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뜨거운 전도연
[인터뷰] 뜨거운 전도연
  • 김예슬 기자
  • 승인 2020.02.14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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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도연.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배우 전도연.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전도연은 ‘배우’라는 수식어에 가장 맞아떨어지는 천생 연기자다. 1997년 스크린에 본격 데뷔, 10년 만인 2007년 ‘밀양’을 통해 제60회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칸의 여왕’으로 떠올랐다. 일찌감치 한국영화계의 상징적 인물이 됐음에도 이에 안주하기보다는 달리고 또 도전한다. 영화와 연기를 향한 전도연의 열정은 한결같다. 연기에 대해 묻자 “앞으로 더 잘할 것”이라는 답이 곧장 나오는, 배우 전도연은 여전히 뜨겁다.

Q. 신작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하 지푸라기)은 전작인 영화 ‘생일’과 완전히 다른 캐릭터예요.
전도연:
간극이 커요. 시나리오에서부터 연희의 캐릭터와 상황이 정확하게 정해져 있고 강했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했어요. 이미 다 만들어진 상황에서 제가 뭔가를 더 하게 되면 캐릭터가 부담스러워질 것 같았거든요. 지금의 연희만으로도 충분하겠다는 생각에 편한 마음으로 가볍게 임했어요.

Q. 편하게 연기한 것이라기엔 존재감이 정말 강했어요(웃음).
전도연:
연희 캐릭터 자체가 그래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연희뿐만 아니라 모든 인물들이 다 강하게 느껴졌죠. 그래서 인물들을 따라가는 맛이 있었는데, 연희가 등장하면서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재미가 있었죠. 연희는, 누가 했어도 파격적이었을 거예요. 등장부터가 다르니까요. 키를 가진 인물이어서 더욱 그렇게 느껴졌을 거라 생각해요.

배우 전도연.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배우 전도연.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Q. 영화 시사 후 ‘전도연이 다 했다’는 찬사도 많았어요.
전도연: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런 평이 제게는 조금 무섭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기대치가 생기는 거잖아요. 예를 들어 영화 ‘백두산’에서는 제가 나오는지 몰랐던 관객 분들이 ‘전도연이 나와 좋았다’는 말씀을 해주셨어요. 그런데 이번 영화는, 저라는 배우가 어느 순간 사람들에게 너무 무게감을 주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되더라고요. 사실 전작도 그랬거든요.

Q. 작품보다 전도연이라는 배우에 초점이 맞춰질까봐 걱정했군요.
전도연:
제 연기에 대한 호평이 무조건적으로 도움 되진 않거든요. 특히나 이번 작품은 출연 배우가 많아서 온전히 작품에만 집중되길 바랐는데 제가 나온다고 기대가 쏠리니 걱정됐어요. 좋긴 했지만, 이 영화에 도움 될지 안 될지가 우려되더라고요.

Q. 충분히 우려될 일 같아요. ‘백두산’ 인터뷰 당시에도 이병헌이 ‘전도연의 존재감이 너무 세서 영화 자체가 묻힐 수도 있겠다’고 말하기도 했죠.
전도연:
인터뷰 보고 깜짝 놀랐어요. 그날 촬영장 가자마자 분장하고 부부 사진을 찍은 뒤 연기하고 왔거든요. 누구나 다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 이번 영화에서 저와 많은 분량을 함께 한 신현빈 양이 저 자체를 어려워할까봐 걱정되기도 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녀가 자기 연기에 집중할 수 있게 가만히 옆에 있어주는 거였죠. 부담을 주지 않으려 노력했어요.

