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뒤흔든 '기생충', 韓 최초 2020 아카데미 4관왕 쾌거
오스카 뒤흔든 '기생충', 韓 최초 2020 아카데미 4관왕 쾌거
  • 김예슬 기자
  • 승인 2020.02.10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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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2020 아카데미 각본상·국제영화상·감독상·작품상 수상…92년 만 새 역사
-亞 최초이자 韓영화 최초 기록의 연속…봉 감독 "최초 오스카 상, 영광스럽다"
-세월호 참사 다룬 다큐 '부재의 기억', 단편 다큐멘터리 수상 불발
-'한국영화 최초' 기록 행진…韓 영화 새 바람 불러올 것으로 기대
영화 '기생충'의 배우 이정은, 송강호, 장혜진, 봉준호 감독과 배우 박소담, 최우식, 조여정, 이선균.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생충'의 배우 이정은, 송강호, 장혜진, 봉준호 감독과 배우 박소담, 최우식, 조여정, 이선균.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미디어SR 김예슬 기자] '기생충'이 2020 아카데미 시상식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오스카에서 총 4개 부문 수상 쾌거를 거두는 등 전례 없는 낭보를 전해왔다.

9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기생충'은 각본상과 국제영화상, 감독상, 작품상을 수상, 아카데미 시상식 92년 만에 새 역사를 썼다. 아시아 영화 사상 최초의 기록이 이어졌고, 올해로 101주년을 맞은 한국영화 역시 최초이자 최고의 순간을 맞은 셈이다. 미술상, 편집상은 불발됐다.

각본상은 아시아 영화 중 최초로 거둔 성과다. 앞서 지난 2003년 '그녀에게' 이후 17년 동안 해당 부문에서의 외국어 영화 수상은 전무했다. '기생충'은 '나이브스 아웃'과 '결혼이야기', '1917',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등 쟁쟁한 후보를 제치고 각본상 수상의 기쁨을 안았다.

봉준호 감독은 "시나리오를 쓴다는 게 사실 고독하고 외로운 작업이다. 국가를 대표해서 쓰는 건 아닌데, 이 상은 한국이 받은 최초의 오스카 상"이라면서 아내와 배우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한진원 작가는 "미국에는 할리우드가 있듯이 한국에는 충무로가 있다. 제 심장인 충무로의 모든 필름메이커와 스토리텔러와 이 영광을 나누고 싶다"는 소감을 남겼다.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기생충' 봉준호 감독과 한진원 작가. 사진. 2020 아카데미 시상식 공식 홈페이지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기생충' 봉준호 감독과 한진원 작가. 사진. 2020 아카데미 시상식 공식 홈페이지

마찬가지로 한국영화 불모지로 꼽혔던 국제장편영화상(구 외국어영화상) 역시 '기생충'에게 돌아갔다. 단상에 오른 봉준호 감독은 "영광스럽다. 이 부문의 이름이 바뀌었는데 그 후 처음으로 상을 받아 더욱 의미가 깊다"면서 배우와 스태프의 이름을 호명한 뒤 "내일까지 밤새 술을 마실 준비가 됐다"며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봉준호 감독은 감독상의 영예도 함께 안았다. '아이리시맨'의 마틴 스코세이지와 '조커'의 토드 필립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쿠엔틴 타란티노, '1917' 샘 멘데스 등을 제쳤다. '브로크백 마운틴'과 '라이프 오브 파이'를 연출한 이안 감독 이후 아시아 감독으로는 두 번째로 감독상을 받았다. 감독상은 작품상 버금가는 영예로 꼽히는 것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다.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쥔 봉준호 감독은 "어렸을 때 영화를 공부하며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는 말을 가슴에 새겼는데, 그 말을 한 사람이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이다. 함께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상을 받을 줄 몰랐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이어 "내 영화를 아직 미국 관객들이 모를 때부터 좋아해줬던 사람이 바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다.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다"면서 "함께 후보에 오른 감독들께도 존경을 표한다"며 기뻐했다.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은 가장 뜻깊은 쾌거다. 그동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은 외국어 영화의 불모지로 꼽혔다. '기생충' 이전 외국어 영화 10편이 작품상 후보에 올랐으나 무관에 그친 바 있다. 그런 만큼 '기생충'의 작품상 수상은 한국영화는 물론 비 영어권 영화 최초이자 아카데미 92년 역사상 최초의 전례 없는 기록이 됐다.

