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영화 스틸컷.

[박준영 크로스컬쳐 대표 / 문화평론가]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4관왕 석권이라는 한국영화의 역사적 쾌거를 이룬 직후 한국영화감독들의 반응은 의외로 차분했다. ‘시기와 질투’라는 속좁은 분석도 있고 이제는 더 도달해야 할 목표가 사라져 허탈해서 그렇다는 말도 있다. 어쨌든 영화 ‘기생충’이 대부분의 영화 관계자들이 예상했던 각본상과 국제영화상 수상을 훌쩍 넘어 감독상에 급기야는 작품상을 수상하자 대한민국의 입담꾼들은 다양한 수상 촌평을 백가쟁명식으로 쏟아 놓았다. 물론 대부분은 의례 그렇듯 상찬 일색이다. 그런데 관련 코멘트들을 쭉 훓어보면 몇가지 흐름으로 묶어 볼 수가 있더라.

첫째는 정치적, 이념적 차원의 접근이다. 봉준호 감독은 박근혜 정부 당시 영화계의 블랙리스트에 당당히(?)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 따라서 원죄가 있는 자유한국당으로선 어떤 표정을 지을지 난색이었을 것이고 이런 이유로 결국 오버를 하고 만다. 대구에 ‘봉준호기념관’을 짓겠다는 한국당의 모 국회의원 총선공약이 그것인데 부끄러움은 결국 대구 유권자의 몫임을 확인해줄 뿐이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보수언론 출신의 한 평론가는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기생충’은 결코 한국에서 상영할 수 없는 계급혁명선동의 좌빨 영화이며 이 영화를 투자한 CJ는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고 분개했다. 더 나아가 영화판의 좌익세력을 척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혔다. 하긴 계급 이라는 단어 조차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에게 ‘기생충’은 껄끄러울 수밖에 없을거다.
 
또 다른 흐름은 작품 그 자체에 대한 조심스런 비판이다.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의 전작에 비해 그 날카로움, 풍자와 유머가 무뎌졌으며 ‘설국열차’ ‘옥자’에서 줄기차게 주장했던 메시지의 동어반복에 불과 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아카데미 수상은 그간 ‘백인들의 잔치’였던 아카데미 심사 위원회가 나름의 개혁에 대한 고심, 그리고 다양성 제고를 보여주기 위한 쇼에 불과하며 이런 흐름 덕에 수상 운 까지 겹쳤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더라도 영화 자체의 완성도에 대해선 심하게 딴지를 걸진 않는다. 외국의 반응도 둘로 갈린다. 서방등 유럽은 칭찬과 찬사 일색이나 일본만은 진심으로 기뻐하는 것 같진않다. 이 영화가 과연 작품상 까지 받을 수준인지를 묻는 설문 조사를 벌이는 등 다소 시샘어린 태도를 보였다. 역시나 좋은 이웃은 아닌게다.

이밖에도 수상 소감 자리에 굳이 CJ의 이미경 부회장이 나서야 했느냐, 축하파티에 왜 상관도 없는 공효진과 이하늬가 끼었느냐(결국 이하늬는 즉각 사과문까지 올리는 해프닝이 빚어졌다)까지 웃지 못할 천태만상이 벌어졌다. 심지어 현역으로 복무를 마친 봉감독에 대한 병역면제 청와대 청원까지 올렸으니 어째 소동이 점점 희극이 되어가는 듯하다. 특히 봉감독이 마틴 스콜세지 감독에게 존경의 뜻으로 바쳤던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의 워딩은 마틴 관련 서적이나 구글 검색을 통해 다 뒤져봤지만 찾지 못했다. 아마 어느 인터뷰에서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은 있다 정도로 정리 되었다. 

아마 이런 핫소동도 조금 지나면 우리네 정서상 금방 가라앉아 조용해 질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국가적 경사에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있다. 이 순간에도 영화,방송 제작 스탶들은 열악한 작업환경과 저임금에 힘겹게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제작사 프리랜서 피디는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자살까지 한 비극적 뉴스가 헐리웃의 잔치 소식 말미에 함께 전해져 마음을 씁쓸하게 한다. 그러고 보면 아직도 우리 사회엔 ‘기생충’이 너무 많다. 이제는 남의 피를 빨아먹는 문화예술계 기생충을 박멸할 때다. 그래야 ‘기생충’ 같은 작품이 또 나올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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