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10시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KCGI‧조현아‧반도건설 3자연합)’이 여의도 영등포구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가운데 강성부 KCGI 대표가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20일 오전 ‘한진그룹 정상화를 위한 주주연합(KCGI‧조현아‧반도건설 3자연합)’이 여의도 영등포구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진그룹 주주 의결권 행사 방침을 밝히고 의견을 표명했다.

KCGI 측은 그간 언론 등에서 ‘집안 싸움’ 등으로 비화하는 경향이 있으나 현재 한진그룹에 필요한 것은 이사회의 건전한 견제 아래 놓인 전문경영인 체제라고 주장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강성부 KCGI 대표가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세간의 오해에 대해 해명했으며 한진그룹의 경영 현황과 비전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사내이사 후보인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이 한진그룹 경영철학을 피력하기도 했다.

#문제 핵심은 오너의 일방적 경영

이날 강 대표는 프레젠테이션에서 현재 한진 그룹이 “총체적 경영 실패” 상태라고 규정하고 “한진해운과 같은 무수익자산에 대한 투자로 인해 재무구조가 심각하게 악화했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오너의 일방적인 경영”이라고 규정했다.

대한항공의 2016~2018년 평균 부채가 861.9%에 달했다고 분석한 강 대표는 같은 기간 유나이티드 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중국 남방항공 등에 비해서도 대한항공이 2배에 가까운 부채비율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는 항공업계의 문제가 아닌 오너 일가의 일방적 경영이 문제라고 주장한 것이다.

또한 당시 전문가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진그룹은 해운 사업을 인수하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강 대표는 "한진해운과 대한항공은 물류 계열로 같은 업황을 공유하기 때문에 경기를 같이 탄다"면서 "유가에 대한 헤지가 가능한 에쓰오일 지분을 매각해 한진해운에 투자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강성부 KCGI 대표가 한진그룹의 경영 실패를 지적하고 있다. 사진. 구혜정 기자

#조원태 두고 "꼴찌가 갑자기 1등 되겠나, 진정성 믿을 수 없어"

한편 강 대표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연합하면서 잃은 명분을 회복하기 위해서도 애썼다.

조원태 회장과 주주연합 간 경영권 분쟁을 ‘남매의 난’이나 ‘집안 싸움’으로 보는 시각을 경계하면서 KCGI와 반도건설, 조현아 모두 투자자로서 “긴 시간 동안 서로 계약을 깰 수 없도록 합의를 했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또한 조현아 전 부사장을 비롯해 주주연합 중 누구도 한진칼 경영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이사회 정관을 횡령‧배임 등 위법 행위를 저질렀을 경우 3년간 이사로 선임할 수 없도록 변경하는 안을 제출한 것도 이러한 의심을 벗기 위한 것이고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계약도 맺었다”고 확인하면서 한 치의 의심을 남기지 않으려 했다.

간담회에서 강 대표는 KCGI의 이른바 ‘먹튀’론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그는 "KCGI는 (투자자가 중도 환매를 할 수 없는) 락업(lock-up) 기간을 10년으로 두고 있다"면서 "단기적인 재무구조 개선에만 2년, 체질 개선에만 3년 이상 걸릴 수 있어 장기적인 시야로 투자하겠다"고 설명했다.

주주연합 측은 조원태 회장에 대한 견제구도 잊지 않았다. “최근 조 회장이 밝힌 비수익 사업 정리 등의 재무구조 건전화 방안은 사실 1년 전에 우리 측에서 제안했던 것을 컨닝한 것”이라면서 “숙제를 컨닝해서 하든, 혼쭐 나면서 하든 숙제만 하면 어쨌든 숙제를 했으니 왈가왈부할 수는 없지만 지금은 조 회장의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진정성을 믿을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조 회장 아래 지난 1년 간 실질적 성과와 유의미한 사업 진행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미래에셋대우 류제현 애널리스트는 미디어SR에 “자산 매각 등은 사실 작년부터 이야기가 많이 나오긴 했다”고 언급한 바 있어 주주연합 측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강 대표는 "(전문 경영인 체제 도입과 자신의 주장이) 대세라고 생각한다"면서 "겨울이 아무리 추워도 봄이 오는 것처럼 반드시 우리가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며 "지분 상 얘기는 언급하는 게 적절하지 않지만 앞서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신배 사내이사 후보. 사진. 정혜원 기자

#사내이사 후보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 '나는 전문가 아니지만 대한항공 직원들이 전문가' 

전 SK그룹 부회장이었던 김신배 사내이사는 현재의 경영 환경을 “졸면 죽는 세상”이라고 단언했다. 노키아와 모토로라 등 굴지의 기업도 단 4~5년 새 시장에서 밀려났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현재 한진그룹의 재무 현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비판했다. 이어 “잠깐 졸면 죽는 세상에서 이처럼 취약한 재무 구조로는 위기 상황에서 곧바로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자리에서 김신배 사내이사 후보는 “경영의 본질은 같다고 생각해 (본인이 항공업계 전문성이 부족하더라도) 전문 경영인들과 진짜 전문가들(현재 대한항공 직원들)에게 맡겨서 일할 것이므로 걱정 없다”고 경영 철학을 내비쳤다.

그러나 KCGI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김신배 사내이사 후보자는 한진그룹 최고경영자가 될 수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3월 주주총회에서 이사회의 논의를 거쳐 확정될 부분”이라면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조원태 한진그룹 측 기자간담회 거세게 반발 

한편 20일 오후 한진그룹은 공식 성명을 통해 주주연합 측의 기자간담회에 대해 “명확한 비전도, 세부적인 경영전략도 제시하지 못한 보여주기식 기자간담회”라면서 “원색적인 비난 일색으로 상식 이하의 기자 간담회를 진행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대한항공은 지난해 국내 항공사들이 모두 영업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도 튼튼한 기초체력 아래 유일하게 흑자 달성”했으며 “이는 조 회장이 추진한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 효과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반박했다.

이어 “이사회 장악 및 대표이사 선임 후, 대표이사 권한으로 조현아 주주연합의 당사자나 직‧간접적 이해관계자를 미등기 임원으로 임명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조 전 부사장 복귀 위한 밑그림”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KCGI를 비롯한 주주연합은 ‘먹튀, 투기 자본’이라는 의심과 조현아 경영 복귀설로 인해 초기의 명분에 흠집이 난 상태인 반면 조원태 회장을 비롯한 현 한진그룹 경영진은 악화한 재무구조와 악재를 거듭하고 있는 항공업계에서 실효성 있는 경영 타개책을 찾아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양측의 지분율 차이는 약 1.5%로 알려졌으며 오는 3월 25일께 열릴 주총에서는 국민연금(4.11%)과 나머지 3.61%를 보유한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및 개인주주들이 한진그룹 경영권자를 정하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 간 갑론을박은 주총 전까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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