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걸스데이 출신 배우 박소진. 사진. 눈컴퍼니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소진은 지난 걸스데이의 10년을 ‘치열했다’고 표현했다. 가족과 같았던 걸스데이를 딛고, 소진은 연기자로서 본격적인 첫 발을 내딛었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인기리에 종영한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스포츠 아나운서 김영채 역으로 분한 소진은 시청자에 합격점을 받았다. 연기에 대한 그의 열정은 크다. 브라운관과 연극 무대에 오르며 연기의 참맛을 알게 된 소진. 그의 목표는 ‘더욱 더 성실히’다.

Q. 드라마가 큰 사랑을 받았어요.
소진:
정말 감사할 따름이죠. 그 안에서 제 캐릭터를 기억해주는 분들이 많아서 또 감사하고요. 좋은 스태프 분들, 선배님들과 한 작품 안에 있었다는 게 정말 감사해요.

Q. 작품 참여 계기가 궁금해요.
소진:
오디션을 봤어요. 기자여서 너무 기자 같으면 안 될 수도 있겠다 싶어서 가감 없이 무게감을 갖지 않으려 했죠. 그런 시도를 감독님이 재미있게 봐주신 것 같아요. 실제 드라마에서는 그 정도로 가볍게 하진 않았지만요. 동떨어지지 않게, 너무 튀어 보이지 않게 노력하려 했어요. 특정한 사람을 레퍼런스로 삼기엔 섞기 어려운 면도 있어서 고민하기도 했고요.

Q. 극 중에서 합을 맞출 대상이 없어 외로웠을 것 같아요. 스튜디오에서 고군분투했죠.
소진:
‘스토브리그’ 안의 TV 속에서 나오는 사람이다 보니 거기에만 갇혀있던 게 아쉬웠어요. 좋은 선배들 사이에서 연기할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아쉬운 면이 있죠. 다만 남궁민 선배님과는 몇 번 마주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정말 잘 이끌어주시더라고요. 고민될 때면 이렇게 풀어가라고 힌트를 줬어요. 이래서 좋은 선배라고들 해주시는구나 싶었죠. 선배님과 ‘미녀 공심이’를 같이 했던 민아도 “진짜 좋은 오빠야”라고 했는데, 정말 댄디하면서도 상대역을 배려해주고 이끌어주시는 게 느껴져서 좋았어요.

그룹 걸스데이 출신 배우 박소진. 사진. 눈컴퍼니

Q. 원래부터 야구에 관심이 있었나요.
소진:
아뇨. 어릴 땐 엄마 아빠와 야구장에 많이 갔어요. 대구 사람이어서 삼성의 경기를 보러가곤 했죠(웃음). 규칙은 알지만 이렇게까지 대단한 스포츠인지는 몰랐어요. 오히려 이번 드라마를 찍으면서 야구가 이렇게 치밀한 스포츠라는 걸 알았어요.

Q. 출연자도, 시청자도, 야구 팬들도 모두 ‘과몰입’을 하는 작품이었어요(웃음).
소진:
저도 시청자의 마음으로 봤어요. 물론 영채를 나쁘게 보진 않았죠. 그 마음을 저는 아니까. 하하. 드라마를 보다 보면 김종무(이대연) 단장님에게 정감이 가서 바이킹스를 응원하고 싶어지기도 했어요. 백승수(남궁민) 담장님처럼 마음에 뚝심을 갖고 열정적이되 머리는 차가운 사람이 멋져 보였고요. 

Q. 사람들이 걸스데이의 소진으로 알아보는 것과 ‘스토브리그’의 김영채로 알아보는 건 꽤 다른 느낌이었을 것 같아요.
소진:
신기했어요. 얼마 전에는 카페에서 가족과 함께 계시던 50대 아저씨가 “어? 탤런트네?” 라시더라고요. 그 단어가 새롭고 정겨우면서도 신기했어요. 어떤 분은 “‘야구에 산다’ 김영채 아니에요?”라고 물어봐주셔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어요. 기분이 좋더라고요. 부모님도 제가 많이 달라 보인다고 하셨을 정도예요.

Q. 다들 과몰입을 했으니까요(웃음). 온라인에서의 댓글도 뜨거웠어요. 시청자 반응을 잘 보는 편인가요?
소진:
원래 댓글을 다 보는 편이에요. 어지간한 것들에는 면역이 돼있음에도 오랜만에 너무나도 많은 반응을 보니 조금 아프기도 하더라고요. 한편으로는 확실히 얄미웠으면 된 거란 생각도 들고요(웃음). 이제 시작하는 단계인데 제 모든 것을 알아주길 바라는 건 너무 앞서가는 거잖아요. 이 이상이 없을 리가 없다는 스스로의 믿음도 있기 때문에, 더 잘하자 싶었어요.

