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SR 김예슬 기자]

사진. 김민영 디자인 기자

봉준호

영화감독. 연세대 사회과를 졸업하고 한국영화아카데미를 통해 영화인으로서 기틀을 잡았다. 지난 2000년 첫 장편영화 ‘플란다스의 개’를 내놓으며 감독으로 데뷔한 그는 2003년 송강호, 김상경 등이 출연한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스타감독 반열에 올라서게 된다. 이후 2006년 작품 ‘괴물’을 통해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담금질을 시작, 영화 ‘마더’와 ‘설국열차’, ‘마더’ 등 흥행과 작품성이 어우러진 실험적 작품을 연출했다. 지난해 5월 영화 ‘기생충’을 내놓으며 한국영화계에서 전무후무한 기록을 쓰게 됐다. 한국적 소재를 바탕으로 전 세계의 공통분모인 빈부격차를 가장 봉준호다운 방식으로 풀어냈다는 평을 받았다. 한국영화의 거장이 전 세계 영화계의 거장으로 올라선 셈. 세계를 사로잡은 그가 내놓을 새로운 작품들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국영화의 거장으로서 봉준호가 써내려간 기록은 앞으로도 유의미한 성과로 남을 전망이다.

 

기생충

‘기생충’은 가족 모두가 백수인 기택(송강호)네 장남 기우(최우식)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대상 격에 해당되는 황금종려상을 한국영화 최초로 수상한 것을 시작으로 전 세계 유수의 시상식을 휩쓸던 ‘기생충’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국제영화상, 감독상, 작품상 등 4관왕을 수상하는 것으로 기록의 정점을 찍었다. 이는 올해로 101주년을 맞은 한국영화 최초의 기록이자 아시아 영화 최초다. 금년 아카데미 시상식 최다 수상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이를 기념해 재개봉 특별전과 흑백판의 상영 역시 결정됐다. 봉준호 감독의 전작들도 VOD 시청이 증가했다.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는 수상 이전보다 주가가 4배 가까이 뛰었으며, ‘기생충’에 출연한 가게들은 관광코스로 개발 중이다. ‘기생충’에서 촉발된 봉준호 신드롬은 문화계뿐만 아니라 사회 각 영역으로 전파되고 있다.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이자 봉준호 감독의 든든한 동반자. CJ ENM 산하의 영화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는 2003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을 시작으로 ‘마더’, ‘설국열차’, ‘기생충’ 등을 연달아 투자 및 배급했다. 특히 글로벌 프로젝트로 진행된 ‘설국열차’에 400억 가량의 제작비를 투자하는 등 봉준호 감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기생충’의 낭보에도 CJ엔터테인먼트로 대표되는 이미경 부회장의 전폭적인 투자가 있었다. CJ엔터테인먼트는 ‘기생충’의 아카데미 캠페인을 위해 시사회 및 광고 등 프로모션 비용으로 100억 원대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경 부회장은 칸 영화제 현장은 물론 아카데미 시상식 현장을 직접 찾아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 1995년 미국 애니메이션 제작사 드림웍스와 합작 투자 계약을 시작으로 문화계에서 영향력을 쌓아 온 이미경 부회장은 ‘기생충’을 통해 비로소 큰 결실을 맺게 됐다.

 

마틴 스콜세지

영화감독. 청년 봉준호의 롤 모델이자 영화계 전설로 꼽힌다. 영화 ‘비열한 거리’, ‘택시 드라이버’, ‘좋은 친구들’, ‘성난 황소’, ‘애프터 아워스’, ‘갱스 오브 뉴욕’, ‘에비에이터’, ‘디파티드’, ‘셔터 아일랜드’,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등 다수 명작을 연출한 그는 지난해 ‘아이리시맨’을 통해 다시금 거장의 진면목을 재확인시켰다는 평을 받았다. 마틴 스콜세지가 연출한 수많은 작품과 그의 행보는 영화 감독들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는데, 봉준호 역시 그에게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지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마틴 스콜세지와 수상 후보로 함께 거론된 봉준호는 감독상을 수상하자 “어렸을 적 영화 공부를 하면서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말을 가슴에 새겼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한 말이었다”면서 “학교에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로 공부했다. 같이 후보에 오른 것도 영광인데 상을 받을 줄은 전혀 몰랐다”며 그에게 경의를 표했다. 봉준호의 소감에 객석에선 마틴 스콜세지를 향한 기립박수가 터져 나오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이를 두고 마틴 스콜세지의 딸 프란체스카 스콜세지는 SNS를 통해 “기립박수가 아버지의 수상보다 더 기뻤다”고 언급해 훈훈함을 더했다.

