을 잘 계획해서 달성하고 싶은 마음이에요. 좋은 에너지들이 목표가 되어 저를 움직이게 하는 것 같아요. 제가 집에서 봤던 TV 속 그 모습이 되어있는 모습을 생각하니 원동력이 생긴다고 할까요? 공부도 열심히 할 거예요. 이 모든 게 제게는 좋은 에너지로 남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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