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SR 정혜원 기자] 국내 기업이 ‘갑질’을 근절하기 위한 노력이 미흡해 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ESG)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갑질이 경영 리스크(손해 가능성)로 작용하기 때문에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18일 ‘갑질 문화로 인한 기업위험과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갑질이 기업 평판을 악화시키고 법적 처벌, 불매운동 등 부정적 영향으로 이어진다면서 적극적으로 갑질을 줄여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갑질, ‘리스크’로 보고 관리 필요

보고서는 갑질을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 직급, 신분, 위치에 있는 개인 또는 조직의 부당한 행위 전체’로 규정하고 갑질의 주체와 대상이 다양하게 나타난다고 언급했다.

기업이 노동자에서부터 협력사, 소비자, 지역사회까지 여러 집단과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 심심치 않게 접하게 되는 ‘오너 리스크’뿐만 아니라 협력사 및 하도급 업체에 대한 갑질(불공정 거래), 직장 내 괴롭힘 등도 갑질에 속한다.

보고서는 실로콘밸리의 유니콘 기업인 우버가 최고경영자의 부적절한 언행과 기업 내부 성희롱이 알려져 20만명 이상의 가입자가 탈퇴한 사례를 꼽았다. 여파로 미국 내 우버 시장점유율은 2017년 80%에서 2018년 중반 69%까지 하락했다. 또한 ‘미스터 피자’ 브랜드를 보유한 MP그룹은 2016년 오너의 갑질로 시작된 여파가 현재까지 이어져 오는 4월 초 상장폐지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갑질은 기업 평판 및 주가 하락뿐만 아니라 단기적으로도 재무적 손실을 야기한다. 최근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 측이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17억의 과징금을 부과받는 등의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직장 내 갑질을 방치하는 경우도 장기적 비용과 손실을 초래하게 된다. 보고서가 인용한 설문조사에서는 갑질 행위로 인해 근로의욕을 상실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67.3%에 달했다. 즉 직장 내 괴롭힘 등에 대한 후속조치가 부실할 경우 근로의욕 감소, 생산성 저하, 우수한 인재의 이탈 등으로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리스크 관리의 핵심은 예방과 대책 마련

그러나 연구진이 국내 유가증권상장회사 전체 및 코스닥시장 내 금융회사 및 대기업집단 소속 기업 등 국내 기업들의 2018년 사업연도의 ESG 관리 수준 및 위험도를 평가한 결과, 기업들은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인권 침해 위험을 모니터링하고 예방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으며 공정거래를 통한 갑질 예방 노력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갑질 문화로 인한 기업위험과 개선방안’ 보고서 중 국내 기업의 인권경영 평가 자료. 사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상장회사 표준윤리강령상 차별금지 조항이나 법정 의무인 성희롱예방교육, 고충처리위원회를 대부분의 회사가 도입은 하고 있지만 법정 교육 외 인권교육을 하는 기업은 조사 대상의 8.6%, 인권 취약영역에 대해 모니터링을 하는 기업은 5.6%에 불과했다.

또 대부분의 상장회사가 표준윤리강령 상의 차별금지조항을 단순 준용하는 수준이며 자사의 인권위험을 식별하여 그에 맞게 적극적인 정책을 수립한 회사는 소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근로자 인권 관련 이슈가 발생한 회사의 약 16.2%가 인권 정책 및 위험관리 체계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맹사업, 하도급, 대규모유통업 등에 있어 하청업체, 납품업자 등의 협력업체와 공정거래를 자율적으로 준수하려는 노력도 미흡했다. 공정거래 자체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기업은 21%, 그 중에서 모니터링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하거나 운영결과를 공개하는 비율은 3.2%에 불과했다. 또 협력사를 상대로 정기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업도 전체의 2.6%에 불과해 사실상 협력사 관련 갑질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는 체계가 부족한 실정이었다.

‘갑질 문화로 인한 기업위험과 개선방안’ 보고서 중 국내 기업의 공정거래 평가 자료. 사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보고서는 이처럼 현재 국내 기업들이 “인권경영 현황은 법과 제도만을 따라가는 경향이 크고 자발적으로 인권과 관련한 위험관리체계를 구축해 체계적으로 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은 미흡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지배구조연구원 관계자는 미디어SR에 "ESG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할 경우 기업으로서도 자본 조달 비용이 줄고 이해관계자들의 신뢰 수준도 높일 수 있다"면서 "의무 공시 정보를 넘어 갑질과 관련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구체적 방법은 공정거래조정원에서 주관하는 CP(Compliance Program)의 상세 가이드라인을 참고하는 것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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