 

틸다 스윈튼

영화배우이자 봉준호의 새로운 페르소나. 지난 2013년 영화 ‘설국열차’를 시작으로 봉준호와 인연을 맺게 된 틸다 스윈튼은 2017년 봉준호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한 영화 ‘옥자’로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설국열차’ 출연 이유에 대해 “봉준호라는 사람 때문에 출연을 결정했다”며 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던 틸다 스윈튼은 이후 다수 공식석상에서 봉준호에 깊은 신뢰감을 보인 바 있다. 한 기자간담회 현장에서는 봉준호를 두고 “가족과도 같은 관계가 된 동료”라고 정의하며 “앞으로 더 많은 것들을 함께 하고자 얘기하고 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칸 영화제 현장을 직접 찾아 응원을 아끼지 않던 틸다 스윈튼은 당시 ‘기생충’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의 관심은 스크린이 아닌 브라운관에서 ‘기생충’과 인연을 맺을 전망이다. 미국 연예 매체 등에 따르면 틸다 스윈튼은 HBO에서 6부작으로 제작되는 영화 ‘기생충’의 미국 드라마 시리즈에 주인공으로 출연할 전망. 해당 작품은 영화 ‘기생충’의 기본 이야기를 동일하게 따르며, 틸다 스윈튼은 장혜진이 연기한 충숙 역으로 물망에 올랐다. 틸다 스윈튼과 봉준호의 세 번째 동행이 성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샤론 최

‘기생충’ 캠페인의 통역을 전담한 인물이자 ‘기생충’ 낭보의 숨은 주역. 한국 이름 최성재. 샤론 최는 ‘기생충’ 프리미어의 전 일정을 동행하며 봉준호의 말을 완벽히 통역해 일찌감치 세간에 관심을 받았다. 봉준호 역시 “그녀는 완벽했고, 우리는 모두 그녀에게 의존한다”며 극찬했을 정도. 특히나 샤론 최는 봉준호가 구사하는 특유의 한국식 유머도 뉘앙스를 살려 완벽히 전달했을 뿐만 아니라 영화적 표현도 막힘없이 통역해 국내는 물론 세계 영화 관계자들의 극찬을 끌어냈다.

샤론 최는 정식 통역가가 아닌 미국 유학생으로 알려졌다. 용인외국어고등학교(현 한국외국어대부속고등학교) 국제반을 졸업, 미국으로 건너가 대학에서 영화를 공부해 단편 영화를 만든 경험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주목받으면서 국내에서는 샤론 최가 다닌 것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영어학원이 관심사로 떠올랐으며, 문의 역시 쇄도하고 있다는 전언. 장편 영화 연출을 위해 각본을 쓰며 감독으로서의 데뷔를 준비하고 있는 샤론 최. 감독으로서 그가 어떤 작품을 내놓을지도 눈여겨 볼 지점이다.

 

봉상균

봉준호의 아버지이자 한국 디자인계의 전설. 국내 1세대 그래픽 디자이너로 꼽힌다. 1955년 서울대학교 미술대에서 회화와 응용미술을 배운 그는 국립영화제작소에서 미술실장으로 재직해 무대미술과 영화자막 서체를 디자인했고, 교단에 섰다가 당시 국가 디자인 사령탑으로 꼽혔던 한국디자인포장센터(현 한국디자인진흥원)에서 근무를 시작하며 국내 디자인계 발전의 초석을 다졌다. 국내 디자인 정책의 기틀을 다지고 교육에도 힘쓴 그는 개인전과 단체전 전시를 통해 순수미술과 디자인을 관통하는 행보를 보였다. 2012년에는 디자인 명예의 전당에 헌액 됐으며 2017년 작고했다.

봉준호는 아버지 등 친가로부터 예술적 감각을, 외가로부터는 이야기 전개 등 문학적인 감성을 물려받았다. 부친은 그래픽 디자인의 전설로 꼽히며, 외조부는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의 작가 박태원이다. 이들의 피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봉준호 가족은 대한민국 대표 예술가 집안으로 꼽힌다. 세계적인 영화감독 봉준호 외에도 누나 봉지희 씨는 패션디자이너이며, 아들 봉효민은 영화감독으로 데뷔했다. 봉준호 감독은 스토리 라인을 확실히 구축해 직접 스토리보드를 그려 촬영 역시 콘티 그대로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예술가 집안의 DNA가 충실히 발현된 셈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