Q. 극 중 연희는 잔인함을 가진 캐릭터지만, 마냥 나쁘게 볼 수만은 없었어요. 사랑스럽게 연기하다보니 귀여워 보이기까지 했죠.
전도연:
캐릭터를 미화하진 않은 것 같아요(웃음). 잔혹하지만 여러 모습이 있는 캐릭터였죠. 이 작품이 아니어도 보통 작품에서 ‘악녀’를 두고 시작이 미우면 끝까지 미워야 한다는 편견이 있어요. 하지만 인간에는 여러 모습이 있으니 저 역시도 악역이 마냥 미운 존재여야 하냐는 생각이 있었죠. 시나리오 상의 연희는, 제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과 별개로 여러 모습이 있는 인물이기도 했지만요. 산만한 이야기를 하나로 묶는 인물이기도 한 만큼 외양에도 신경 쓰려 했어요.

Q. 작품 중반부터 나오는 캐릭터임에도 존재감은 확실해요. 원톱으로 영화를 끌고 가는 것보다 멀티 캐스팅이 되면 존재감을 챙기기 어려운 게 일반적임에도요. 보통 배우들은 그런 것엔 부담을 느끼기도 하니까.
전도연:
저는 오히려 멀티 캐스팅의 장점이 크다고 생각해요. 저는 항상 묻어가고 싶은 배우거든요(웃음). 이번 영화는 그래서 더 좋았어요. 저는 많은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에 대해 늘 갈증을 느껴요. 현장에서도, 홍보를 할 때에도 누군가에게 기댈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죠.

배우 전도연.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배우 전도연.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Q. 그럼에도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 작품을 별로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전도연:
안 들어왔거든요. 하하. 저 자체가 새로운 것에 대한 시도를 하려고 더욱 마음먹기도 했지만요. 올해 제 목표거든요. 증명해내지 않으면 말뿐으로만 남는 거니까, 여러 말들을 실천하려 해요. 무엇이라도 해보려 하거든요. 늘 마음은 먹는데 실천이 어렵죠. ‘칸의 여왕’이라는 말과 제가 그동안 쌓아놓은 걸 부술 필요는 없지만 제 스스로가 하지 않으면 아무도, 그 누구도 뭔가를 해주지 않는다는 걸 저는 지속적으로 느껴왔어요. 제가 선택하기에는 그 폭이 좁기도 했죠. 그래서 다양한 생각들을 실천해봐야겠다고 더욱 마음먹었어요. 특히 ‘백두산’ 출연 뒤에는 관객들이 저를 새롭게 느껴주셔서, 그런 면에서도 느낀 게 많았어요.

Q. ‘백두산’과 ‘지푸라기’가 연이어 개봉하면서 느낀 마음의 변화일까요?
전도연:
그런 부분에는 늘 갈증이 있었어요. 앞으로 제가 어떤 작품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보고 싶어요.

Q. 새로운 시도를 위한 계획도 세웠나요.
전도연:
‘백두산’에서 한 신만 나오지만 제게 있어서는 다양한 시도 중 하나였어요. 전도연이라 하면 작품에 대한 무게감이 생기기 마련이잖아요. 좋은 작품인데 뭔가 다가가기는 어렵다는 느낌이 드는 듯한. ‘지푸라기’ 역시 그런 게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가 내려놓는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죠. 그렇기 때문에 제가 먼저, 더욱 다가가기 위해서는 더 다양한 작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느껴요. 예전엔 내려놓지 못하는 부분이 분명 있었어요. 내려놔야겠다고 생각해도 시나리오를 보면 타협 안 되는 부분이 있는 거예요. 제 자신이 제 필모그래피를 너무 사랑했나 봐요. 그런 게 제 장점이라 단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것들에 대해 타협하려 하고 있어요.