그룹 걸스데이 출신 배우 박소진. 사진. 눈컴퍼니

Q.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좋았던 캐릭터는 누구였나요.
소진:
조병규 씨가 연기한 한재희와 홍기준 선배가 연기한 장진우요. 다들 공감하실 거예요. 장진우는 그냥 응원하고 싶은 선수였어요. 뭐라도 좀 해냈으면 좋겠고, 제발 곱창가게는 열지 않았으면 싶고(웃음). 한재희는 상황마다 유연하게 잘 대처하는 느낌이 좋았어요. 뭐, 설명이 필요 없죠.

Q. 시즌2에 대한 이야기도 나와요.
소진:
불러만 주시면 출연하고 싶어요. 빼고 가시진 않겠죠?(웃음). 시즌2를 한다면, TV 밖으로 조금이라도 나오고 싶어요. 적이든, 아군이든 누군가와 조금만 더 함께였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Q. 작품을 다 끝내고 나니 어떤가요. 만족도가 궁금해요.
소진:
제가 잘 만족하는 편이 아니에요. 걸스데이 멤버들도 그걸 알아서 제게 더 힘이 되어주려 하기도 했어요. 저도 더 잘할 방법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게 제 일이기도 하고요.

Q. 다음 작품의 성적에 대한 부담도 생겼겠다 싶어요.
소진:
에이, 아직 제가 그 정도는 아니죠. 하하. 좋은 작품을 하면 좋겠지만 작품을 선택할 땐 그 작품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든 무조건 긍정적일 수는 없는 거잖아요. 만약 부족했다면 다른 걸 시도해볼 수도 있는 거고 좋았다면 그 점을 살려 또 다시 시도해볼 수 있는 거니까. 하나하나 다 소중히 다루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결과가 어떻든지, 악역인지 아닌지, 좋은지 아닌지 모든 것들을 다 떠나서요.

그룹 걸스데이 출신 배우 박소진. 사진. 눈컴퍼니

Q. 연기자로 전향하며 새롭게 시작한 작품이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스토브리그’를 만난 게 행운 같아요. 지상파에서 20% 가까이 나오는 건 드문 일이니까.
소진:
새로운 전환점에서, 마음먹고 처음 만난 작품인데 이렇게나 잘됐으니 정말 감사하고 행운인 거죠. 회사도 옮긴데다 배우로서 좀 더 구체적이고 큰 열정을 가진 뒤 처음으로 하게 된 드라마거든요. 연기가 정말 하고 싶었고 궁금했거든요. 예전에도 열심히 했지만, 지금 은 더 마음이 커졌어요. 연기에 대해 더 알고 싶고,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작품에서 절 봤을 때, 소진이라는 느낌보다는 연기자로서 보이고 싶어요.

Q. 그런 일환에서 연극도 하고 있는 걸까요. 꾸준히 연극 무대에 서고 있잖아요.
소진:
재작년에 한 연극 때문에 연기에 푹 빠지게 됐어요. 좋은 마음을 가진 선배들과 훌륭한 스태프 분들과 함께 했는데, 서로 배우고 만들어가는 게 정말 재미있고 소중한 작업이라는 걸 느꼈거든요. 눈앞에서 내 열정과 마주하는 느낌이었어요. 연기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크게 느꼈죠. 모두가 다 저를 믿어주고, 제가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응원해줘요.

Q. 연기 외에 가수 활동은 전혀 계획하는 바가 없나요.
소진:
당분간은요. 개인적으로는, 나이가 좀 더 들면 더 좋은 음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어요. 조금 더 연륜이 생기면 멋지게 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지금은 연기가 제 삶의 전부예요. 정말 좋거든요. 행복할 정도로.

Q. 영채를 떠나보내는 일이 어렵지는 않나요. 연극도 바로 시작했다고 들었어요.
소진:
지난주에 초연을 했어요. 정말 정신없었죠. 영채가 워낙 객관적인 태도를 가져야 하는 직업을 가지다보니 저 역시도 영채 캐릭터에서 쉽게 벗어난 것 같아요. 체력적으로도 괜찮아요. 걸 그룹 활동을 하면서 체력은 어느 누구보다도 자신 있거든요(웃음).

