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한 롯데백화점 본점 식품 매장. 사진. 정혜원 기자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주말 외출을 최소화하며 ‘집콕’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코로나19의 전염을 조심하거나 혹은 감염을 의심해 자가격리에 들어간 사람들이다. 몇 번의 클릭이 이어지면 장 본 상품이 주문 당일, 혹은 자고 일어나면 문 앞에 도착한다. 영화관이나 맛집을 방문하지 않아도 먹고 싶은 것, 보고 싶은 것을 집 안에서 먹고 볼 수 있다. 불가피하게 최소한의 일상생활을 위해 근거리 외출을 하지 않고 하루종일, 집 밖으로 단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더라도 생활하는 데 지장이 없는 시대가 됐다.

쿠팡의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 로켓프레시. 사진. 쿠팡 앱 캡처

#배송전쟁, ‘집콕’을 부르다

쿠팡은 국내에서  코로나19 공포가 본격적으로 확산된 설 연휴 직후인 지난달 28일 일 출고량 역대 최대인 330만건을 달성했다. 지난해 1월의 일평균 출고량 170만건 대비 2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모바일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일 사이 주요 마트 앱 사용량도 증가했다. 이마트몰과 롯데마트몰 앱 사용자는 전주 대비 각각 20.8%, 18.9% 증가했다. SSG닷컴 앱은 15.7%, 위메프는 12.5% 늘었다.

집에서 위생용품과 생필품, 음식까지 주문할 수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을 찾지 않아도 불편을 느낄 일이 줄어들었다.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건 새벽배송 서비스다. ‘신선제품은 직접 사야한다’는 고정관념은 마켓컬리의 ‘샛별배송’, 쿠팡의 ‘로켓배송’과 ‘로켓프레시’, 이마트 ‘쓱배송’ 등으로 깨졌다.

최근에는 편의점을 온라인에 옮긴 듯한 ‘초소량 즉시 배달’ 서비스도 생겼다. 2019년 11월 우아한형제들이 배달의민족 앱에서 새로 선보인 ‘B마트’는 1인·맞벌이 가구를 대상으로 빠르게 먹을 수 있는 간편식이나 생필품 등을 1시간 이내로 빠르게 배달해준다.

이처럼 하루종일 집에 있더라도 음식 배달, 신선식품 배송 등의 서비스로 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었던 건 라스트마일 딜리버리(lastmile deli very) 덕분이다. 사형수가 집행장까지 걸어가는 마지막 길을 가리키는 단어 ‘라스트마일’에서 유래한 신조어로 유통업계에서는 ‘고객과의 마지막 접점’을 뜻한다. 기존 유통업계에서 더 빠르게, 더 효율적인 유통을 위한 전쟁은 코로나19로 인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013년 개봉한 영화 '감기' 중 한 장면. 사진. 왓챠플레이

#집에만 있어도 재밌다

시청률 조사회사 TNMS가 전국 3200가구 시청 시간을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일요일이었던 지난 9일 전국 가구 평균 TV 시청 시간은 10시간 35분으로 집계됐다. 1년 전인 2019년 2월 10일 일요일 전국 가구 평균 TV 시청 시간(10시간 8분)에 비하면 27분 증가했다.

주말 예능 시청률도 일제히 상승했는데, TNMS는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두문불출하는 시청자들이 늘면서 주말에 집에서 TV 시청으로 휴일을 보내는 시청자들이 증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집 안에만 있어도 즐길 거리가 없다면 뛰쳐나가고 싶어지겠지만, 이제는 집에서도 충분히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다. TV는 기본이고, 동영상 스트리밍(OTT) 서비스와 모바일‧PC게임, IPTV 등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는 넘쳐난다.

OTT 서비스업체 왓챠플레이에 따르면 지난 1일과 2일은 역대 주말 시청분수 최고치를 기록했다. 설 연휴 기간을 제외한 직전 주말과 비교하면 시청분수가 14.6% 가량 증가했다.

또한 감염병을 소재로 한 재난 영화들도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왓챠플레이 관계자는 “2011년 개봉한 영화 ‘컨테이젼’은 감염병의 공포가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확산되고 인간관계를 단절시키는지 보여줘 큰 화제가 된 영화다. 이 영화는 많이 본 콘텐츠 순위 100위권 바깥에 있었으나, 지난달 22일 처음으로 58위에 오른 뒤 지난달 25일에는 4위로 순위가 수직상승했다”고 전한 바 있다. 치사율 100% 바이러스 확산을 다룬 국내영화 ‘감기’도 100위권 밖에 있다가 지난달 28일 수직상승해 7위에 올랐다.

스카이라이프도 국내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난달 20일 이후 지난 2일까지 VOD 매출이 작년 동기대비 72% 증가했다고 밝혔으며, KT는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 머무르는 시청자를 위해 12일부터 16일까지 자사 IPTV 올레TV 특집관인 ‘온가족 방구석 영화관’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KT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코로나19 영향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용률이 소폭 증가했다. 아무래도 외출을 꺼리는 대신 TV 등 시청을 많이 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하면서 “이에 따라 시청자 편의를 위해 극장 동시개봉 영화와 함께 인기 콘텐츠 접근이 용이하도록 특집관 카테고리 신설”했다고 밝혔다.

홈트레이닝 서비스도 주목을 받고 있다. 감염 우려가 높은 헬스장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안전하게 집에서 운동하려는 심리가 반영됐다. 스타트업 다노가 운영하는 온라인 PT '마이다노'는 사상 처음 월 수강생 1만명을 돌파했다. 설 연휴 전후로 2월 클래스 수강신청이 급증했다.

#친구 대신 SNS

코로나19가 지속될 경우 사람들을 만나는 대면 접촉도 힘들어진다. 하지만 만나지 않더라도 우리에게는 사람들과의 소통과 교류를 용이하게 해주는 SNS가 있다.

중국에서 격리 생활을 견디는 사람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SNS로 대신 소통하고 있다. 우한에 거주한다고 밝힌 한 중국인 누리꾼은 웨이보에 '봉쇄 후 식단일지'를 쓰고 있다. 매일 자신이 먹은 음식을 찍어 다른 네티즌들과 공유한다.

중국판 유튜브 비리비리(哔哩哔哩)엔 '우한 봉쇄 브이로그(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것)'가 유행이다. 비리비리에 '우한 봉쇄'를 검색하면 브이로그 영상이 1000건 이상 나온다. ‘갇힌 일상’이라도 언제든, 어디서든 소통이 가능하다는 사실은 사회의 변화를 실감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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