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현대차그룹 본사/현대차그룹 홈페이지 제공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가 1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노사 생존 의지를 꺾을 순 없다’는 제목의 소식지를 내고 위기를 협력으로 넘어서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소식지에서 현대차노조는 “소통과 공감을 기치로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고자 거침없이 달려가고 있다”면서 “고객이 없으면 노동조합도 회사도 존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회사와 조합원 각각의 책임 의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노사생존을 위한 노동조합의 호소에 조합원들이 결코 경직된 사고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당부하고 “사측만 변화의 의지에 공감해준다면 경직된 노사관계에 벗어나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현대차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줄곧 파업과 투쟁으로 사측에 강경하게 대응하던 현대차노조의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노조는 지난 6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이 확산하면서 부품 수급 중단으로 휴업하게 됐을 때도 '노사가 함께 뭉치면 더 당당해진다'는 제목의 소식지를 내면서 "엄밀히 말하면 (휴업이) 노사 모두에게 손실"이라면서 "사측이 조업 정상화를 위한 모든 방법을 강구한다면 노조는 생산량 만회와 품질 향상을 위해 적극 협조할 것이다"라고 제시하기도 했다.

현대차노조의 분위기 변화는 새로 출범한 집행부로부터 비롯됐다. 올해 1월 소통과 공감으로 ‘실리’를 추구하는 새 집행부가 출범했다. 새 집행부는 출범식에서 "4차 산업과 친환경 차량 등 산업 변화에 맞춘 회사의 공격적인 투자를 노조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 “변화를 주저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상수 신임 현대차노조 지부장은 "'뻥' 파업을 지양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현대차노조 권오국 대외협력실장은 미디어SR에 “이상수 지부장과 8대 집행부가 출범하면서 내건 슬로건은 명확하다. 소통과 공감으로 노사가 윈-윈(win-win)하자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권 실장은 이어 “IMF 이후 잔업과 특근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는 ‘경제적 조합주의’를 택했으나 대내외 여건이 급변하면서 지역 주민이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고 인정하면서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으며 이것이 곧 현대자동차의 수익 증대, 나아가 조합원의 임금 보장으로 직결되기에 앞으로는 이해관계자와 함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노동조합이 될 것”이라며 새 집행부의 구체적인 정책 방향성을 설명했다.

협력에 기반해 실리와 상생을 추구하겠다는 이번 현대차노조 집행부는 2, 3차 협력사와 협력사 소속 노동자와도 상생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보였다. 소식지를 통해 노조는 “부품협력사는 함께 가야 할 동반자”라며 “이번 조치(긴급자금 투입)를 적극 환영하고 회사는 앞으로도 부품 협력사들에 대한 기술지원 및 투자, 소속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심혈을 기울여 주길 당부한다”고 전했다.

노조는 지난 6일 코로나 사태와 관련한 사측과의 실무 협상에서 협력사들에 대한 지원을 적극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고려한 현대자동차 최고경영진은 신종 코로나 사태와 공장 가동 중단으로 인한 여파를 우려해 부품협력사에 대해 1조원 규모의 긴급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현대차노조는 일부 보수언론에 대한 날선 비판은 거두지 않았다. 소식지에서 “휴업 임금 지급에 대한 원칙이 단협에 명시 되어 있고 이를 토대로 휴업을 실시한 것”이라면서 “제발이지 보수언론들은 새로운 노사관계를 열어가고자 하는 현대차노동조합과 조합원의 명예를 실추시키지 않기를 재차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휴업 시작 8일 만인 지난 11일 GV80과 팰리세이드 등을 생산하는 울산 2공장이 재가동됐고, 12일 울산 4공장과 5공장 각 2개 라인 중 1개 라인이 돌아가고 있다. 다만 아직 수급이 중단됐던 부품인 '와이어링 하니스'(wiring harness)의 생산량이 충분치 않아 공장 가동률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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