그룹 걸스데이 출신 배우 박소진. 사진. 눈컴퍼니

Q. 어느덧 30대 중반이에요. 시간이 흐르는 것에 대한 불안감은 없나요.
소진:
저는 시작 자체가 늦은 편이었어요. 하지만 저는 이 ‘늦음’이 괜찮은 것 같아요. 늦게 시작했지만 그동안 다른 것들을 제 안에 저장해놨을 거니까요. 또래들과 다른 경험을 한 게 아쉬울 때도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어느 하나에 집중하는 능력이 생겼어요. 그게 참 좋더라고요.

Q. 20대의 소진과 지금의 소진은 어떻게 다른가요.
소진:
그때의 소진도, 지금의 소진도 완벽하고 싶은 욕심이 참 많은 아이에요. 발끝도 못 가면서요. 하하. 20대 때의 저는 제 목표를 위해 많은 것들에 선을 두고 살았어요. 이런 옷을 입어야 멋지고, 나는 이런 행동을 할 때가 예쁘고… 말도 안 되는 것들을 생각하며 완벽하려 했죠. 하지만 지금은 완벽하지 않은 게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배우며 살고 있어요. 그런 변화가 정말 즐거워요.

Q. 40대의 소진은 어떤 모습이면 좋을까요.
소진:
멋진 배우가 되어 있으면 좋겠어요. 그때도 여전히 노력하고 있는 배우이고 싶고, 열정이 식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제가 지금 노력하는 것들이 그때에는 조금 더 가까워져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Q. 그렇다면 올해의 계획은 ‘연기’겠네요.
소진:
올해는 많이 습득하는 게 목표예요. 제가 지금은 굳어있지 않거든요. 그런 만큼 많이 배울 수 있는 것 같아요. 주변에 있는 배우들과도 연기 고민을 자주 나누고 있는데, 그러면서 주변을 더 자세히 보는 버릇이 생겼어요. 연기를 시작하니 사소한 것들이 정말 재밌어지더라고요. 앞으로도 연기에 대해 많이 배우고 학습하고 싶어요. 다른 작품을 하기 위해 열심히 시도할 거고, 작품과 관계 없이 꾸준히 노력할 거예요. 

그룹 걸스데이 출신 배우 박소진. 사진. 눈컴퍼니

Q. 배우로서 이상향은 무엇인가요.
소진:
연기를 할수록 실력은 성장할 거라 믿지만, 저는 제가 굳어진 사람이 아니길 바라요. 시간이 지나면 ‘난 이건 확실히 알아’라면서 굳어져 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예술이라는 건 시간이 흐를수록 변하는 게 많잖아요. 그래서 계속 새로운 것들을 알아가고 배우고 싶어요.

Q. 가수로는 베테랑인데 연기는 이제 막 첫 발을 내딛는 단계예요. 막막할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지금의 소진은 즐거워 보여요.
소진:
막막함 보다는 연기에 대한 열정이 더 커요. 가수를 할 때도 2, 3년 동안은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열심히만 했던 것 같아요. 뭔가를 해나갈 때 시간이 필요한 건 당연하잖아요. 연기도 그래요. 언젠가는 뭐가 이뤄져도 확실히 이뤄지겠죠?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Q. 당장은 연기에 집중한다고 했지만, 올해가 걸스데이 데뷔 10주년이에요. 가수로서의 계획은 아예 없는 걸까요.
소진:
구체적인 걸 아직 생각해보진 않았어요. 멤버들끼리 서로 너무 가까운 사이여서 그런 얘기를 나눠보질 않았거든요. 하지만 10년이라는 건 의미가 있으니 한 번 생각해봐야겠어요(웃음).

그룹 걸스데이 출신 배우 박소진. 사진. 눈컴퍼니

Q. 지난 10년, 되돌아보면 어땠던 것 같아요?
소진:
치열했어요. 정말 치열하게 살았죠. 힘든 시간들도 있었지만 정말 좋은 순간도 많았어요. 다시 돌아가서 하라고 하면 못할 수도 있어요. 그때의 저는, 앞만 보고 이루고 싶은 걸 쫓아갔거든요. 두 번은 못할 것 같아요.

Q. 소진에게 걸스데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소진:
가족이죠. 사랑이고요. 활동할수록 멤버들이 있어주는 그 자체가 고마워요. 서로가 바쁘더라도, 새벽이라도 서로의 집에 갈 때가 있어요. 어디서도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을, 우리 안에서는 치유할 수 있는. 그런 사이가 된 것 같아요. 

Q. 홀로서기에 나선 지금, ‘스토브리그’로 좋은 스타트를 끊었어요. 연기자로서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요?
소진:
그냥, 더 성실하고 싶은 마음 말고는 없는 것 같아요. 앞으로 잘 쌓아가야 한 걸음 한 걸음 더 잘 나아갈 수 있겠다 싶거든요. 제 개인 기량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졌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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