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왼쪽)과 한성숙 네이버 대표. 사진. 구혜정 기자

[미디어SR 권민수 기자] 19대 대통령 선거에서 온라인 댓글을 조작한 혐의로 '드루킹' 김동원 씨의 징역 3년형이 확정됐다. 드루킹은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킹크랩(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포털 기사 8만여 건의 댓글과 추천을 조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드루킹 사건으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곳은 포털이다. 댓글조작 파문 당시 포털도 책임 논란을 비껴가기 어려웠다. 일면에서는 사건의 피해자이지만, 댓글 등 서비스가 외부에 의해 조작되지 않도록 관리할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뉴스 편집권 넘기고, 댓글 정책 바꾸고...

이후 포털은 뉴스 시스템, 댓글 정책 등 많은 운영 방침을 변경했다. 네이버는 2018년 4월 24시간 동안 공감/비공감 가능 수를 50개로, 하나의 계정으로 동일한 기사에 작성할 수 있는 댓글 수를 3개로 제한하는 등 정책을 전면 개편했다. 

뿐만 아니라, 모바일 첫 화면에서 뉴스를 빼고, 언론사에게 뉴스 편집권과 댓글 정책 운영 권한을 넘겼다. AI 뉴스 추천 기술 에어스(AiRS)를 도입해 개인별 뉴스를 제공하도록 했다. 불쾌한 욕설이 담긴 댓글을 인공지능(AI)로 감지해 자동으로 숨겨주는 '클린봇' 등을 도입하기도 했다. 

다음 또한 동일 ID/IP에서 반복 댓글 작성 시 문자 인증 보안기술인 캡차(CAPTCHA)를 입력하게 했다. 캡차 입력을 수차례 반복할 경우 댓글 작성을 제한한다. 24시간 기준 댓글 개수와 찬반 횟수를 제한하는 등의 정책도 시행했다. 

다음 관계자는 미디어SR에 "댓글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하고, 이상 패턴을 감지/자동 제어하는 시스템을 마련해 어뷰징을 기술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댓글 모니터링 외에도 매크로 대응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검으로 넘어간 조작 논란

드루킹 사건 이후 한국 사회는 더욱 '매크로', '댓글조작', '여론조작' 키워드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특히 총선에 직접 영향을 받는 정치권은 더욱 민감하다. 여론조작 논란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검)으로 옮겨붙기도 했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싸고 일부 지지자들이 단합해 '조국 힘내세요' 등의 키워드를 실검에 올리자 정치권이 실검이 여론조작에 이용되고 있다며 폐지를 주장했다. 네이버 한성숙 대표와 카카오 여민수 공동대표는 국정감사에 나와 "(조국 실검에) 매크로는 없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실검을 두고 조작 논란이 계속되자 네이버는 인공지능 기반 검색어 추천 시스템 '리요(RIYO)'를 선보였다. 검색어와 주제 카테고리 연관성을 분석해 개인별 설정 기준에 맞춰 실검 차트 노출 정도를 개인별로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다음은 다른 이용자의 관심과 사회 현상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실검의 본래 목적과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많다고 판단해 실검을 아예 폐지하기로 했다. 2월 내 폐지될 예정이다. 

매크로 영구적으로 막지 못해...사회적 책임 강화해야

포털이 여러 노력을 강구하고 있지만, 매크로는 창과 방패와도 같아 한 프로그램을 막으면 다른 프로그램이 나와 영구적으로 매크로를 없앨 방법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매크로 조작을 막을 근본적인 대책은 없다. 전 세계 모든 인터넷 업체가 겪는 문제"라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부당한 목적으로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고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등에 관련 의무를 부과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이에 네이버와 카카오 등이 회원으로 있는 인터넷기업협회는 "인터넷기업들도 다양한 이용자 어뷰징에 대해 다각도의 대응을 하면서 서비스를 끊임없이 개선하고 있다"면서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등에게 관련 의무가 부과된다면, ‘부당한 목적’에 대한 판단의 책임을 사법기관이 아닌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 주장했다. 

전문가는 포털이 보다 투명하고 책임감 있게 댓글 정책을 운영하고 발전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진순 건국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한국경제신문 기자)는 미디어SR에 "현재 네이버, 다음 등 주요 포털에 모든 여론이 집중된 가운데, 매일 폭력적이고 혐오성 짙은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포털이 이런 댓글 장치를 유지하는 이유는 포털의 상업적 목적과 부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포털이 더 많은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고 수행할 수 있도록 스스로 운영 중인 자율규제 위원회를 더 투명하게 개편해야 한다"며 "더 많은 이용자 단체, 시민단체가 참여해 댓글 문제에 대한 포괄적인 논의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회에 계류 중인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매크로 문제로 시민의 자유로운 의견 표출을 강제적으로 막는 것은 위험한 접근"이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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