Q. 그런 생각의 연장선상에서 신인 감독과의 작업도 이어가는 건가요? ‘생일’도, ‘지푸라기’도 모두 신인감독들의 작품이었어요.
전도연:
의도적이지는 않았어요. 제가 뭐라고요. 다만 그들의 이야기에 제가 동의했고, 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해서 선택을 했죠. 그런 것들이 대중적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제가 선택하지 않았다면 작품으로 나오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 물론 저도 제가 출연한 모든 작품이 ‘1000만 영화’가 되면 좋겠죠. ‘백두산’을 찍고 놀랐던 건, 눈만 뜨면 100만씩 관객 수가 불어나있는 거였어요. 저는 그런 경험이 없거든요. 놀라운 일이잖아요. 저도 그런 작품이 들어오면 출연하고 싶어요. 그렇지만 작은 이야기여도 제가 동의하는 내용이라면, 그 이야기들을 관객들과 함께 보고 싶어요. 이야기나 장르의 다양성에 사명감을 가진 것까진 아니지만 그런 이야기를 보고 싶어 하는 관객이 있다면 만들어져야 하는 게 맞으니까요. 그런 면에서는 ‘지푸라기’의 김용훈 감독님이 완전 ‘봉’ 잡은 거죠. 그렇지 않나요?(일동 박장대소)

배우 전도연.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배우 전도연.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Q.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증명’이라는 말을 여러 번 하는 것 같아요. 이미 전도연이라는 배우는 검증됐음에도 부담이 큰 걸까요.
전도연:
크죠. 클 수밖에 없어요.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에요. 관객들은 영화를 보는 거고, 저는 작품을 통해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면이 있죠. 그래서 저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구와 욕망, 갈증이 커요.

Q. 단순한 질문 하나 해볼게요. ‘배우 전도연’으로 사는 건, 어떤 건가요.
전도연:
힘들어요. 배우 전도연말고 그냥 전도연은 괜찮아요. 특별한 삶을 사는 것도 아니고, 일을 하지 않을 땐 아이 엄마면서 평범하게 제 할 일을 열심히 하고 있거든요. 사람들은 배우 전도연으로서는 이미 많은 게 만들어져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아요. 저는, 안 보여진 게 더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노력이 더 필요한 거고요. 그래서, 쉽지가 않아요.

Q. 배우로서 깨고 싶은 편견이 있을까요.
전도연:
깬다기보다는 올라서고 싶어요. 더 정확히는, ‘칸의 여왕’을 올라서고 싶어요. 작품으로든, 무엇으로든. 최고를 지향하진 않아요. 하지만 스스로 올라서지 않으면 극복되지 않을 것 같아요. 방법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어요. ‘칸의 여왕’이라는 말보다 높은 곳을 지향하는 건 아니에요. 단지 제가 극복해내는 하나의 부분이고 싶은 거죠.

Q. 올라서기엔 정말 큰 산이네요(웃음). ‘칸의 여왕’을 넘을 만한 게 무엇일까요?
전도연:
1000만 영화 찍어야죠. ‘1000만 요정’이요(웃음). 저 옛날엔 ‘영화나라 흥행공주’였어요. 그런 타이틀이 정말 있었어요. 그게 저였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무엇이든, 흥행이든 어떤 작품으로든 올라서보고 싶어요.

Q. 일반적으로 흥행 공식을 충실히 따른 상업적 영화들이 몇몇 있어요. 그런 류의 상업 영화를 제안 받으면 응하지 않는 편이었나요.
전도연:
안 들어왔어요. 유일하게 한 게 ‘백두산’이예요. 그냥, ‘전도연은 안할 거야’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하거든요. 예전에는 작품 선택에 있어 완벽하려 했다면 지금은 조금 부족할지라도 그걸 메워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곤 해요. 그래서 그런 선택을 해보려고요. 만들어갈 수 있잖아요, 시나리오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배우 전도연.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배우 전도연.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Q. ‘기생충’의 낭보가 영화인으로서 남다르게 다가왔을 것 같아요.
전도연:
정말 놀랐죠. 먼 나라 이야기 같잖아요. 다른 세상이라 생각했는데 현실적으로 다가온 것 같았어요. 저뿐만 아니라 모든 감독, 배우들이 ‘내 얘기가 될 수도 있구나’라고 느낀 것 같아요. 꿈이 아닌 거잖아요. 제가 상 받은 것도 아닌데 실감이 안 나더라고요. 눈앞의 현실이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지인에게도 ‘칸의 여왕’ 이야기 그만 하라고 했어요. 열심히 해야죠(웃음).