봉준호 감독. 사진. CJ엔터테인먼트
봉준호 감독.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현장에서의 영화 '기생충' 팀. 좌측부터 봉준호 감독과 배우 최우식, 이선균, 조여정, 장혜진, 박소담, 이정은, 송강호.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현장에서의 영화 '기생충' 팀. 좌측부터 봉준호 감독과 배우 최우식, 이선균, 조여정, 장혜진, 박소담, 이정은, 송강호.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수상을 위해 제작자 곽신애 바른손이앤이 대표와 봉준호 감독, 송강호 등 8명의 배우와 이미경 CJ ENM 부회장이 무대에 오르자 기립박수가 터져나왔다. "말이 안나온다"고 운을 뗀 곽신애 대표는 "상상해본적이 없는 일이 실제로 벌어지니까 너무 기쁘다. 지금 이 순간에 뭔가 굉장히 의미이고 상징적인, 시의적절한 역사가 쓰인 기분이 든다. 이러한 결정을 해주신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감회에 젖은 소감을 밝혔다.

앞서 '기생충'은 한국영화 최초로 국제장편영화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됐을 뿐만 아니라 작품상(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봉준호 감독), 감독상(봉준호 감독), 각본상(봉준호 감독·한진원 작가), 편집상(양진모 편집감독), 미술상(이하준 미술감독) 등 총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수상 기대감을 높인 바 있다.

이에 힘입어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배우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박소담, 최우식, 이정은, 장혜진, 박명훈과 제작자 곽신애 바른손 E&A 대표, 한진원 작가, 이하준 미술감독, 양진모 편집 감독 등이 레드카펫에 입성해 화제를 더했다.

영화 '기생충' 메인 포스터.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생충' 메인 포스터.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오스카 외에도 '기생충'은 제26회 미국 배우조합상(SAG) 앙상블상, 제72회 미국 작가조합상(WGA) 각본상과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제7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과 외국어영화상, 제72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등 전 세계 시상식의 주요 상을 휩쓸며 큰 화제가 됐다.

이뿐만 아니라 제73회 영국 아카데미시상식 각본상과 외국어영화상, 제40회 런던 비평가협회상 작품상과 감독상, 제49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 관객상, 제35회 산타바바라 국제영화제 감독상, 제25회 크리틱스 초이스 시상식 감독상과 외국어 영화상, 제54회 전미 비평가협회상 작품상과 각본상, 제31회 팜스프링스 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 각본상, 제32회 시카고 비평가협회상 작품상·감독상·각본상·외국어영화상, 제45회 LA 비평가협회상 작품상·감독상·남우조연상, 제84회 뉴욕 비평가협회상 외국영화상, 제13회 아시아-태평양 스크린어워드 최우수 작품상, 제38회 벤쿠버국제영화제 관객상, 제44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관객상, 제15회 유라시아 국제영화제 감독상, 제66회 시드니 영화제 작품상 등 각국 영화제에 돌풍을 일으켰다.

국내에서는 제20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여자연기자상, 제19회 디렉터스 컷 시상식 감독상·각본상·남자배우상·신인남우상, 제40회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감독상·여우주연상·여우조연상·미술상, 제39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최우수작품상·감독상·촬영상·영평10선, 제28회 부일영화상 최우수작품상·남우조연상·여우조연상·각본상·촬영상·음악상, 제15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올해의 영화인상, 제24회 춘사영화상 최우수감독상·각본상·여우주연상·여우조연상 등 다수 시상식의 주요 부문을 휩쓸었다.

영화 '기생충' 스틸컷.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생충' 스틸컷.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생충' 스틸컷.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생충' 스틸컷.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생충' 스틸컷.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기생충' 스틸컷.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계에서는 '기생충'의 역대급 기록 행진이 한국 영화의 새로운 기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영화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전 세계에 한국영화의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킨 행복한 쾌거"라면서 "'기생충'을 통해 한국영화 자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실제로 '기생충' 이후 세계의 필름마켓에서 한국영화를 더욱 눈여겨 보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귀띔했다. 한국영화 최초로 거둔 성과가 많은 만큼 '기생충'을 통해 한국영화가 새로운 활보를 열어낼지 눈여겨 볼 지점이다.

한편, 2020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이승준 감독의 '부재의 기억'은 수상이 불발됐다. '부재의 기억'은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로, 이승준 감독과 단원고 학생 어머니 두 명이 시상식에 참석해 관심을 모았다.

이날 발표된 아카데미 시상식 최종 수상작은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s) 회원 전체의 투표로 결정됐다. 지난해 6월 12일 기준 투표권을 가진 AMPAS 회원은 총 8469명이다.

김예슬 기자 yeye@medias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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