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세대 중국 광저우 LG디스플레이 OLED 패널 제조 공장. 제공. LG디스플레이

[미디어SR 정혜원 기자] ‘Made in China’가 찍힌 가전제품이나 휴대전화는 전 세계 전자제품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각종 원재자나 건축자재 등도 중국 내에서 생산‧공급되고 있다. 세계의 공장이라는 별칭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으로 인해 세계의 질병으로 확산하고 있다. 수많은 중국제 부품과 원자재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전 세계 글로벌 공급망이 당분간 붕괴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신종 코로나의 기세가 누그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자동차 업계에 이어 한국의 수출 주력업종 중 하나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도 신종 코로나 확산 추이를 주시하면서 대비책 마련에 분주하다.

한국의 수출 흑자를 견인하는 업종인 반도체의 경우 공장 가동이 한번 중단 되면 재가동까지 상당히 긴 시간이 걸리고 비상발전 설비에 의존하기도 쉽지 않다. 정밀한 회로 설계가 핵심 기술인 만큼 가동 중단 시 라인에 있던 반도체는 대부분 불량품이 된다. 지난해 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 발생한 1분 정도의 정전 시간에도 피해규모는 수십억원에 달한 바 있다.

반도체산업협회는 이러한 반도체 특성 상 위기상황에도 업무가 지속될 수 있도록 업무지속계획(BCP‧Buisiness Continuity Plan)을 가동할 준비를 해둬야 한다고 조안하고 있다. 그만큼 현재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한 위험 요인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모두 공장이 정상가동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중국 산시성 시안 공장에서 낸드플래시를 생산고 장쑤성 쑤저우 공장에서는 반도체 조립과 검사 등 후공정을 담당한다. 톈진 공장에서는 LED 반도체 소자를 생산한다. SK하이닉스는 장쑤성 우시 공장과 충칭시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디어SR에 “현재 신종 코로나 관련 TF(태스크포스)팀이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했지만 “신종 코로나 사태가 보다 장기화될 경우 지난 일본 수출 규제 때처럼 공급선 조정 등의 조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본다”고 전했다.

중국 내 물류 조달이 불투명해질 경우 생산라인 가동이 어려워질 수 있어서다. 중국이 도시간 이동을 봉쇄하는 분위기인 만큼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소재, 부품, 장비의 공급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 지적이다. 즉, 자동차의 경우처럼 반도체 공장도 신종 코로나로 인한 생산라인 가동 중단을 우려하는 셈이다.

우한에는 중국 최대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제조회사인 양쯔 메모리 테크놀로지(TMTC)도 위치해있다. 중국 정부는 공장과 산업의 특성을 감안해 가동을 중지하지는 않았다.

 

디스플레이, 신종 코로나 덕 좀 본다?

디스플레이도 공장 가동을 중단할 경우 큰 피해를 입지만 중국 정부는 이를 고려해 일부 공장만 가동을 중단하도록 조치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미디어SR에 “광저우는 패널 공장이라 정상적으로 연휴 기간 동안에도 가동되고 있었다. 다만 난징과 옌타이에 위치한 공장은 중국 정부 지침에 따라 10일부터 운영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도 미디어SR에 “공장 가동률이 조금 떨어지는 상태지만 쑤저우 공장을 정상적으로 가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두 회사의 생산 타격 역시 불가피하지만 중국 기업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와 티안마는 우한에만 월 생산 능력 12만장 규모 생산단지가 있는데 대형 LCD 생산라인 등이 공교롭게도 모두 우한에 자리잡고 있다.

LCD 생산 차질로 LCD TV 패널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LCD TV 패널 가격은 중국산 저가 상품 공급 과잉으로 지난해 말까지 1년 이상 하락세를 겪다가 올해 초 반등에 성공한 바 있다.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하락하자 주요 LCD 패널 제조업체들이 감산에 들어간 까닭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 여파로 공급이 추가로 줄어들면 LCD TV 패널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서동희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31일 회사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중국의 신종 코로나 사태로 LCD 패널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며 가격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실은 바 있다. 

이는 신종 코로나 사태가 단기간 내 마무리 될 경우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미디어SR에 “중국 현지 공장들이 부품이나 소재 등의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 글로벌 교역량 자체가 감소함에 따라 전반적으로 세계 경제가 악화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신종 코로나 사태가 국내 수출지표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기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제조업 외 對중국 수출기업으로도 직격탄

지난 4일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대응을 위한 중소기업 현장간담회’에선 10여 명의 중소기업 대표들이 신종 코로나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서승원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경기 화성의 한 반도체 장비 생산업체 대표는 “지난해 국내 반도체 설비 투자가 워낙 좋지 않아 올해부터 중국 반도체 업체들에 납품을 기대했는데 연초 납품 예정이던 물량 중 딱 한 대만 나가고 나머지는 기약이 없다”면서 “반도체 장비는 재료도 고가인데 이미 재료비는 다 투입했지만 대금 회수를 장담할 수 없어 자금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중국 내 공장 폐쇄로 인해 원부자재 수급·수출 차질 등의 피해를 입은 업체들에 대해 정부는 무역금융 4000억원을 공급하고 수출마케팅 프로그램을 우대지원하겠다고 나섰다. 구체적으로 단기 수출보험 보험료를 30~35% 할인하고, 보험금 지급 기간을 2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하는 등 조치로 중국 현지 진출 기업, 대중 수출 기업, 소재부품장비 기업 등에 유형별로 차별화된 대응을 통해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아울러 정부는 대 중국 수출 기업에 대해서는 무역협회 수출애로해소 지원센터를 통해 수출 어려움을 해소하겠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임팩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