Q. 워낙 도전적인 작품을 많이 해온 만큼 ‘기생충’의 소식이 또 다른 자극이 됐을 법한데.
전도연:
감독님들에게 큰 자극이 됐을 것 같아요. 결국 작품을 만들어내는 건 감독님이니까요. 꼭 아카데미가 아닐지라도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좋은 작품이 나오면 그것만으로도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저 역시도 그런 자극을 받아 나올 것들에 기대가 커요.

Q. 사람들은 전도연에게 배우는 천직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또 다시 배우라는 직업을 택한 건가요.
전도연:
다르게 살아보고 싶기도 해요. 예전엔 저 스스로도 제가 천생 배우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난 뭘 해도 됐을 거란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배우를 하지 않았으면 큰일이었겠다고 생각해요. 감정적으로 뭔가를 소모시키다보니 지금은 그게 더 많이 발달됐거든요. 이제는 배우라는 일이 아니면 안 되게 된 거죠. 그래서 더 절실하고 간절해지는 거고요. 옛날에는 제가 하는 것들이 이렇게 절대적이진 않았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어려워졌어요. 그래서 시간을 돌린다면 다른 삶을 살아보고 싶어요. 요리도 해보고 싶고, 여행 다니며 책도 써보고 싶고….

배우 전도연.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배우 전도연. 사진.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Q. 다수 배우들은 그런 도전적 영역을 예능 프로그램에서 시도해보곤 해요. 하지만 전도연은 유독 TV 채널에선 만나기 힘든 배우로 꼽혀요.
전도연:
익숙하지가 않은 것 같아요. 작품으로서 제가 노출되는 것과 저 개인의 생각과 행동이 드러나는 건 다르잖아요. 그런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요. 자신감이 없는 것일 수도 있어요. 말이 무섭기도 해요. 저는 계속 변하고 있거든요. 옛날엔 인터뷰를 할 때마다 연기를 오래 할 생각 없고 제 꿈은 현모양처라 하곤 했어요. 하지만 지금까지 일하고 있죠. 그런데도 아직 그때의 모습을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제가 계속 바뀌고 있지만, ‘저 사람은 이렇잖아’라고 각인되는 게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게 저는 무서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보고 싶은 예능이 있다면 마다하진 않을 것 같아요.

Q. 연출에 대한 욕심은 없나요. 동료 배우인 정우성은 감독 데뷔를 목전에 뒀어요.
전도연:
하고 싶을 때는 많아요. 내가 하면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을 때도 있지만, 그건 말 그대로 생각일 뿐이에요. 저는 감독이라는 직업을 정말 존중해요. 완벽주의까진 아니지만 일에 대해선 완벽해지고 싶은데, 감독의 일은 그럴 자신이 없어요. 배우보다 더 힘들 것 같거든요. 대신 연기를 더 도전하고 싶어요. 다양한 상황에 놓인 캐릭터를 많이 맡다보니 다들 제가 다양한 작품을 했다고 생각하시지만, 저 자체는 몇몇 장르에 국한된 배우라 생각해요. 그래서 여러 장르를 계속 해보고 싶어요. 제가 한 것보다 안한 게 훨씬 많거든요.

Q. 이번 영화가 어떤 작품으로 남길 바라나요.
전도연:
재미있는 영화요. 이번 작품이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는데, 제가 나오는데다가 영화제까지 갔으니 관객들이 작품이 어렵다고 생각할까봐 걱정돼요. 그래서 저는 그냥, 관객 분들이 저희 영화를 재미있는 영화라고 느껴주시면 좋겠어요.

김예슬 기자 yeye@medias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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